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종전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구체적 합의 도출에는 이르지 못하면서 크리스마스 이전 휴전 가능성은 사실상 불투명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해상 전장 확대까지 감행하며 협상 주도권 확보에 나서는 한편, 러시아는 미국과의 협상에는 유화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향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지난 주말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회동을 진행했다. 미국 대표단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이끌었으며 우크라이나 측은 루스템 우메로우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 러시아 측은 키릴 드미트리예프 특사가 각각 대표로 나섰다.
위트코프 특사와 우메로우 서기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각각 "지난 3일간 플로리다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미국, 유럽 파트너들과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일련의 회담을 가졌다"고 공동성명을 올렸다. 이들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협의가 20개항 계획, 다자간 안보 보장 체계, 미국의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경제·번영 계획 등 4가지 핵심 문서 조율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이번 회동에서도 의미 있는 돌파구는 마련되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추가 회의 일정이나 합의 시점도 명시되지 않았다.
이번 회동은 미국이 러시아의 요구를 대폭 반영한 28개항 평화계획을 제안하고 우크라이나가 20개항을 역제안한 이후 이뤄졌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과 유사한 수준의 안보 보장을 제시했으며,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 포기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미국의 중재 역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종전안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예의바른 사람들로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크리스마스 및 새해 축하 인사를 보낼 것"이라면서도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제시했거나 제시하려는 제안들은 장기 평화 달성 가능성을 높이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협상 국면에서 군사적 압박 수위를 오히려 끌어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최근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 '그림자 선단' 소속 유조선 4척을 공격했다며 1척은 지중해에서, 나머지 3척은 흑해에서 각각 피격됐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는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유조선 공격을 공식 인정한 첫 사례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군사 자금을 차단하기 위해 분쟁의 무대를 해상으로 확대할 의향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전쟁 확대 의지를 경고하는 동시에, 유럽을 향해서도 대러 제재 강화를 압박하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종전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다른 선택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종전 협상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 다른 선택지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협상 국면에서 전쟁 책임을 유럽과 우크라이나에 돌리는 메시지를 이어가고 있다. 드미트리예프 특사는 "전쟁을 부추기는 세력이 우크라이나를 위한 미국의 평화 계획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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