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자사주 스와프·PRS·ADR까지...'자사주 꼼수' 규제 전 활발

  • 상법 개정안 앞두고 자사주 처분 '막차 타기' 급물살

 
사진한국거래소
[사진=한국거래소]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시행에 앞서 서둘러 자사주 처분에 나선 상장사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부터 기업 간 주식 맞교환(자사주 스와프), 파생상품인 주가수익스와프(PRS) 활용, 나아가 미국 예탁증서(ADR) 발행 검토까지 방법도 다양하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한 EB 발행에 나선 기업은 20곳에 달한다. 지난 15일 하루에만 제우스, 이글벳, 파인메딕스 등 상장사들이 잇따라 자사주 기반 EB 발행을 공시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및 로봇 전문기업 제우스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85억원 규모의 자사주 교환대상 EB를 발행하기로 했다. 동물용 의약품 전문기업 이글벳과 의료기기 업체 파인메딕스도 각각 17억원(시설자금), 11억원(운영자금) 규모의 자사주 기반 EB 발행을 단행했다.

자사주를 서로 맞교환하는 '자사주 스와프'도 활발하다. 최근에는 무학과 삼성공조, 경방과 일신방직, 구영테크와 삼보모터스 등이 자사주 스와프에 나섰다.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자기주식)를 제3자에게 처분하면 양도받은 제3자는 해당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자사주 의무화 법안 도입 이전에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인 '백기사'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PRS 역시 주요 유동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에코프로그룹은 지난 10월 자회사 에코프로비엠 주식 약 5%(463만주)를 담보로 PRS 형식의 유동화 조달에 성공했다. 티와이홀딩스는 지난 8월 자사주 500만주(발행주식총수 대비 약 9.91%)를 기초자산으로 PRS 계약을 체결했고, 9월에는 바이오플러스가 주가수익PRS를 활용해 18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처분했다.
 
PRS는 자사주를 금융기관에 매각하되 추후 주가 변동 손익을 기업이 보전해 주는 파생상품으로 사실상 자사주 담보 대출과 유사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월 “EB 규제 강화 이후 PRS로 이동하는 편법이 나타나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규제를 예고했다. 하지만 상법 개정안 시행 전 자사주를 미리 활용하려는 기업들 사이에서 PRS는 여전히 유효한 유동화 수단이자 주요한 처리 방안으로 활발히 검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미국 증시 상장을 염두에 둔 ADR(미국 예탁증서) 발행도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보유 자사주를 미국주식예탁증서(ADR)로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다. 다만 SK하이닉스가 활용 가능한 자사주는 발행주식총수의 약 2.4%(약 10조원) 수준에 불과해 미국 시장에서 유의미한 거래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미국 증시에서 10조원 규모는 사실상 스몰캡에 해당해 글로벌 펀드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TSMC는 ADR 하루 거래량만 5조원에 달한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물량으로는 의미가 없고, 차라리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 뒤 20조~30조원 규모로 추가 매입해 ADR을 발행하는 방식이 진정한 밸류업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이처럼 자사주 처분에 몰두하는 이유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강력한 규제 법안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오기형 의원(코스피5000특위 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신규 취득한 자사주는 1년 이내에 소각해야 하며 기존 보유 자사주는 6개월의 유예 기간 내에 처리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업들의 반발을 고려해 지난 15일 기존 보유분에 대해서는 1년의 처분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으나, 법 시행 이후에는 자사주를 교환·상환·질권(담보) 대상으로 활용하는 것 자체가 금지된다. 소각 대신 처분을 선택하더라도 반드시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야 하는 등 절차 역시 크게 까다로워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활용이 사실상 봉쇄되는 만큼 법 시행 이전에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하려는 움직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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