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자본 리쇼어링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 투자발 외화 유출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제조업을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이뤄지면 국내 제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취약한 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9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1.2% 감소했다. 반도체 생산은 1.9% 증가한 반면 자동차(-18.3%), 기계장비(-6.9%) 등에서 감소한 영향이 컸다.
위기가 커지고 있는 제조업도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며 기업들이 대미 투자 확대 기조를 보이고 있다. 해외 투자가 늘어나면 '실탄'이 부족해진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국내 설비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 현대차그룹, LG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은 지난 16일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대미 투자와 별개로 국내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 이행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중론이다. 제한된 투자 재원을 가진 기업으로서는 양국 모두에 투자하는 것이 부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막대한 국부가 국내 생산적 투자처 대신 미국으로 유출되는 것은 기회비용 발생뿐 아니라 제조업 공동화 우려를 자극한다"며 "정부는 유출되는 자본과 투자 기회를 상쇄할 만큼 대내 정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 비중이 큰 제조업이 흔들리면 위기는 지역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국가데이터처 '2025년 2분기 임금 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2분기 제조업 일자리는 1만3000개 증발했다. 지난 1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으며 감소 폭도 소폭 확대됐다.
만일 제조업 공동화로 인해 고용 위기가 빚어지면 연관 산업으로 연쇄적 침체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제조업 부활을 외친 미국으로 조선업과 철강업 등 국내 주력 산업이 대거 '미국행'에 나서면 이미 어려움을 겪는 지역 경제는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해외로 향하는 제조 기업들을 국내로 되돌리기 위한 '유턴 기업'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지난해 유턴기업 선정 문턱을 낮추고 지원을 확대해 왔지만 실질적 효과는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다.
실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유턴 기업 수는 11개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13개)보다 적으며 연간 기준으로 감소할 공산이 크다.
공급망 안보 측면에서도 우려가 따른다. 단기적으로는 리스크 분산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특정국 투자 편중이 심화되면 기존 공급망이 약화되고 국내 산업의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중간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던 국가와 수출입 관계가 느슨해지면 공급망 변화가 불가피하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급망 변화는 결국 공급망 안보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국 요소수 사태처럼 핵심 부품을 적시에 조달하지 못하면 국내 산업이 멈춰 설 위험이 있다. 기업의 대미 투자가 향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존에 중국·동남아 등에 구축해온 공급망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