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조선업 반격 시동...'조선판 라피더스'로 공급망 통합 나선다

  • 해운 3사·조선 대기업이 처음으로 자본 한몸체제 구축...차세대 선박 개발

일본 에히메현 이마바리시에 있는 조선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본 에히메현 이마바리시에 있는 조선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본 해운·조선 대기업이 차세대 선박 개발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손을 맞잡는 '조선판 라피더스' 구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조선업 부흥을 목표로 하는 가운데 해운사와 조선사가 자본 조달을 통해 손잡으며 중국·한국에 밀린 조선 산업 부활을 노리고 있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우선(NYK), 쇼센미츠이, 가와사키키센 등 일본 해운 3사는 선박 설계사 '마일즈'에 자본 참여하기로 했다. 2013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설계 및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된 마일즈는 메탄올·암모니아 상선과 액화 이산화탄소(CO2) 운반선 등 차세대 선박을 개발 중이다.

현재 마일즈의 지분은 미쓰비시중공업이 51%, 이마바리조선이 4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해운 3사가 이마바리조선의 지분 일부를 넘겨받는 방식으로 출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해운 3사의 출자 비율은 동일할 전망이다.

해운사와 조선사가 자본 단계에서부터 손을 맞잡고 선박 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일본에서 사상 처음이다. 이에 닛케이는 "중국과 한국에 밀려 열세가 된 일본 조선산업을 부흥하는 발판으로 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마일즈는 일본 반도체 산업 재건을 위해 지난 2022년 도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등 일본 주요 8개 대기업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의 조선판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일즈는 지금까지 미쓰비시중공업 자회사인 미쓰비시 조선, 이마바리조선,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 일본 쉽야드 등 총 7개사와 액화 CO2 운반선 개발을 협력해왔다. 해운 3사의 마일즈 출자를 통해 액화 CO2 운반선의 실용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 3사가 이번 출자에 나선 이유는 마일즈를 일본 조선 설계의 '공통 기반'으로 키우려는 목적도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선박이 주문제작 중심이라 선형이 제각각이고 생산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운·조선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공통 설계 플랫폼을 구축해 국내 조선소 전반에 적용해 생산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자국 내 조선소에 발주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우선은 출자와 별도로 국내 조선소 우선 발주와 액화 CO2 운반선의 국내 조달을 고려 중이다. 또 2028년까지 LNG 운반선을 130척으로 40% 늘릴 계획이며 지금까지 한국·중국에 맡기던 발주를 일본으로 일부 돌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소가 다카야 일본우편 사장은 "조선소가 재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일본의 선사로서도 책임을 제대로 다하겠다"고 말했다. 발주 수는 국내 조선소의 여력을 보면서 조정한다.

일본은 조선업을 경제안보 핵심 산업으로 규정해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21일 2035년까지 건조량을 전년 대비 두 배로 늘리기 위한 1조 엔(9조3800억원) 규모 관민 기금 조성 방침을 발표했다.

이처럼 일본 정부는 조선과 반도체를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의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규제 완화와 재정 투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일 조선업을 포함한 15개 전략 분야에 대해 독점금지법 적용 기준을 완화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실제로 국제 경쟁이 치열한 분야는 국내 점유율이 높아도 경쟁 제한으로 보지 않는다며 점유율이 50% 넘는 이마바리조선의 JMU 자회사화를 승인했다.

또 희토류처럼 공급망이 불안정한 영역에서는 기업 간 정보 공유와 공동 조달을 허용하고 시장 축소 산업에서는 사업 지속 의향 공유는 가능하되 생산량·가격 등 미래 거래 조건을 정하는 행위는 금지한다는 기준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22일 자국 반도체 제조 기업인 라피더스에 2027회계연도(2027년 4월~2028년 3월)까지의 연도별 출자·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1970~80년대 세계 조선 점유율 절반을 차지하며 세계 1위를 차지했지만 한국, 중국 등에 자리를 내준 가운데 신규 조선 수주량이 2004년 35.8%에서 2024년에는 12.8% 정도로 곤두박질쳤다. 앞으로는 8%까지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일본 정부가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닛케이는 일본 조선업의 설계 표준화 지연이 글로벌 경쟁력 약화의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조선 시장 점유율을 가진 중국은 설계 분야를 상하이 선박 연구 설계원(SDARI)에 집중함으로써 생산 효율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한편 닛케이는 조선 산업 발전이 일본의 경제 안보뿐만 아니라 미국 조선 산업 부흥을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일 협력 계획에 있어서도 중요한 요소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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