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알리바바 합작법인 탄생…이커머스 지각변동 예고

공정위 대형 유통사 결합 심사서 조건부 허용 결정

글로벌 판로 확대... 연내 동남아 5개국 시작으로 글로벌 진출

인수 후 시너지 효과 주목 온라인 경쟁 심화 전망

[사진=지마켓글로벌]

신세계그룹의 지마켓(G마켓·옥션)과 중국 알리바바가 손잡은 합작법인(JV)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을 받으면서 공식 출범하게 됐다. 쿠팡·네이버가 양분하던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또다른 강자가 본격적으로 가세하며 경쟁 구도가 치열해질 전망이다.

18일 공정위는 양사 간 고객 정보 보호를 위한 자진 시정방안을 수용하고,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산하에 둔 JV 설립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양사는 각각의 브랜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상품 공급·물류·기술 분야에서 유기적으로 협업하게 된다.

이날 정형권 지마켓 대표는 사내공지를 통해 "알리익스프레스와의 전략적 제휴는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라며 "상품 신뢰성과 서비스 역량을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되찾겠다"고 밝혔다.

이번 동맹의 가장 큰 변화는 60만여 G마켓 셀러에게 글로벌 판로가 열린다는 점이다. G마켓에 등록된 약 2000만 개의 상품이 이르면 올해 안에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5개국을 시작으로 200여 개국에 진출하게 된다. 이는 대부분 중소기업 제품으로, 실질적인 수출 확대 효과도 기대된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지마켓의 플랫폼과 신세계의 국내 유통 역량을 등에 업고 'K-상품' 유통을 강화한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전용관 'K-Venue'는 지난 7월 기준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290% 넘게 증가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직배송 서비스 고도화, 지재권 보호 강화 등 '질적 성장'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양사의 시너지는 기술 부문에서도 이어진다. G마켓은 알리바바의 AI 오픈소스 역량을 기반으로 초(超)개인화 쇼핑 경험을 도입할 방침이다. 소비자는 24시간 맞춤형 상품 추천과 실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셀러는 자동화된 상품 관리와 마케팅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알리익스프레스의 저가 중국산 제품이 대량 유입될 경우 가격경쟁 심화,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 시장 내 부작용도 제기된다. 이에 공정위는 고객 데이터의 기술적 분리, 상대방 플랫폼에서의 소비자 정보 이용 금지 등의 조건을 부여했다.

이커머스 업계는 이번 동맹을 '합종연횡'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가 최근 컬리와 손잡고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강화한 데 이어, 신세계와 알리바바의 JV가 본격적인 글로벌 전략에 착수하면서 국내 시장의 재편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업이 시장에 안착하면 알리익스프레스는 '가품 논란' 이미지를 벗고, 지마켓은 누적된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커머스 판도에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