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돼도 ‘라방’ 하겠습니다”…유승민, ‘라방’ 참관기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도형 기자
입력 2021-09-16 17:1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16일 여의도 희망캠프에서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김도형 기자]


“몇 개월 전까지 족발집을 운영하다가 폐업한 자영업자입니다. 버티다 버티다 못 버텨서 폐업한 건데 코로나19로 받은 대출을 일시에 상환해야 됩니다. 돈이 없어서 폐업을 한 건데 일시에 상환해야 되니 자영업자들에겐….” (30대 자영업자)

“금융위원회가 금융기관들에게 폐업한 자영업자의 대출금을 바로 회수하지 않고 원리금 상환 유예 기간을 둬 시간을 갖고 갚을 수 있게 해드리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폐업하고 대출금에 시달리다 잘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는데, 신용 회생제도를 도입해서 코로나로 어려움을 받는 분들을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유승민 후보가 ‘인스타그램 라이브방송(라방)’을 한다고 해 15일 밤 서울 여의도 희망캠프를 찾았다. ‘라방’이라고 해 가벼운 얘기들이 오갈 것으로 짐작했는데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고충을 토로하고 이에 진지한 답변을 하는 유 후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을 경기도 안양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다 폐업했다고 소개한 다른 참석자는 “코로나가 언젠가는 끝날 테니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어떻게 지원해주실 것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유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도 그렇고 이재명 경기지사도 그렇고 재난지원금을 안 받아도 살 수 있는 분들한테 수십조원씩 쓰고 있다”며 “자영업들이 받아야 될 손실보상도 못 받고 지원도 제대로 못 받는 현 정부의 정책은 너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50%가 됐든 70%가 됐든 손실보상을 꼭 해드리겠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가을에라도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도와드릴 긴급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16일 여의도 희망캠프에서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사진=김도형 기자]

다소 무거운 주제들이 나왔지만 라방은 ‘훈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유 후보와 연결이 된 참석자들은 “‘공부왕찐천재 홍진경’ 유튜브에 나가셔야 된다”, “토론에서 압승을 거두셔야 된다” 등 현재 낮은 지지율을 극복할 방안을 제시했다. 함께 방송을 진행한 이기인 대변인이 “참여하시는 분들이 선거 전략을 말씀해주신다”고 하자 유 후보는 웃으며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러실까”라고 받아쳤다.

유 후보는 다소 ‘차가운’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다. 토론회 등 공개 석상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모습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와 가까운 이들은 유 후보의 실제 모습은 그렇지 않다고 얘기한다. 부드럽고 유머러스하다는 것이다. ‘라방’에서 이들이 말하는 유 후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20대 여성 참여자는 “노력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 인스타도 하시고 매불쇼에도 나오고, 염색도 하고, 재작년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유 후보는 “제가 못하는 거 빼곤 다 한다. 근데 우리 캠프에선 뭘 더 하라고 난리다”고 했다. 이 참여자가 “처음 해보시는 게 많을 텐데 현타(현자타임)가 오진 않느냐”고 묻자 유 후보는 “가끔씩, 한 번씩, 이렇게, 그래요”라고 긍정했다.

라방을 위해 캠프에 마련된 책상과 의자엔 ‘유치타’를 뜻하는 치타 인형이 올려져 있었다. 지금은 유 후보의 지지율이 낮지만, 본격적인 경선이 시작되면 후보자 간 토론회 등을 기점으로 금세 지지율이 치고 올라갈 것이란 뜻을 담은 인터넷상 밈(meme)이다. 민주당에 ‘치명타’를 안겨줄 수 있는 후보란 뜻도 담겼다고 한다. 20~30대 남성들이 많이 이용하는 에펨코리아(펨코)에서 처음 나온 신조어다. 유 후보는 댓글을 통해 요청이 들어오자 “치타 인형 안아달라는데 줘보시라”며 치타 인형을 끌어 안았다.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16일 여의도 희망캠프에서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사진=김도형 기자]


라방 말미엔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필터를 사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유 후보 얼굴을 ‘고구마’에 합성하는가 하면, 짙은 눈썹에 콧물을 흘리고 있는 ‘맹구’ 필터를 적용하기도 했다. 낯선 유 후보의 모습이 화면에 비쳐지자 캠프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 30대 남성 참여자는 “나중에 대통령이 되셔도 인스타 라이브를 하셔서 국민들하고 소통하고 설명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그러자 유 후보는 “제가 인스타 라이브가 두 번째인데 재밌다”며 “대통령이 돼서도 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국민과의 대화를 이런 식으로 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방송을 마친 뒤 유 후보에게 ‘원래 이런 건 잘 안 하시지 않았나’라고 물었다. 유 후보는 “처음엔 유튜브나 인스타, 페이스북도 그렇고 너무 지지자를 중심으로 말하는 느낌이 있었다”며 “그런데 해보니까, 이게 자꾸 퍼지면서 지지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전파가 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돼도 라방을 할 건가’라고 묻자 유 후보는 “국민과 소통을 하는데 꼭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야만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라방은 누구든 접속이 가능하지 않나. 청와대에서도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답변했다.

인터뷰를 마치자 유 후보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유의동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앞서 폐업 후 대출 일시상환 문제를 제기한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유 후보는 “금융기관이 불안한 부분에 어떤 장치를 하더라도 (폐업 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장을 같이 논의해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금융위원장에게 얘기를 하고 답을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유 후보는 다음날인 16일엔 “지난 2년간 자영업자들이 정책금융기관 및 시중은행에서 빌린 사업자금 일체에 대한 이자를 탕감하겠다”며 “또한 대출원금은 코로나19 종식 이후 5년간의 회생기간을 거쳐 단계적으로 갚을 수 있도록 유예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영업자의 호소를 허투루 넘기지 않은 셈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