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제자 논문 표절' 의혹으로 여권 내에서 사퇴 요구가 나온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했다. 하지만 '보좌진 갑질 의혹' 등으로 논란이 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표절 의혹은 내치고 갑질 논란은 안고 가겠다는 것으로, 연일 야권에선 "국민 상식에 맞서는 오기 인사"라며 지명 철회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여론도 부정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보좌진 모임인 민주당보좌진협의회 역대 회장단도 성명을 내고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의정 활동에 조력을 받는 보좌진에 대한 태도는 곧 국민을 대하는 태도"라며 "권한을 명분 삼아 권위를 휘두르고, 무엇이 잘못인지 모른 채 갑질을 반복한 자가 여성가족부 장관이라는 공직을 맡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도, 시대 정신에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보좌진들이 익명으로 글을 남기는 '여의도 대나무숲'에는 성토하는 글이 쏟아졌고, 문재인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을 역임했던 정영애 전 장관은 재임 시절 강 후보자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며 임명 반대를 촉구했다.
국민 눈높이를 최우선 한다는 국민 주권 정부 장관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성가족부 장관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도덕성과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어야 하는데, 갑질은 국민적 반감이 클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특히 청문회 정국을 거치면서 과연 국민 눈높이가 맞았는지를 두고 회의적인 시선도 커지고 있다. 각종 논란은 청문회에서 제대로 소명되지 못했고, 후폭풍만 더 거셌다.
이 대통령은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언인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자주 언급했다. 2021년 김 전 대통령의 6주기 추모식에서 "(김 전 대통령이 썼던)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저도 자주 쓴다"며 "좋은 사람들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면 훨씬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지난 6월 취임사에서도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그렇게 '통합'을 외쳤던 이 대통령의 첫 인사 단행은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혹평을 면치 못했다. 박수 받지 못한 인사를 중용하고, 후보자를 둘러싼 부정적 여론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면 임명을 강행한 것에 따른 정치적 부담은 이 대통령의 몫이 될 것이다. 인사 논란에 대한 후폭풍은 우리가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겪었고, 확인했다. 여권도 전면 방어와 적극 엄호보다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인사가 '망사'가 되지 않으려면 여론과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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