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2026년 트럼프 관세정책과 돈로주의 향배는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2026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세계 패권국가인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정세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관세폭탄 정책으로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으며 세계 각지에서 무역 상대국들과 트럼프식 통상협상을 추진해왔다. 미국은 중국 무역굴기에 공세적으로 관세를 부과하여 미·중 간 무역마찰이 장기화하였으나 한국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과 휴전에 합의하였다.
 
지난해 민주당 색깔의 12개 주와 중소기업들이 상호관세의 적법성을 놓고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으며, 트럼프 정부는 1심·2심에서 패배하였다.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재판에 질 것이라는 여론이 우세하다.
 
만일 트럼프 정부가 대법원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후폭풍은 클 것이다.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또다시 짙어질 것이다. 트럼프 2기 정부의 대외정책 핵심인 관세정책이 자유무역 질서를 훼손했다는 비난이 많다. 세계 패권국가인 미국이 관세부과를 통해 보호무역주의 질서를 이끌어 왔는데, 상호관세 위법으로 트럼프 정부의 정당성에 큰 오점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올해 트럼프 정부의 화두는 돈로주의다. 이는 중남미 지역에서 미국 패권을 강화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힘의 외교’와 선택적 고립주의를 지칭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의 군사적 대결을 피하고 있으며,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군사적 충돌을 자제하고 있다. 반면, 미국 이익을 위해 중동에서 이스라엘·하마스 간 휴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였으며, 이란 핵시설까지 공습하는 대담성을 보였다. 또한, 미국 앞마당에 있는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붕괴시키고자 압박하였다.
 
새해 벽두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특수부대를 동원하여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고 미국 법정에 세웠다. 베네수엘라는 친중·친러 국가로 분류된다. 중국은 베네수엘라를 교두보로 삼아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중남미까지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미 정부는 마두로 정권을 ‘눈엣가시’로 여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를 축출하고 막대한 석유 자원을 확보하였다. 중국·러시아는 미국의 마두로 체포가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으며 이 기세를 몰아서 반미 행위를 일삼고 마약 카르텔이 판치는 중남미 국가들에 군사작전을 취하려는 속내를 보인다. 희토류 확보와 러시아·중국의 영향력 차단을 명분으로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확보하려고 한다. 향후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트럼프 정부의 ‘힘의 외교’를 세계 곳곳에서 보게 될 것이다.
 
트럼프는 국방부 명칭을 ‘전쟁부’로 사용하고 있다.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전군 지휘관 회의를 소집하고 “방어가 아니라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66개 국제기구에서 탈퇴할 것이며, 내년 국방예산을 1조5000억 달러로 증액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첫해에 관세정책을 지렛대로 삼아 세계 각국과 통상협상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2년 차인 올해 중남미에서 돈로주의를 구현시키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판결 여부와 상관없이 애당초 계획대로 이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미 대법원의 판결이 위법으로 나올 경우, 발생할 파장을 살펴보자.
 
첫째, 관세를 낸 기업들이 관세환급 신청에 줄을 설 것이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도 지속될 것이며, 미국 재정은 악화할 것이다.
 
둘째, 트럼프 정부와 각각 3500억 달러, 5500억 달러, 6000억 달러의 대미투자를 약속한 한국, 일본, EU 등이 향후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상호관세 위법성에 따라 미국은 각국과 체결한 통상협상 세부 내용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또다시 증폭될 것이다.
 
셋째,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인 공화당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에 지면 자신이 탄핵당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상·하원에서 민주당이 실제로 다수당이 된다면,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은 물론 중남미 등에서 트럼프의 군사적 행동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넷째, 미·중 무역 협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통제를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응할 카드로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으며, 일본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의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미국은 이를 견제할 상호관세라는 핵심 무기를 상실한다는 점에서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는 4월 트럼프의 방중을 앞두고 미·중 양국이 기선제압을 위해 도발적인 통상보복 조치를 가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경주 APEC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겨냥하여 희토류 수출통제라는 초강수 정책을 꺼낸 바 있다. 현재 미·중 간 분위기가 좋지 않다.
 
중국은 대만을 둘러싼 중·일 갈등으로 신경이 날카롭다. 대만에 군사 무기를 판매한 트럼프 정부를 비난하고 있으며, 최근 대만해협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였다. 미국과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은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미·중은 상대편 압박 수단으로 통상문제를 쟁점화할 소지가 있다. 향후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발생할 경우, 트럼프 정부가 희토류로 인해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가 어떠한 대안을 구상하고 있을 것인지 생각해보자.
 
첫째, 대법원에서 상호관세에 위법 판결을 한다고 해도, 트럼프 정부는 기존 다른 무역법들을 적용하여 보호무역주의 대외정책을 지속하려 들 것이다. 세계 패권국으로서 미국은 트럼프 라운드를 유지할 것이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은 서반구에서 군사력 사용을 통한 돈로주의에 주력할 것이다. 특히, 중간선거를 의식하여 중남미 지역의 반미·친중 국가를 집중적으로 압박할 것이다. 베네수엘라와 함께 좌파 성향 반미국가인 쿠바·니카라과는 물론 콜롬비아가 주요 목표가 될 것이다. 서반구에서 중국·러시아의 영향력을 제거하고 미국 위상을 높이려 할 것이다. 위축된 관세정책을 미국의 패권국 지위로 만회하려 들것이다.
 
셋째, 트럼프는 그린란드 소유권 확보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중국의 희토류 독점체제에서 벗어나고자 희토류 세계 매장량의 1/3을 보유하고 있는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 정부는 우크라이나와 광물협정을 체결한 바도 있다.
 
넷째, 한국, 일본, EU 등 미국의 핵우산 속에 있는 국가들이 이미 체결한 대미투자 건을 문제 삼을 경우, 트럼프 정부는 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안보 이슈를 부각할 것이다. 한국의 경우, 트럼프 정부와 핵잠수함 건조 및 우라늄농축·재처리 권한 문제와 관련한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만일 미 정부가 통상문제를 안보와 연계시킨다면, 한국의 재협상 주장이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조선업에서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기에 한·미 간 체결했던 통상협상 합의 틀을 깨기 쉽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기업들로선 상호관세가 없어진다면 당연히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미국이 과거 무역적자 구조를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통상법안을 적용한 전례가 있다. 트럼프 정부도 이를 도입하여 관세정책 기조를 유지하려 들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재명 정부도 트럼프 정부와 통상협상을 보완할 경우를 가정하여,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Pace 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 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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