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소비와 경제를 살리는 길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소비와 경제를 살리는 길
 
 
현재의 한국 경제는 말 그대로 풍전등화다. 전 세계가 트럼프의 관세 태풍으로 앞을 제대로 못 가누는 데다 우리는 경제성장 등불이 0%대로 깜박이고 있은 지 오래되었다. 이런 판국에 경제를 살리는 유일한 길은 소비회복인 것이 사실이고 그런 점에서 지난 7월 21일부터 시행된 민생회복 소비지원금은 적절한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7월부터 1인당 15만원에서 40만원까지 총 약 8조5000억원이 지원된 제1차 민생회복 소비지원금(이하 지원금)의 집행기간이 끝나고 9월부터 약 5조원 규모의 2차 지원금이 지급되고 있다. 사용처가 지역사랑 상품권 가맹점이나 카드의 경우 연 매출액 30억원 이하 매장으로 제한되기는 했지만 지원금에 따른 소비증대효과는 금년 하반기 중에 나타날 것이다.
 
지원금의 소비심리 개선효과는 확실하나 수명이 짧아
 
한국은행이 9월에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지원금 지급시기를 전후하여 소비자의 소비자심리지수나 소비지출전망은 확실히 개선되었다. [표.1]에서 보듯이 7월의 소비자심리지수는 110.8로 4월의 93.8 에 비해 7.0포인트 개선되었다. 소비지출전망도 주거비지출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4월보다는 높아졌다. 예컨대 내구재의 경우 4월 지수는 91이었으나 7월에는 96으로 높아졌고 의류비나 외식비도 각각 94에서 98, 92에서 98로 상승했다. 그렇지만 소비자심리나 소비지출전망지수의 상승효과는 수명이 매우 짧아서 9월에는 대부분의 항목에서 7월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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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한 8월의 소비진작 효과
 
경상기준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8월에 1.4% 증가하여 7월 4.0%보다는 낮아졌지만 2025년 2분기 1.1%보다는 조금 높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슈퍼(수퍼)의 경우만 8월이 7월과 2분기보다 악화되었으며 편의점, 전문소매점 및 무인점포의 경우에는 8월 경상소매판매액 증가율은 7월에 비해서는 악화되었지만 2분기보다는 좋아졌다. 결국 8월의 경상소매판매액 증가율은 2025년 2분기보다는 높았으나 7월보다는 대체로 낮아서 지원금이 즉각적으로 경상소매판매액 증가율을 높이는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지원금에 따른 슈퍼의 소비진작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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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재의 특성에 따라 내구재, 준내구재, 비내구재로 구분해 보면 내구재와 비내구재의 8월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7월이나 2분기보다 낮으나 준내구재의 경우에는 8월 증가율이 7월 증가율은 물론 2분기보다 높다. 결국 8월 지원금이 지급으로 소매판매액 증가율이 상승한 소비재는 신발, 의복, 안경 등과 같은 준내구재였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8월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도 소매판매액 증가율과 비슷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즉 8월의 숙박, 도매 및 소매업 생산증가율은 7월보다 낮다. 2025년 2분기와 비교하면 숙박업 생산증가율은 나빠졌고 도매나 소매 부문은 2025년 2분기보다는 나아졌다.
 
8조원이 넘는 소비지원금에도 불구하고 소비증가효과가 생각처럼 뚜렷하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첫째로 금년 경제성장률은 1% 미만으로 2.0%였던 2024년에 비해 절반 정도로 낮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원금의 효과는 소매판매를 뚜렷이 증가시키기보다는 소매판매 감소율을 축소시키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둘째로 8조5000억원 규모의 지원금은 소매판매액 증가율을 높일 정도로 크지 못하다는 점이다. 2024년 연간 소매판매액은 641조원으로 8조5000억 원의 지원금은 1.3%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원금 총예산 13조원이 모두 집행된다고 하더라도 2%에 못 미치는 적은 금액이어서 괄목할 만한 소비증가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일 수 있다. 셋째로 지원금이 안경, 신발, 운동용품과 같은 준내구재 소비로 쏠려서 지출되었다면 비내구재를 주로 판매하는 슈퍼나 편의점의 소매판매는 거의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넷째로 기저효과다. 2024년 추석은 9월 중순에 있었으므로 8월 소매판매가 크게 증가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추석이 10월 초에 있는 금년에는 8월 소비가 크게 늘어났다고 하더라도 기저효과 때문에 증가율이 작게 나타날 수가 있다. 또한 2025년 7월에 삼성이 신모델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7월 소비가 크게 늘면서 전월대비 8월 소비증가율이 작게 나타날 수도 있다.
 
소비와 경제를 살리는 길
 
몇 차례에 걸친 지원금 지급에 따라 국민들이 어떻게 소비하는지에 대한 통계자료가 입수되면서 지원금제도에 대한 향후 정책적 개선방향도 설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2700조원 규모의 명목 GDP, 그리고 600조원이 넘는 소매판매규모를 감안할 때 10조원 규모의 지원금으로 경제성장률이나 소매판매액 증가율을 높이는 것은 실제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지원금은 거시적인 경제성장 정책의 수단이 아니라 가계소득 하위 계층, 청소년, 실업자, 휴직자, 노약자, 신혼, 다자녀가구와 같은 특수계층에 대한 생필품 혹은 필수 서비스지출비용 중심의 소비지원으로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로, 지원금이 소비심리나 소비자 지출전망지수를 높일 수는 있지만 그 효과는 매우 단기적이어서 일부 품목에 대한 부가가치세율 인하 혹은 부가가치세 환급과 같은 보다 장기적인 심리개선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로, 근본적으로 소비를 진작시키려면 기업활동과 고용이 활성화 되어야 하므로 기업친화적인 정책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개혁적 정책들은 어느 정도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끝으로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국가핵심 인프라 부문의 혁신투자가 시급하다고 판단된다. 노후된 교량, 도로, 철도, 통신, 상하수도, 전력망 등 사회필수 시설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여 경제성장률과 소비를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국가 핵심 인프라를 혁신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트럼프 2.0으로 경색되어가는 세계교역 환경을 생각할 때 인프라 혁신은 더욱 필요하지 않겠는가.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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