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hina Hi‑Tech Fair(CHTF)이 올해도 Shenzhen 월드 전시컨벤션센터에서 11월 14일부터 16일까지 개최된다. 1998년 첫 회 이후 27년간 이어져 온 이 행사는 단순한 기술박람회를 넘어, 중국이 미래 기술 전략을 실험하고 해외에 공개하는 상징적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전시장 곳곳을 메운 기술 기업과 바이어, 그리고 도시 전반에 퍼지는 산업적 열기는 심천(선전)이 왜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다.
CHTF의 특징은 규모보다 도시와 산업이 동시에 진화하는 속도에 있다. 50만㎡(축구장 약 70개) 규모 전시장에는 AI·로봇·스마트제조·신에너지·바이오·디지털콘텐츠 등 중국 정부가 집중 육성 중인 산업이 총망라돼 있다. 3천여개의 전시 부스에는 50만명의 관람객이 찾아올 전망이다.특히 올해는 AI 반도체, 자율주행 로봇,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는 분야의 전시가 눈에 띄게 확대됐다. 기술 간 경계가 점점 옅어지고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이 긴밀히 연결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원래 제조 중심 도시였던 심천은 지난 10여 년간 기술 기업의 집적을 통해 완전히 다른 도시로 변모했다. DJI, BYD, 텐센트(Tencent), 화웨이(Huawei) 등 대표 기술기업들이 모두 이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이들 기업의 연구개발이 전시 안팎에서 도시의 산업적 방향성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CHTF는 바로 이 도시의 산업구조 변화와 미래전략을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창구다.
이번 전시를 보며 가장 크게 체감한 점은, 중국이 전시회를 ‘기술 → 실증 → 사업화’로 연결하는 국가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각 기업 부스에서는 기술 시연뿐 아니라 실제 도시 적용 사례, 투자·파트너십 연계 프로그램이 동시에 운영된다. 산업 생태계 전반을 엮는 이러한 구조는 한국도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미·중 AI 패권경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이 ‘AI 3대 강국 도약’을 선언한 만큼, 이번 페어는 한국 기업과 정부가 주목해야 할 벤치마킹 무대다. AI·반도체·자율주행 등 주요 기술이 심천 행사장을 통해 공개되는 만큼, 국내 기업도 단순 제품 홍보를 넘어 현지 생태계와의 협업모델, 문제해결형 솔루션 제안, 그리고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해외 기업들의 참여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바이오·스마트제조·로봇 분야에서는 한국의 기술경쟁력이 여전히 주목받고 있으며, 중국 및 동남아 바이어들의 방문도 활발하다. 다만 전시 전략은 보다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단순 기술 소개를 넘어, 현지 도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 중심 제안과 현지 산업 생태계와의 협력 모델 제시가 향후 글로벌 전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CHTF가 다시 열린다는 것은 단순히 ‘행사가 열린다’는 의미를 넘는다. 이는 중국 기술산업의 방향을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이자, 도시가 어떤 미래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신호다. 전시장은 그 신호를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공간이다. 한국 기업과 MICE 산업도 이러한 흐름을 주의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심천의 기술생태계는 여전히 확장 중이다. 그리고 중국 하이테크 페어는 그 확장의 중심에서 올해도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다.
“기술의 미래는 이미 도시의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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