푹신한 소파에 앉아 있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면 뭔가 이상하다. 벽에 걸린 화면엔 왠지 모르게 익숙한 방의 모습이 있고, 이상한 소리도 자꾸 들린다. 유리 통창엔 새하얀 눈인지 이끼인지 모를 것이 꼈다.
이수그룹의 문화예술 공간 ‘스페이스 이수’는 이달 13일부터 3월 20일까지 신진 작가 기획전 ‘VHS(Very High Signals)’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세 작가 고대영, 최선아, 홍애린은 모두 90년대생이다. 이들은 이수그룹 임직원의 일상 공간인 회사 로비에 슬며시 개입해 서서히 틈을 낸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전효경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고주파처럼 사람들이 전시를 감각적으로 다르게 인지하길 바란다. "미술에 무관심한 사람도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의를 기울일만한 요소를 녹여냈어요."
푹신한 소파와 테이블, 해바라기 꽃이 담긴 화병이 있는 로비 한쪽에는 1993년 일본 가이낙스가 출시한 PC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2' 속 딸의 방의 모습을 구현한 미디어아트 홍애린의 '브랫(Brat)'이 걸려있다. 그런데 방에 딸이없다. 오직 왕자에게 딸을 시집 보내는 게 목표인 이 게임에서 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출하곤 하는데, 그 상황을 구현한 것. 홍애린은 빈 방과 빈 방을 닮은 로비 공간을 통해 '잘 자란 여성은 이래야 한다'는 여성성에 대한 통념에 질문을 던진다.
홍애린의 또 다른 작품인 '뮤직 사이렌(Music Siren)'은 죽었는지 혹은 죽어가는지 모를 나비 장난감이 만들어낸 피아노 소리가 경고음처럼 로비를 침범한다. 최선아의 '진지바'(2026)는 14m에 달하는 로비 유리벽에 소조 재료인 스컬피를 손가락으로 눌러 덮어, 가시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겨울 풍경을 감추기도, 또 드러내기도 한다.
고대영의 무성 영상 '파피용(La Papillon)'(2025)은 서신을 통해 대화를 이어가는 작품 제작 방식을 통해 서신 속 자신의 말이 타인에게 닿는 순간 등을 담았다. 이민휘와 최태현은 오는 17일 이 영상 상영과 함께 라이브 공연을 진행한다. 공연 이후 전시 기간에는 공연 실황 소리가 영상과 함께 재생될 예정이다.
전시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무료 관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