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천의 디지털 산책] AI에서 중국이 한국을 앞서 나가는 이유 세가지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지금 AI 강국은 미국과 영국이다. 영국이 그 위치에 있는 이유는 케임브리지대 전산학과와 에딘버러대 전산학과 출신 4명이 2024년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 모두 AI 하나로써 휩쓸었다는 데 있다. 중국을 영국 다음으로 치는 이도 있고 미국 다음으로 치는 이도 있다. 금년 1월 딥시크 발표에 이어 6개월 뒤인 7월에 AI연비를 높인 키미란 이름의 AI 툴을 또 다시 발표하여 세계를 경악케 한 까닭이다. 우리는 아직 이런 수준의 AI툴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 왜 그럴까. 그 결정적인 이유는 고질적인 소프트웨어 기피 주의를 중국이 노력 끝에 드디어 극복한 반면 우리는 아직 그 높은 벽을 넘어서지 못한 탓이다. 이는 마치 축구 종목에서 중국이 한국 팀만 만나면 공한증을 겪으며 한국 벽을 넘지 못하는 것과 역으로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에서는 공중증을 느낄 만큼 우리는 중국을 멀찌감치 바라다봐야만 하는 상황에 빠져 있다. 참담한 현실이다.

AI는 소프트웨어 세계에서 첨탑에 해당한다. 그런데 꼭대기가 있으려면 하부 기초가 있어야만 한다. AI의 그 하부기초는 다름아닌 OS(운영체계)와 DB(데이터베이스)다. 알파고라는 AI가 구글이 자체 소유의 안드로이드란 OS와 구글이 자체 개발한 F1이란 DB위에서 작동했던 것임을 알아야 한다. 하부구조물 없이는 알파고는 단지 사상누각에 불과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안드로이드 급 OS를 중국은 국가 주도의 집요한 노력 끝에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우리는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삼성이 전에 만들려다 그만 두고 난 후 삼성은 AI에서 고전, 시스템반도체, 비메모리, GPU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넷의 공통분모는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 없이는 설계조차 못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점유율은 볼과1%, 비메모리 점유율은 불과 3%다. 이 둘은 태생적으로 소프트웨어 역량 없이는 안되게끔 아주 끈끈하게 연결돼 있다. 우리는 소프트웨어에 관해서는 완벽한 패배 주의에 빠져 있다. 패배주의란 도전조차 해 보지도 않고 미리 포기하는 자세를 가르킨다. 20년전 안드로이드를 삼성이 인수할 기회가 있었다. 안드로이드 회사 대표가 직접 삼성 본사를 찾아왔다. 그러나 삼성은 단칼에 거절했다. 그로부터 딱 2주뒤 안드로이드는 구글에 인수됐다. 이것이 삼성, 아니 한국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자세다.

그렇다면 중국이 딥시크와 키미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두가지다. 첫째, 중국이 소프트웨어 기초를 닦으려 부단히 노력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정부 주도의 한 인재 양성에 있다. 셋째는 중국은 OS를 자체 개발하기 위해 정부가 기업을 특별 지원했다. 그 기업은 하웨이와 샤오미다. 우리의 삼성과 LG에 해당하는 기업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가. 자체 OS와 자체 DB엔진, 즉 하부구조 없이 AI란 최상층을 하겠다고 한다. 이름하여 소버린 AI. 이건 자칫 잘못하면 AI를 해봤자 결국 남의 잔치에 객 노릇하는 처지를 벗어나기 힘들다. 말로만 소프트웨어 중심이라느니 또는 디지털 인재 1백만명 양성이라는 구호를 지난 20여년간 줄기차게 외쳤지만 모두 헛소리로 끝났다. 그것도 선거철에 나왔다간 어디론가 늘 슬그머니 사라지곤 했다. 뒤늦게 AI에 올인한다고는 하나 걱정이 태산이다. OS와DB는 정부 지원 없이는 어느 나라에서든 나오기 힘들다. 과거 미국 영국이 그랬다. 미국은 1950년대 10년간 줄기찬 노력의 열매로 OS를 국산 개발라는 데 성공했다. 그 뒤로 영국이 1960년대 10년간 노력해 성공해냈다. 중국은 영국에 이어 최근 10년간 노력 끝에 성과를 거뒀다. 우리는 뭔가.

