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본격 연준 장악 의지…연준 독립성 훼손에 세계 경제 우려까지

  • 트럼프, 쿡 이사 후임으로 "아주 훌륭한 인물들" 고려 중

  • 트럼프, 연준 산하 12개 연방지역은행에 대해서도 영향력 확대 검토

  •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 고조

리사 쿡 연준 이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리사 쿡 연준 이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전격 해임 통보한 가운데 연준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를 위해 연준을 자신의 인물들로 채우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되며 미국과 전 세계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쿡 이사 후임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주 훌륭한 인물들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WSJ는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과 데이비드 맬패스 전 세계은행(WB) 총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쿡 이사 해임 통보문을 공개했다. 쿡 이사는 주거 목적으로 저리 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매입한 뒤 임대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쿡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통보에 “법적 근거 없는 조치”라며 소송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쿡 이사는 연준의 첫 흑인 여성 이사이며 임기는 2038년까지이다. 연준 역시 쿡 이사의 이사직이 아직 유효하다고 반박하며 트럼프 대통령에 맞섰다. 연준법상 대통령은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만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중범죄 기소나 유죄 판결에 해당하는 경우로 해석됐고, 실제로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해임한 전례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쿡 이사 후임을 임명하게 되면 현재 연준 이사 7명 중 4명을 자신이 임명한 인사로 채우게 된다. 이사회 과반수를 사실상 ‘트럼프 사람’으로 구성하는 셈이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는 연준 산하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이에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정책 결정을 통제하기 위해 전면적인 공격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위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는 것은 연준이 자신의 주장대로 금리를 낮추게 하려는 목적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부양을 위해 현재 4.25~4.5%인 미국 기준금리를 1%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연준은 트럼프발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이유로 올해 들어 줄곧 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으로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된다면 미국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에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관세발 물가 상승과 금리 인하가 더해진 인플레이션 급등, 장기적으로는 정책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 국채 금리 급등과 같은 금융시장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연준 부의장 출신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는 명백하게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경제적인 충격과 높은 물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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