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민단속 요원, 자국민에 총격…주방위군 투입 앞두고 시위 격화

미국 시카고 이민 단속 반발 시위 현장.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시카고에서 연방정부 이민단속 요원이 미국 시민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이 발생해 이민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오전 시카고 남서부 지역에서 이민단속 중이던 연방 요원이 미국 시민권자인 한 여성 운전자에게 총을 쏴 부상을 입혔다. 피해자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토안보부는 "반자동 권총으로 무장한 여성 운전자가 법 집행 차량을 들이받고 진입을 시도하자 요원이 발포했다"고 설명했다. 부상자는 마리마르 마르티네스로 확인됐으며, 병원 치료 후 FBI 구금 상태다. 또 다른 차량 운전자 앤서니 이언 산토스 루이스도 충돌에 연루돼 체포됐다.

루이스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루이스는 "아들이 요원들이 총을 쏘고 있다고 전화했다"며 "현장에 도착했을 때 체포 이유를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직후 시카고 남서부 지역에는 수백 명의 시민이 모여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 강화에 항의했다. 일부 시위대는 거리 순찰 중인 ICE 차량을 가로막거나 요원들에게 항의했고, 연방 요원들은 최루탄과 페퍼볼을 사용해 해산을 시도했다. 경찰도 출동해 양측 사이에 방벽을 형성했다.

이날 시위는 오후까지 이어졌으며, ICE 차량이 철수하자 일부 시위대가 물건을 던지며 충돌이 재발했다. 전날에도 시카고 교외 브로드뷰 ICE 시설 앞에서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 방문을 둘러싼 충돌이 벌어졌다.

현지 주민 파비안 시에라(51)는 “연방 요원이 총을 쐈다는 얘기를 듣고 현장에 왔다”며 “합법 체류 중이지만 나 역시 두렵다”고 말했다. “이웃들이 체포를 두려워해 외출을 피하고 상점들도 문을 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총격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카고에 주방위군을 투입하기 직전에 발생했다. 일리노이주 J. B. 프리츠커 주지사는 “연방 정부가 주지사 승인 없이 주방위군 300명을 연방화할 계획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 병력이 브로드뷰 ICE 시설 보호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범죄 단속 강화를 이유로 로스앤젤레스, 워싱턴DC, 멤피스 등 민주당 강세 지역에도 주방위군을 투입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