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삼성·애플 등 대기업 투자로 글로벌 공급망 '핵심 고리'로 부상

  • FDI, 수출 동반 증가세

베트남 타이응우옌에 있는 삼성 공장 사진삼성 베트남
베트남 타이응우옌에 있는 삼성 공장 [사진=삼성 베트남]
베트남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과 애플 등 다국적 기업들이 생산 거점을 잇달아 이전하면서 베트남은 첨단기술과 제조업 분야에서 새로운 '황금의 목적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외국인직접투자(FDI)와 수출이 모두 증가하는 등 베트남은 2025년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각) 베트남 상공회의소 산하 매체가 통계청 발표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베트남에 등록된 FDI 자본은 285억4000만 달러(약 41조7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집행된 FDI는 213억 달러로 8.8% 늘었고, 제조업 부문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한 신규 허가 자본 측면에서 보면 가공 및 제조업이 79억7000만 달러로 전체의 56.7%를 기록했고, 부동산이 19.5%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전자·컴퓨터·부품 품목의 수출액은 770억 달러를 넘어서며 국가 수출의 주축이 됐고, 수입은 1100억 달러에 달했다. 이처럼 수출입 규모가 동시에 확대된 것은 삼성과 LG, 폭스콘, 인텔 등 글로벌 전자 대기업들의 생산 확대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은 현재까지 베트남에 2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박닌과 타이응우옌에 위치한 SEV와 SEVT 단지는 삼성 스마트폰 생산량의 절반을 담당하며 그룹의 세계 최대 생산기지로 운영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과 삼성전기 베트남도 꾸준히 설비를 확장하고 있다. 또한 하노이에 설립된 2억2000만 달러 규모의 연구개발(R&D) 센터는 인공지능(AI)과 5G 연구의 거점으로 기능하며 베트남을 생산 중심지에서 혁신 허브로 전환시키고 있다.

애플 또한 베트남에서 생산 협력업체를 35곳으로 늘리며 동남아 최대 생산 허브로 육성했다. 올해 전 세계 에어팟 생산의 65%, 애플워치의 20%, 맥북의 5%를 베트남에서 담당할 전망이다. 이와 같은 생산 확대는 베트남이 전자·IT 제품의 글로벌 가치 사슬 내에서 전략적 위치를 확보하게 된 결정적 요인이다.

프랑스 전기장비 제조사 르그랑 역시 미국의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일부 생산을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르그랑의 브누아 코카르 최고경영자(CEO)는 "베트남의 두 번째 공장 가동이 두 달 전에 시작됐다"며 "합리적인 투자비용으로 공급망 리스크를 낮출 수 있었다"고 밝혔다.

패션 및 신발 산업에서도 나이키, 아디다스, 유니클로, 데카트론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베트남으로 생산 기지를 확대하는 상황이다. 베트남 피혁·신발·가방 협회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은 나이키와 아디다스 신발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며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신발 수출국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 확장은 베트남의 노동시장에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산업 구조를 다각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베트남의 경쟁력은 단순히 비용 절감에만 있지 않다. 아시아 주요 해상 항로의 중심에 위치한 지정학적 이점, 젊고 기술 습득 능력이 높은 인력, 그리고 다수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인한 개방적 정책 환경이 결합되어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EU-베트남 자유무역협정(EVFTA), 역내포괄자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광범위한 FTA는 베트남 기업들이 50개국 이상 시장에 우대세율로 진출할 수 있게 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 앤 컴퍼니는 최근 보고서에서 "베트남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우수한 성과를 내는 경제"라며 "정치적 안정과 정책 개혁이 지속될 경우 베트남은 단순한 생산 기지를 넘어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의 균형축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베트남이 이러한 기회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물류 인프라 개선, 행정 절차 간소화, 첨단 기술 인력 양성 등 구조적인 과제가 남아있긴 하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투자 유치'에서 '투자 협력'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며 녹색 성장, 반도체 산업 육성, 디지털 전환 정책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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