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동물사랑 나눔뱅크' 중단 논란..."대안 없는 행정"

  • 김광명 시의원, 5분 발언서 '반려동물 복지 행정' 정조준

그래픽박연진 기자
[그래픽=박연진 기자]


부산시가 6년간 이어오던 반려동물 지원 사업을 지난 7월 돌연 중단한 것을 두고 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사업이 지속적인 성과를 내왔음에도 부산시가 법적 제약을 이유로 중단을 선택한 결정에 대해 “행정 책임을 회피한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

부산광역시의회 해양도시안전위원회 김광명 의원(국민의힘, 남구4)은 지난 21일 열린 제332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부산시가 지난 7월 갑작스럽게 ‘동물사랑 나눔뱅크’ 사업을 중단한 배경을 강하게 문제 삼으며, 시가 법과 제도 안에서 충분히 추진 가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21일 제332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부산시가 중단한 ‘동물사랑 나눔뱅크’ 사업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부산시가 기부금품법 저촉을 이유로 손을 떼 버렸다”며 “법의 한계를 말하기 전에,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이 행정의 책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물사랑 나눔뱅크’는 2018년 시작된 부산시 반려동물 복지 사업이다. 반려동물 관련 기업이 기부한 사료와 용품을 동물보호단체에 지원해 유기·보호동물의 양육 환경을 개선하는 구조다.

첫 해 4300여㎏의 사료와 간식을 모았고, 2024년에는 85000여㎏ 규모의 물품을 8개 단체에 후원할 만큼 꾸준히 성장해 왔다. 기업에는 사회 공헌의 통로가, 보호단체에는 생계 걱정을 덜어주는 안전판이 되어온 셈이다.

그러나 부산시는 지난 7월 기부금품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사업을 중단했다. 지자체가 직접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다는 조항이 걸림돌이라는 설명이다.

겉으로는 법령 준수를 내세웠지만, 현장에서는 “시가 문제를 풀 생각은 하지 않고 가장 쉬운 선택을 했다”는 냉담한 반응이 나온다.

김 의원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본회의장에서 “기부금품법은 지자체의 직접 모집을 제한하는 것이지, 기업에서 자발적으로 들어오는 기부까지 막는 법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어 “부산시 기부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치면 사업은 계속 추진할 수 있다”며 “법을 이유로 사업을 접었다는 것은 검토를 덜 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그의 발언은 문제 제기와 함께 정책적 방향과 실행 방안까지 제시하는 형태로 전개됐다.

김 의원은 “반려동물 관련 정책을 독립된 행정 분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체계적 추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기동물 보호소 지원, 입양 문화 확산, 책임 있는 양육 교육 등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도시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로는 경기도 사례를 언급했다. 경기도는 한국마사회, 대한적십자사와 협약을 맺고 유기·반려동물 물품꾸러미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방정부와 공공기관, 민간이 함께 참여해 법 테두리 안에서 기부와 지원 구조를 만든 대표적 민관협력 모델이다.

김 의원은 “경기도는 같은 제도 안에서도 해법을 찾았다”며 “부산시도 어려운 점만 말할 것이 아니라, 잘하는 곳을 벤치마킹해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로 제시된 카드는 ‘동물사랑 나눔공간’ 구상이다. 부산시는 이미 반려동물 복지문화센터 조성을 추진 중이다.

김 의원은 이 공간 안에 사료와 용품을 나누는 상설 나눔존을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기부를 원하는 기업과 시민이 물품을 기탁하고, 동물보호단체와 입양가정, 취약계층 반려인 등이 필요한 만큼 찾아가는 구조다.

그는 “부산의 몇몇 기초지자체는 이미 ‘진구네 곳간’, ‘동구희망나눔점빵’ 같은 이름으로 기부·후원 물품을 주민에게 나누고 있다”며 “이 모델을 반려동물 사료와 용품으로 연장하면 전국에서 처음으로 ‘동물사랑 나눔공간’이라는 새로운 복지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언의 초점은 ‘사업 중단’이라는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행정의 태도에 맞춰져 있다.

김 의원은 “시가 직접 나서서 기부를 강요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면서도 “이미 자발적인 기부가 이어져 왔고, 현장에서 분명한 수요가 있는 만큼 이를 제도화하고 안전하게 운영할 방안을 찾는 것이 바로 행정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시민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동물복지는 더 이상 주변부 의제가 아니라 도시 복지의 한 축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정책과 정치 측면에서 이번 문제 제기는 향후 부산시 반려동물 정책 방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시가 ‘중단’이라는 선택에서 ‘재설계’로 방향을 틀 경우, 동물사랑 나눔뱅크는 단순한 물품 지원 사업을 넘어 민관협력형 복지 플랫폼으로 재탄생할 여지도 있다. 반대로 뚜렷한 대안 없이 현 상태를 유지할 경우, 시의회의 견제와 시민사회의 비판은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김 의원은 발언을 마무리하며 “부산시가 책임 있는 행정을 통해 중단된 사업의 취지를 이어가고, 반려동물 복지 증진에 앞장서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주문했다.

법령 준수와 행정 편의 사이에서 어디에 기준을 둘 것인지,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도시 부산의 선택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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