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 in] 1500년 인삼의 고장, 금산

충남 금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인삼'이다. 1500년 넘게 이어진 재배 역사와 전국 생산·유통의 중심지라는 역할이 금산을 단순한 농산물 산지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권으로 만들었다. 최근 충남문화관광재단과 금산군, 농림축산식품부, 한식진흥원이 함께 내놓은 'K-미식벨트 금산 인삼 미식투어'는 이런 금산의 뿌리를 여행자의 동선 속으로 자연스럽게 엮어낸 프로그램이다. 금산의 역사·문화·풍경 사이에서 인삼이 어떻게 살아 움직여 왔는지를 경험하는 여정이다.
개삼터 사진충남문화관광재단
개삼터 [사진=충남문화관광재단]
개삼터...금산 인삼 재배의 시작을 기억하다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는 금산 인삼의 기원을 전하는 개삼터 공원이다. 금산읍 남이면 개삼로 산자락에 자리한 이곳은 '금산에서 처음 인삼을 심은 곳'이라는 전승을 바탕으로 조성됐다.

전해지는 이야기는 이렇다. 진악산 아래에서 홀어머니를 모시던 강씨 성의 선비가 어머니 병을 치유하기 위해 관음굴에서 기도를 올렸고, 산신령이 알려준 붉은 열매의 뿌리를 달여 드린 뒤 병이 나았다는 설화다. 강 처사는 그 씨앗을 지금의 성곡리 일대에 심었다고 하며, 이것이 금산 인삼 재배의 출발점으로 전해진다.

공원에는 산신령과 강 처사의 이야기를 형상화한 '개삼각'과 강 처사의 집 모형이 설치돼 있어 설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구성돼 있다. 금산 인삼축제 기간에는 인삼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개삼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금산인삼 사진충남문화관광재단
금산인삼 [사진=충남문화관광재단]
기후·토양·가공...금산인삼의 경쟁력 높이다

금산 인삼은 오랫동안 '작지만 단단한 인삼', '백삼 가공의 본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금산 지역은 일교차가 크고 토양 배수가 좋아 인삼 생육에 적합한 환경을 갖췄다. 금산에서 가공되는 백삼은 뿌리 고유의 형태가 잘 살아 있고, 건조 과정에서 색이 순백에 가깝게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다.

금산 인삼의 사포닌 함량이 평균 5%대(약 5.2%)라는 점도 많이 언급되는 부분이다. 인삼 성분은 토양·기후·채취 시기의 영향을 받는데, 금산 지역에서는 7월부터 10월까지 이른바 '여름 인삼' 채취가 이어지며 이 시기의 인삼 품질이 높다는 평가가 있다. 전국 인삼 생산량의 80%가 금산인삼시장을 거쳐 거래되는 만큼, 품질 관리와 유통 구조도 비교적 체계적이다.
금산인삼관 사진충남문화관광재단
금산인삼관 [사진=충남문화관광재단]
인삼의 어제와 오늘을 만나다

금산인삼관은 금산 인삼의 역사와 효능, 재배 방식 등을 정리해 놓은 공간이다. 인삼과 관련된 교육 자료, 품종·가공 기술, 복용법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아 여행 동선 속에서 배경지식을 쌓기에 좋다. 1층 로비에서는 금산인삼제에서 선발된 우수 인삼들을 전시하고 있어, 인삼의 품질 기준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이어지는 금산인삼시장과 금산인삼약초시장은 금산의 현재를 보여주는 대표 장소다. 생산·가공·유통 업체 190여 곳이 자리하고 있으며, 국내 인삼과 약초가 집산되는 거대한 시장이다. 건삼·홍삼뿐 아니라 인삼을 활용한 간식과 음료 등 다양한 상품을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다.
월영산 출렁다리 사진충남문화관광재단
월영산 출렁다리 [사진=충남문화관광재단]
금산의 절경을 만끽하다

금산과 영동의 경계에 선 월영산 출렁다리는 여행 중 짧은 휴식 같은 구간이다. 2022년 개통된 이 출렁다리는 높이 45m, 길이 275m 규모로 월영산과 부엉산 사이를 잇는다. 주탑 없이 설계된 무주탑 구조라 다리 한가운데에서는 출렁임이 더 크게 체감된다.

출렁다리까지 오르는 길은 왕복 30분 내외의 산책 코스로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금강 상류의 물줄기와 계곡 숲 풍경이 어우러져 인삼밭을 둘러보던 풍경과는 또 다른 금산의 자연을 보여준다.
보석사 사진충남문화관광재단
보석사 [사진=충남문화관광재단]
보석사는 진악산 자락에 자리한 사찰로, 창건은 885년경으로 전한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이후 다시 중창됐으며, 현재는 마곡사의 말사다. 사찰 일주문에서 대웅전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조용한 전나무 숲길이 이어져 산사의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든다.

보석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은 천연기념물 제365호로 지정된 은행나무다. 높이 약 26m, 둘레 10m가 넘는 거대한 나무로, 수령은 100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뿌리 부분에서 여러 갈래의 새싹이 자라나 나무 하나가 작은 숲처럼 보이는 독특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이 나무는 조구 대사가 사찰 창건 당시 심었다는 전승이 있고, 역사적 사건 때 울음소리를 냈다는 이야기가 지역에 남아 있다.
어죽 사진충남문화관광재단
어죽 [사진=충남문화관광재단]
금산 인삼 미식투어로 여행에 정점을 찍다

K-미식벨트 금산 인삼 미식투어는 인삼 재배지의 역사, 금산인삼의 특성, 인삼을 활용한 음식과 체험을 하루 일정 안에 담아낸 프로그램이다. 식품명인 김창수 명인의 인삼주 시음, 신안골모퉁이 농부형제와 함께하는 인삼 삼계탕 체험, 인삼 캐기와 인삼 디저트 클래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노랑풍선 홈페이지에서 예약 가능하며, 예약 고객에게는 소정의 웰컴키트도 제공된다.

금산은 오랫동안 인삼을 중심으로 지역의 산업·문화·축제가 형성돼 왔다. 이 여행은 단순한 미식 체험을 넘어 금산이라는 지역이 인삼을 통해 쌓아 올린 시간과 환경을 함께 이해하는 기회가 된다. 인삼 한 뿌리가 자라는 토양과 사람들, 그 이야기를 직접 걷고 맛보는 여정이 바로 'K-미식벨트 금산'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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