반도체는 첨단산업 중에서는 대규모 공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굴뚝산업형이다. 또한 관세전쟁의 주요 쟁점 항목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공장을 전혀 필요로 않는다.  컴퓨터 몇대 들어가는 사무실만 있으면 된다. 입항 통관이 생략된 무관세 산업이다. 삼성의 초대형 공장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주택단지내 본사 건물을 방문해 보면 금방 이해 가능한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엔 공장이라는 게 아예 없다. 지금 생성AI 물결이 다가와도 실제로 우리가 주도하는 것도 하나도 없다.  삼성의 현 글로벌 제계 순위는 31위다. 얼마 전 10위에서 그만큼 내려 앉았다.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거듭나기 전에는 삼성이 다시는 10워 내에 들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현재 상위 1-6위는 모두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1위 엔비디아에 이어 그 뒤를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차지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고 그 뒤를 바짝 이어 4위 구글로 이어진다. 이들과 더불어 그 뒤로 페이스북(메타) 아마존 테슬라 역시 전부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이다. 즉 10위까지도 모두 소프트웨어 기업이란 뜻이다. 선진국이 왜 소프트웨어라는 두뇌산업으로 일찍이 치고 나갔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의 인재 양성 노력은 놀랍다. 우리의 몇 십배 몇 백배다. 중국을 배워야 한다. 미국 대학 전산학과 유학생 분포를 보면 그곳 학생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다. 미국 다음의 IT강국인 영국 대학 전산학과에서도 그렇다. 인재가 줄기차게 양성돼 나오는 구조로 되어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중국 국내 주니어 인재 양성 노력 또한 대단하다. 1970년대 한국식이다. 중국은 주니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시니어 인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칭화대 종신교수인 야오치즈 교수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전세계 전산학 랭킹 1위 혹은 2위에 위치한 명문대학 출신으로 중국전산학박사1호다. 그는 8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현직 교수로서 딥시크의 량원펑 같은 인재를 국내에서 매년 수십명씩 줄기차게 양성해 내고 있다. 고급 인재를 자체 양성하려면 이런 시니어 인재 활용 국가정책은 필수다. 과거 우리도 카이스트 출범 초기때는 그랬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에서는 그게 안 통한다. 특별 대우 내지 특혜 비리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시니어 인재 양성 정책 존재 여부에 따라 국가 미래가 이렇게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것이다. 평범한 인재 숫자 1백만명은 무의미하다. 그걸로 뭐가 달라지기는 힘들지만 고급인재 단 수백명으로는 국가 성장 동력을 현격히 바꿀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 국제무역 협정 현대화란 명분 하에 전세계 무역계에 관세 돌풍이 일고 있다. 이는 미국이 해외로 진출한 자국 기업 보유 공장 시설들을 미국 내로 역이전시키는 노력을 기울인 이래로 언젠가 닥칠 것으로 예견되기도 한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 자동차가 이스라엘이 가면 관세가 100%로 높이 붙는다. 이스라엘에서 수입한 외산 자동차는 값이 수출가의 2배가 되는 꼴이다. 한국 자동차도 이스라엘에 가면 관세가 100% 붙는 것은 역시 동일하다. 한국 국내에서 1천만원하는 소형 자동차가 이스라엘에 가면 2천만원에 팔리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리는 걸 보면 신기하다. 지금 미국은 그런 관행을 다소 개선하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산 제품이 미국 국경을 통과해 들어오면 100%의 절반 수준인 50%의 관세를 적용하겠단 뜻이다. 상호 관세 치고는 미국측이 선의로 절반만큼 양보하겠단 뜻이다. 한국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도 맞는 통계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측이 미국 제품에 대해 부과한다는 50% 관세를 기준으로 그의 절반치로 산정했다는 것이다. 관세는 국제 무역에서 교역하는 상품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외국에서 물건을 하거나 수출할 때 부과되는 세금으로서 국경을 통과하는 모든 물건에 부과되며 수입국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부과하는 가장 일반적인 보호 무역 정책이다. 물건에는 무형의 서비스도 포함되지만 관세 당국에서 무형의 소프트웨어가 국경을 통과하는지 체크하기는 불가능하다. 소프트웨어는 눈에 띄질 않고 인터넷을 통해 그냥 다운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딥시크를 써 본 이들이 많을 것이다. 누구든 통관 세금 없이 그냥 받아쓴다. 소프트웨어가 무관세 산업 영역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면 그 산업을 빨리 일으켜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얼른 든다. 더구나 소프트웨어 기술은 날로 발전하는 반면 세법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앞으로 치고 나가기 좋다. 중국이 기초 소프트웨어 기술에서 우리를 앞서 가고 있다는 데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AI는 응용 소프트웨어 영역에 속한다. 중국이 소프트웨어 기초에 강했기 때문에 딥시크라는 응용 제품도 개발할 수 있었던 사실을 알아야한다. 기초라는 과정 없이 응용으로 직통하는 왕도는 없다. 쉬운 길은 없는 것이다. 그게 만사의 진리다. 그래서 남달리 성공하려면 일부러 어려운 길 쪽으로만 골라서 가라는 말도 있다,

자동차 산업을 보면 IT 쪽에서도 배울 게 많다. 세상 어디든 가보면 일본 차들이 판을 친다. 한국 차는 드물다. 자동차 엔진을 일본이나 한국이 모두 자체 국내 제작하며 차 출고 가격은 일본차나 한국차나 거의 비슷하지만 연비에서 한국차가 결정적으로 뒤지기 때문이다. 엔진 자체 제작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해도 연비까지 좋아야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소프트웨어 쪽에 비유하면 이렇다. 우리는 자체 엔진 제작 기초 기술이 없는 반면 중국은 자체 엔진 제작이 가능하다. 이제 중국은 키미라는 엔진을 통해 연비를 향상시켜보려는 새로운 도전을 펼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중국을 따라가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여 있다. 기초 갖추기와 인재 갖추기를 생략하고 갑자기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이 길을 거부한다면 영원한 소프트웨어 후진국의 위치를 벗어나기 불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소프트웨어라는 두뇌산업이 가야 할 길에 비추어 보면 지금 한국의 소버린AI정책은 중국이 추구했던 길과는 영 다른 쪽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AI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소프트웨어 산업 전체 그림을 봐야 한다. AI는 소프트웨어 산맥의 한 봉우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망각하면 전체 그림이 흐트러져 사상누각이 되기 십상이다.




문송천 필자 이력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미국 일리노이대(어바나 샴페인) 전산학 박사 ▷유럽IT학회 아시아 대표이사 ▷대한적십자사 친선홍보대사 ▷카이스트·케임브리지대·에든버러대 전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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