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사상 초유의 장기 마비 상태에 빠지면서 방송통신발전기금,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폐지 후속 조치 등 현안이 계류 상태다. 대통령실과 국회가 방통위에 대한 조직개편에 나선 상황에서 방통위의 주요 현안이 올해 안에 위원회를 통과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방통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김태규 전 방통위 부위원장의 사퇴 이후 위원회 개최는 물론 주요 현안 상정도 멈춘 상태다. 지난해 10월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탄핵소추 이후로 1년여간 방통위 위원회가 사실상 기능을 잃었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회에서 여당 주도로 이 위원장을 겨냥한 조직개편안까지 불거지며 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할 주요 현안은 내년에나 논의될 상황에 직면했다.
여당과 조국혁신당 소속 15명이 제안자로 등록됐으며, 미디어 조직 개편 관련 법안은 여당 소속 최민희·김현 의원도 각각 발의한 상황이다. 대통령실이 추진하는 정부조직개편안과 충돌하지 않는다면 어떤 형태로든 방통위의 조직개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에는 공공미디어위원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할 경우 면직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앞서 감사원으로부터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이 위원장의 사퇴가 목표로 해석된다.
법안의 국회 통과와 시행을 고려하면, 연내에는 방통위의 정상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방통위는 다수의 중대 현안을 안고 있다. 그중에서도 △방송사 재허가 심사 △AI 이용자 보호 종합계획 수립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금 징수율 개정 등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그러나 위원회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연내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송사 재허가는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등의 운영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방통위는 2024년 업무계획에서 재허가·재승인 유효기간을 최대 7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으나, 위원회 공백으로 이 계획은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AI 이용자 보호 종합계획 또한 시급한 과제다. 방통위는 지난해 7월 ‘인공지능서비스 이용자 보호 민관협의회’를 출범하며 AI 생성 콘텐츠 표시제 도입과 관련 법률 제정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위원회 운영이 중단된 현재, AI로 인한 이용자 피해 신고창구 운영 및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지연되고 있다.
방통위 마비는 이동통신업계에도 상당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단통법 폐지 이후, 후속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과도한 보조금 경쟁과 소비자 보호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진숙 위원장의 탄핵심판 이후로 사실상 방통위의 기능은 멈춘 상태”라며 “현재의 분위기라면 조직개편 전까지 방통위가 정상화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9월 말 예정된 주요 부처 인사에서도 방통위가 제외될 수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