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연봉 900만원의 운전사?...테슬라와 현대차

테슬라코리아가 소셜미디어 X에 공개한 국내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 테스트 영상 중 한 장면 사진테슬라코리아 공식 X
테슬라코리아가 소셜미디어 X에 공개한 국내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 테스트 영상 중 한 장면 [사진=테슬라코리아 공식 X]

"FSD는 단순 운전 편의 향상을 위한 유료 옵션이 아님을 입증했다. 가령 연봉 4000만원의 운전기사를 900만원에 고용할 수 있다면 (나는) 선택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차량 구매 경험'의 전환이다. 테슬라가 자동차 기능의 본질을 또 한번 바꿨다."
 
테슬라 운전보조시스템인 FSD(Full Self Driving)에 대한 후기다. 국내 옵션가 904만원에 책정된 테슬라 FSD가 단순히 '비싸다, 싸다'의 개념을 넘어 차량 구매 목적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에서 생산된 4세대 하드웨어(HW4)사양의 테슬라 모델S와 모델X에 적용되는 FSD는 차량에 탑재된 8개의 카메라와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신호등, 보행자, 교차로, 도로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자율주행하는 기술이다.

실제 유튜브에 공개된 다수의 FSD 영상을 보니 AI가 신호 인식은 물론이고 앞 차 급정거나 자전거·오토바이 등장에도 능숙하게 방어 운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갑작스러운 폭설에 도로 위에 널부러져있던 중앙 분리대 이탈 구조물도 테슬라 FSD는 여유 있게 피해갔다. 운전 경력 십수년 이상의 베테랑다운 면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국내 소비자들도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테슬라의 FSD가 비교적 간소한 인증 절차로 한국에 들어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미 FTA는 미국 인증 기준을 통과한 미국산 차량에 한국 인증 일부를 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테슬라 FSD도 '한·미 FTA 프리패스'를 통해 본사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지 한국에 출시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전동화에서 빠른 속도로 존재감을 키워온 현대차그룹 내부는 긴장감이 높다. 이번 이슈가 단순한 경쟁 심화를 넘어 자율주행 패러다임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FSD가 위협적인 이유는 기술 자체보다 생태계의 완성도에 있다. 테슬라는 수백만 대의 차량에서 수집한 주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FSD의 알고리즘을 매일 업데이트한다. 데이터 축적 속도는 사실상 글로벌 어느 기업도 따라잡기 어렵다. '소프트웨어-데이터-학습' 삼각순환으로 강화되는 FSD는 현대차그룹이 한국에서 확보해온 테스트베드 우위를 흔들 수 있다.
 
만약 테슬라가 한국에 FSD 기반의 구독형 소프트웨어 수익 모델을 본격 도입하면 가격 경쟁력은 물론 소비자의 인식 구조도 크게 바뀔 수 있다. 전기차 선택 기준이 배터리 성능에서 소프트웨어 경험으로 전환되면 국내 완성차들은 기존 내연기관 시대의 프레임보다 훨씬 넓은 차원의 경쟁을 감당해야 한다. 차량 안전성, 기능, 디자인, 서비스뿐 아니라 차량이 실제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경험 전체가 비교 대상이 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현대차그룹의 '로컬라이징(지역 최적화기술)'이다. 국내 복잡한 도로환경, 고정밀지도 인프라, 도심 자율주행 실증지역 등은 테슬라의 '맵리스' 접근으로는 단기간 극복이 어렵다. 문제는 이 장벽이 기술력뿐 아니라 정책·규제·시장 구조가 함께 뒷받침될 때 강화된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건 정책 환경의 비대칭성이다. 한·미 FTA로 테슬라 FSD가 상대적으로 적은 기술 인증으로 국내에 도입되면 현대차그룹이 국내 자율주행 레벨3·레벨4 서비스를 상용화하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규제 비용보다 훨씬 낮은 장벽을 테슬라가 누리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기술 기업들의 혁신 의지를 꺾는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테슬라 FSD의 국내 상륙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기업의 공정한 경쟁 환경과 기술 축적을 독려하는 복잡한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이끄는 현대차그룹도 또다시 시험대에 섰다. 산업계와 정부가 부디 이 위기를 자율주행 도약의 계기로 전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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