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원 칼럼] 조지아주 한국 근로자 강제 출국의 원인과 대응 방향

권기원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입법전략센터장
[권기원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입법지원실장]
 
지난 9월 4일(현지시간)  이민세관단속국(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ICE”) 등 美 당국이 조지아주(州)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 체류자를 단속하고 총 475명을 체포하였다. 이 중 약 300명이 한국 국적자로 확인되었고, 이들은 연방 구금 절차에 따라 ICE 구금시설(조지아주 폭스턴 소재)로 이송되었다. 구금자 대부분은 LG에너지솔루션 및 Hyundai-LG Georgia Battery 합작법인 및 협력사 소속으로, 건설 현장에서 장기간 근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구금된 사건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핵심 역점 사업들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8일(현지시간) “트럼프의 경제정책들, 조지아 현대 공장서 충돌”을 설명하는 기사에서 전문가 진단을 인용해 백악관이 자국 내 생산 확대와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는 동시에 외국 기업의 대미 투자를 유치하려 노력해왔지만, 배터리 공장 단속은 일부 정책 전문가들의 눈에는 행정부가 자기모순에 걸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논평했다. 이번 단속은 두 정책이 현장에서 충돌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 더힐의 분석이다. 미국이 더 많은 외국인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이민 당국이 전향적인 자세로 임시비자 발급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는 대미 투자와 관계된 비자 발급에 있어 새로운 유형을 만들어 달라는 협상도 지금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법적 쟁점
이번 사태의 법적 핵심은 비이민 비자의 허용 활동 범위와 그 위반 여부의 판단 기준에 있다. 미국 이민 및 국적법(Immigration and Nationality Act, “INA”)과 미 국무부 지침인 외교업무매뉴얼 제9권(9 Foreign Affairs Manual, “9 FAM”)에 따르면, 비자는 체류 목적과 활동 내용에 따라 이민 비자와 비이민 비자로 나뉘며, 비이민 비자 신청인은 원칙적으로 단기 체류 목적이 분명하다는 점을 스스로 설득력 있게 확신시켜야 한다. 또한, 일단 비자가 발급되더라도 입국자는 해당 비자 종류에 맞는 활동만을 할 수 있으며, 이를 벗어난 행위는 불법 취업으로 간주될 수 있다. 특히 고용 관계를 전제로 한 근로 활동은 장기 체류 의도와 연결되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단기 비자 범위에서는 극히 제한적으로만 허용된다. 

B-1/B-2 비자는 협상, 회의 참석, 단기 조사 등 제한적인 상용 활동만을 허용하므로, 현장에서 숙련·비숙련노동을 제공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 많이 활용하는 비자면제프로그램(Visa Waiver Program), 즉, 전자여행허가(Electronic System for Travel Authorization, “ESTA”) 또한 최대 90일간의 단기 출장·관광 목적에 한정되며, 상용으로 사용될 때에는 계약 협상 등 비고용적 활동으로 좁게 판단한다. 따라서, B-1/B-2나 ESTA로 입국하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장비 설치, 라인 세팅, 기술 지도 등 실질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허용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취급될 수 있고, 미국 내에서의 적법한 근로 활동을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H-1B나 L-1 비자와 같은 정식 취업 비자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단속은 국토안보수사국(Homeland Security Investigations, “HSI”)이 수개월간의 내사를 거쳐 실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단일 사업장 대상으로는 HSI 역사상 최대 규모 이민 단속으로 기록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25년 8월에 이루어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기업들이 수백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3월 2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한 후 8월에 50억 달러를 추가로 증액하였으나, 이러한 대규모 투자 약속에도 불구하고 단속이 강행되었다. 사태 직후, 한국 정부는 조현 외교부 장관을 워싱턴에 급파하여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긴급협의를 진행했다. 한미 정부 간 협상 결과, 자진 출국 형태의 귀국에 동의하지 않은 1명을 제외한 317명의 한국인 구금자들은 9월 12일 대한항공 전세기를 통해 귀국하였다.
 
H-1B비자는 미국 기업들이 전문직 외국인을 고용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 취업비자이며, 매년 국가별로 할당된 연간 발급 수량이 한정되어 있고, 1년에 한 번 추첨제로 진행되어 확보하기 어렵다. 또한, L-1비자는 다국적 기업 직원이 본사에서 미국 자회사로 주재원 근무를 할 때 활용하는 비자로, 본사에서 최소 1년 이상의 근무 이력 요건이 있고, 다국적 기업 직원 중에서도 임원, 관리직 또는 특별한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 발급되는 것이어서, 이와 관련한 입증 및 심사에 수개월이 소요된다. 

이번에 구금되었던 한국인 근로자들은 대부분 ESTA나 B-1/B-2 비자로 입국해 수개월간 현장에 상주하면서 실질적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이며, ICE는 INA 및 관련 지침을 위반한 행위로 보아 단속을 집행한 것이다.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한국기업들이 당면한 현실적 제약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기업이 보유한 고유 기술과 특수 장비를 미국 현지에 도입ㆍ설치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술에 정통한 숙련 인력의 파견이 불가피하고, 모든 필요 인력들이 제한된 시간 내에 H-1B나 L-1 등 정식 취업비자 발급받는 것은 현실적 제약이 매우 크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한국기업들이 전문직 취업비자 쿼터 제한 때문에 다른 단기 비자를 활용해 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제도적 한계 아래에서 ESTA나 B-1/B-2 비자를 활용한 단기 파견이 업계의 관행으로 정착되었고, 트럼프 행정부의 강화된 이민 단속 정책과 맞물려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영향과 전망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해당 기업의 차원을 넘어, 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전반의 투자ㆍ운영 전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생산 전반에는 의미 있는 영향이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공장 건설 재개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내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의 종료 시한을 고려하였을 때, 공장 가동 및 생산 일정이 상당 기간 지연될 경우 그 만큼 세액공제 및 보조금 혜택이 대폭 축소될 수 있다는 점 또한 리스크로 파악된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온 등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다른 한국기업들도 긴장 속에 출장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어, 향후 한국기업의 대미 투자가 추가로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단기적으로는 생산 차질과 공급망 교란을 초래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한국기업들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 전략 자체를 재검토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응 방향
이번 사태는 막대한 투자를 약속한 한국기업이라도 미국 내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철저히 갖추지 않으면 사업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민·노동·세제 등 분야별 규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사전 단계에서부터 전문적인 법률 자문을 받아 구체적인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외교적 차원에서는, 한국 정부가 긴급 외교 교섭을 통해 상당수 구금자를 귀국시키며 단기 충격을 완화했으나, 양국 관계의 긴장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따라서 한국기업들은 미국 내 투자 전략을 검토할 때, 현지화·법규 준수·위기 대응 프로토콜을 필수 요소로 포함하는 한편, 정책 환경 변화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과 외교적 채널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 근로자에 대한 미국 불법 체류자 단속과 관련하여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하여 중장기적으로는 한미 외교 당국 간의 협의로 미국의 전문직 취업비자 쿼터 확대나 새로운 비자형태의 도입 등 비자제도의 개선이 따라야 할 것이다.


  
권기원 필진 주요이력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 
前​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에서 객원연구원 ▲ 前 국회 국방위원회 전문위원 ▲ 前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 ▲ 前 외교통일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아주경제 로앤피 고문(아주경제 객원기자)  ▲법무법인 대륙아주(유한) 입법지원실장 ▲중앙대학교 의회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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