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에 따른 통상 불확실성 해소와 소비쿠폰을 앞세운 2차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 하반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깊었던 상반기 침체의 골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0.8%로 전망했다. 이는 KDI가 올 5월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0.8%와 같은 수치다. 앞서 KDI는 올 2월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1.6%로 내다봤지만 통상 여건이 악화하면서 5월에는 전망치를 이전보다 절반으로 낮춰 잡았다.
올 2분기부터 성장세가 개선되고 지난달 말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최근 국내 증권사들과 해외 투자은행(IB)들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1% 내외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KDI도 이번 수정 전망에서 상향 조정이 점쳐졌으나 올 상반기 전년동기대비 0.2%(잠정치)에 그친 성장률이 발목을 잡았다.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부진이 완화되면서 하반기 1.3% 성장이 예측되지만 상반기 부진과 관세 인상에 대비한 수출 효과 축소, 건설경기 부진 등이 성장세에 제동을 걸 것으로 판단했다.
KDI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도 성장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통상 불확실성은 축소됐지만 우리나라 대미 수출의 50%를 차지하는 철강, 알루미늄, 구리 등에 여전히 50%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으며 자동차도 관세율을 낮췄지만 여전히 1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앞서 5월 전망 당시보다 평균 관세율에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내수 부진에도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소비심리 회복으로 소비 여건은 개선되고 있다고 짚었다. 대출금리 하락세가 지속되고 2차 추경 편성으로 소비 여건이 개선되면서 올 하반기 이후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부진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과 관련해서는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통상여건 악화에도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라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경제 성장세를 이끌 것으로 봤다.
건설투자는 고금리 시기에 부진했던 건설수주가 반영되며 지난해 3.3% 감소에 이어 올해 8.1%가 줄면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건설수주 회복이 반영되는 내년 2.6% 증가하며 부진이 일부 완화될 전망이다.
내년 성장률은 1.6%로 점쳐졌다. 미국 관세정책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발현되면서 수출 증가율이 0.6%에 그치겠지만 금리 하락세와 소비부양책 등의 영향으로 민간소비가 1.5% 증가할 것으로 봤다.
KDI는 향후 경제 성장 하방 요인으로 통상 불확실성을 꼽았다. 미국이 비교적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중국, 브라질, 인도 등과의 통상 갈등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경기가 크게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반도체 관세가 큰 폭으로 인상될 경우 우리 수출에도 작지 않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국내 위험 요인으로는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 정상화 지연에 따른 건설투자 회복 지체를 지목했다. 건설투자 부진이 건설업체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며 공사 진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수출 증가가 성장률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지만 건설투자 부진 장기화와 구조적인 요인 등이 (경기) 하향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전체 성장률을 5월과 같은 0.8%로 유지하게 됐다"며 "추가적인 재정정책으로 올해 성장률을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필요하다면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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