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기업 경쟁력 살리려면 '전기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국 경제의 한 축인 제조업이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고 있다. 전력 사용량이 크게 늘지 않았는데도 국내 기업들의 전기료 부담은 급격히 증가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 30곳이 전년과 유사한 전력 소비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으로만 약 2조 원에 가까운 추가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부담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최근 몇 년 사이 70% 이상 급등했다. 그 결과 기업들은 생산비용 상승에 시달리고 있으며, 일부는 해외 이전까지 고민하는 상황에 놓였다. 업종에 따라서는 전기료가 제조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전기료는 단순한 공공요금이 아니다. 에너지 비용은 기업 경쟁력의 기초다. 과거 한국 제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에 이르렀고, 이는 기업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와 한국전력의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는 데는 일정 부분 이해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전기료 부담이 기업 경쟁력과 투자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전기료 상승이 이어질 경우 한국은 투자 기피국으로 인식될 위험이 커지고, 일부 기업은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길 수밖에 없게 된다.

전기요금 정책은 단순한 요금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산업 전략의 일부로 다뤄져야 한다. 기업 경쟁력, 고용, 수출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 계절·시간대별 요금 체계의 세분화, 산업 특성을 반영한 특수 요금제 도입 등 다양한 조정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해외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정부는 에너지 집약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높은 에너지 비용이 이미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국가 경쟁력은 결국 비용 경쟁력에서 출발한다. 전기료 정책 역시 기업 경쟁력이라는 기본과 원칙의 관점에서 다시 설계돼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출발점이다.
 
사진Notebooks LM 인포그래픽
[사진=Notebooks LM 인포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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