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조로(북·러) 두 나라는 동맹관계 수준에 부합되게 모든 전략적 문제들에 대해 견해를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1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원산에서 진행된 라브로프 장관과 접견에서 "두 나라 사이에 구축된 높은 전략적 수준을 보여준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울러 접견 전 진행된 최선희 외무상과 라브로프 외무장관 간 '2차 전략대화' 결과에 만족하며 "두 나라의 조정조화된 외교적 입장이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보장에 긍정적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기도 했다.
이어 "앞으로도 조로 국가 간 조약의 정신에 맞게 철저히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원적 해결과 관련해 로씨야(러시아) 지도부가 취하는 모든 조치들을 무조건적으로 지지 성원할 용의"를 확언했다.
통신은 "담화에서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의 정신에 맞게 그 어떤 정세 변화에도 구애됨이 없이 조로 두 나라가 쌍방의 핵심 이익을 철저히 수호하고 쌍무 관계의 전면적 확대발전을 강력히 추동하며 인민들의 끊임없는 복리와 아름다운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여정에서 긴밀히 지지 연대해 나가려는 두 나라 지도부의 의지가 뚜렷이 표명됐다"고도 전했다.
다만 이날 북한 매체들은 러시아 매체들이 전한 북·러 정상회담 관련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전날 리아노보스티통신은 "라브로프 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따뜻한 인사를 보냈고, 모든 합의를 이행할 의지를 확인했으며, 아주 가까운 미래에 당신과 직접 접촉을 이어가기를 기다린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방북 당시 김 위원장을 모스크바로 초청했으며, 김 위원장은 해당 제안을 수락한 바 있다. 이에 이번 라브로프 장관의 이번 방북을 계기로 관련 조율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북한은 이날 최선희 외무상과 라브로프 장관 간 진행된 '제2차 전략대화에 관한 공보문'도 공개했다.
공보문에 따르면 전략대화에서 양측은 "두 나라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의 정신과 제반 조항들을 성실히 이행함으로써 오랜 역사적 뿌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조로 관계를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로 이어 나가려는 확고부동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또 러시아 측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현 지위를 부정하려는 임의의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반대하며 국가의 안전과 주권적 권리를 수호하려는 조선 측의 정당한 노력에 대한 확고부동한 지지를 표명"했으며, 북한 측은 "우크라이나 분쟁의 근원을 제거하고 국가의 자주권과 안전 이익, 영토 완정을 수호해 나가기 위한 로씨야 정부의 모든 조치들에 대한 전적인 공감과 지지"를 표시했다.
특히 양국은 "복잡다단한 현 국제 정세에 대한 쌍방의 평가가 일치한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적대세력들의 패권지향적인 침략책동에 보다 각성을 높이고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하면서 공동의 입장을 조율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공보문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로 외무상들은 상급 전략대화를 비롯해 두 나라 대외정책기관들 사이의 의견교환을 여러 급에서 계속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며 "2026∼2027년 교류계획서가 체결됐다"고 덧붙였다.
양측 간 대화에서 오는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를 계기로 한 고위급 교류 등 여러 현안이 의제로 다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총장은 "외형상 제2차 전략대화이지만 라브로프를 매개로 한 간접적인 북·러 정상대화"라며 "10월 노동당 창건 80주년에 러시아 고위급 축하사절단 파견과 러시아 기술협조에 의한 첨단무기 열병식 등장 등을 추정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북한은 전날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명사십리호텔에서 라브로프 장관의 방북을 환영하는 연회를 열었다. 북한 측에선 최 외무상과 김정규 외무성 부상이 참석했으며, 러시아 측에서는 라브로프 장관과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대사 등이 함께했다.
이달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개장한 북한이 라브로프 장관을 원산으로 초청한 데에는 러시아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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