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감축안 낸 석화업계...신규 자금 지원, 전기료 감면 목소리 커져

  • 대산 이어 여수·울산산단 합의안 도출

  • 정부, 일부 업체에 추가 계획안 요구 가능성

  • 신규 자금, 전기료 감면 등 목소리 커

  • 감축안 효과 반감에 증산 업체 성토 목소리도

대산석유화학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대산석유화학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요구한 자율 구조조정안 제출 시한인 연말을 앞두고 석유화학 업체들이 사업재편계획안을 일제히 제출하면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대산·여수·울산 등 3대 산단에서 나프타분해설비(NCC) 감축 합의가 이뤄진 만큼 애초 정부가 목표로 한 나프타분해설비(NCC) 최대 370만t 감축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대산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업체 간 합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아 논의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고, 내년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가동으로 에틸렌 180만t 증산이 예고되어 감축에 참여한 다른 업체들의 불만이 제기될 전망이다. 석화 업계가 요청한 전기료 감면, 신규 자금 지원 등 직접적인 지원책을 정부가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내일 서울 모처에서 LG화학·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한화토탈에너지스·한화솔루션·DL케미칼·SK지오센트릭·대한유화·GS칼텍스·에쓰오일 등 10개 기업 대표들과 만나 석화 구조조정 중간점검을 진행한다. 

이들 10개 기업은 다양한 석화 제품의 원료가 되는 기초유분(에틸렌)을 생산하기 위한 NCC를 보유한 곳이다.

지난 19일 여천산단의 핵심 기업인 LG화학·GS칼텍스와 여천NCC(한화솔루션·DL케미칼)는 정부에 합작 법인 설립과 자사 NCC 감축 등의 내용이 담긴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산단의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에쓰오일 3사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한 공동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에 계획안을 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연말까지 계획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금융·행정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에서 '데드라인'을 지키고자 구조조정 초안을 제출한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가 일부 업체에 구체적인 계획안을 추가로 제출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앞서 구체적인 감축안과 합작법인 운영계획 등을 도출한 대산산단 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의 사례와 달리 다른 산단에선 감축량 및 합작법인 운영을 두고 업체 간 이견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석화 업체 CEO들을 긴급히 소집한 배경이다. 지원책을 일부 보여주면서 산단 내 업체 간 자율합의에 진전이 생기길 기대하는 모양새다. 다만 업체 간 이견 조율에 시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내년 1분기는 되어야 최종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에선 자율합의가 최종 성사되면 대산 110만t, 여수 137만~170만t, 울산 60만t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부 NCC 감축 목표에 근접하는 수치다. 업체들이 정부 요구를 수용한 만큼 정부가 구체적인 지원안을 발표하길 기대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산업부와 금융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정책금융, 세제 지원, 규제 완화 등의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례로 1호 구조조정 대상인 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의 경우 채무 만기를 연장하고 내년 2월 중 최종 지원 방안이 확정된다. 두 회사는 NCC 운영을 위한 합자회사에 각각 4000억원씩 총 8000억원의 자금을 유상증자로 지원하는 자구책을 제시하면서 정부에 스페셜티(고부가 제품) 전환을 위한 신규 자금 지원과 영구채 발행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축안을 제출한 다른 기업에도 비슷한 수준의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정부가 석화 업계가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는 전기료 감면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현재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4년 동안 지속해서 상승하며 ㎾h(킬로와트시)당 182원 수준까지 올랐다. 중국(127원), 미국(116원) 등보다 크게 높아 원가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전력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공급받을 때 기준가 역할을 하는 전력도매가격(SMP)은 지난달 ㎾h당 100원 밑으로 하락하는 등 전기료 인하 여력도 충분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다른 산업과 형평성, 통상마찰 등을 이유로 들며 전기료 감면 정책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이에 석화 CEO들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에 한해 일시적으로 전기료를 감면하거나 산단 인근 민자 발전소에서 바로 전기를 수급할 수 있도록 하는 안 등을 대안으로 요청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울산을 제외한 다른 두 곳의 산단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된 상황이다.

또 이번 간담회에선 자율감축에 동참하지 않은 기업에 대한 성토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추후 석화 업계에 호황(업턴)이 오면 생산능력(캐파)을 줄이지 않은 기업이 매출·영업이익 면에서 크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에쓰오일은 원유에서 나프타 대신 에틸렌 기초유분을 바로 정제할 수 있는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 기술력을 토대로 샤힌 프로젝트 원가 경쟁력을 자신하며 증산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율감축의 효과가 절반 가량 희석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일각에선 샤힌 프로젝트 가동되면 다른 기업들의 2차 NCC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어두운 전망마저 나온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