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이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으면 악수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부하면서부터다. 지난 5일에도 내란 세력과는 대화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불법 계엄 내란에 대국민 사과와 진솔한 석고대죄가 기본으로 있어야 한다. 악수도 사람하고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어떻게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정치가 국민을 바라보려면 먼저 상대를 인정해야 한다. 이처럼 여당 대표가 야당을 대놓고 무시하며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오만한 권력이다. 특히 정치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는 행동인지도 알 수 없다.
보통 당대표로 선출되면 상대편에 의례적으로라도 먼저 손을 내밀지만 "국민의힘은 내란 세력이기 때문에 협치를 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이에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15일 정 대표를 향해 "정상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가 정청래와 마음 편하게 악수할 수 있겠느냐"며 "저도 똑같다. 사람하고 대화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를 스스로 내던진 것은 국민을 향해 '협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인간적인 예의마저 저버릴 정도의 감정적 대립은 결국 정치에 대한 국민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린다. 서로를 '적'으로만 규정하고, 상대의 실수를 공격하는 것에만 몰두한다면 결국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상식의 실종'이기 때문이다.
민생 위기가 날로 악화되면서 국민들은 전기·가스요금, 집값, 일자리 문제 때문에 힘든 상황이다. 이 와중에 정치권은 손 한번 잡는 걸로 사치스럽고 한가한 싸움을 하고 있다. 악수조차 못하는 정치가 "민생을 챙기겠다"고 하면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여야는 책임 정치를 회복해야 한다. 정당은 상대를 이기기 위한 도구가 아닌 국민을 대변하는 조직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악수를 한다고 곧바로 모든 대립과 갈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손을 내밀지 않는 정치는 어떠한 대화도 시작될 수 없다. 협치는 거창한 담론이 아닌 작은 제스처에서 시작한다. 먼저 손을 내밀 때 비로소 정치는 국민과 더 멀어지지 않고 남은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악수 한 번'의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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