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남북 관계, 특별한 진척 없지만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어"

정부 출범 100일 맞아 청와대서 기자회견

"北, 냉랭…획 돌아설 것 기대했다면 바보"

"북·미 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안정에 도움"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반복된 대화 제안에도 냉랭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북한에 대해 "특별한 진척은 없지만 노력은 끊임없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11일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아무것도 안 하고 적대적으로 자극하고 대립하고 있는 것보단 긍정적인 평화적인 노력을 계속하니까 쌓이고 쌓이다 보면 조금의 틈이 생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 측 반응과 관련해선 "냉랭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유화 제스처에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남한에서 정부가 정권이 바뀌어 대북방송도 안 하고, 몇 가지 유화 조치를 한다고 해서 그들이 획 돌아서서 갑자기 화난 표정에서 활짝 웃는 표정으로 바꿀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바보"라고 짚었다.

이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고 하는 게 군사적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도 엄청난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휴전선에 군사적 긴장을 조금이라도 완화하는 것, 그게 우리한테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그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든 간에 그들이 웃지 않는다고 우리도 화낸 표정을 계속하면 우리가 손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남북 관계는 남한 당국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아주 복합적인, 복잡한 국제 문제가 돼 있다"며 북·미 대화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핵 개발 그리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문제는 미국이 아주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다. 북한으로서도 체제 위협의 핵심은 남한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래서 북·미 관계가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북·미 관계가 개선되고 북·미 대화가 열리는 게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된다"며 "우리가 주도를 하거나 우리 바운더리(경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이어 "그래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얘기한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사람의 특성이 또 한반도 평화 안정 확보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스메이커 역할을 잘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지구의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 세계 불안정의 가장 큰 요소 중에 하나라고 할 한반도 평화 문제를 실질적으로 진전해내면 진정한 피스메이커 아니겠나. 역할을 해 주시라'고 얘기했다"며 "지금도 제 기본적인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현실적인 남북 관계 개선 방안으로는 상호 신뢰 회복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신뢰가 다 깨졌으니까 그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타진한다. 그리고 노력한다"며 국군이 제작·송출하던 대북 심리전 라디오 방송을 중단한 조치를 예로 들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계기로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우했던 상황을 언급하며 "표정이나 이런 걸 꼭 보고 싶었는데 저는 아직 못 봤다. 가장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인데 가장 냉담하고 적대적이다. 가장 슬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긴장을 높이는 국면 역시 외교 협상 과정의 일환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놨다. 그는 "이런 평화적 노력이 쌓이면 조금의 틈이 생길 것"이라며 "외교협상 특성상 타결 직전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대한 긴장을 끌어올리는 면이 있다. 그런 단계를 거치는 것 같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역사적 시각으로 보면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역사에 보면 수백 년 만에 통일되는 나라가 수없이 많다"며 "그러나 지금 통일 얘기하면 바보 소리를 들을 거다. 그전 단계로 평화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