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이슈페이퍼] ⑤ ESG, 오픈이노베이션으로 돌파하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입력 2021-07-24 00:1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국내에서 ESG 관련 논의는 작년 말에 갑작스레 집중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ESG라는 개념이 등장한 지는 십수 년이 흘렀는데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약 반년이 흐른 지금은 전문가들의 표현 그대로를 쓰자면 ‘대혼돈’ 상태라고 할 수 있다. 10대 그룹사는 모두 ESG위원회를 신설하였고, 중견기업은 물론 스타트업들까지 ESG에 대한 비전과 아젠다를 발표하고 있다. 곳곳에서 ESG 관련 교육은 정말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금융기관들도 말 그대로 앞다투어 관련 금융상품이나 보고서들을 내놓고 있다.

물론 환경과 사회 그리고 윤리적인 의사결정에 대해서 기업이 관심을 갖는 일은 환영할만 하다. 그러나 거품처럼 부풀어 오른 이 상황이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기업들을 이끌고 가서 쓸데없는 데에 에너지를 낭비하거나, 더 나쁘게는 중요한 타이밍을 놓치게 되어서 그 실기 때문에 경쟁력이 도리어 악화될까 우려도 있다.

ESG와 관련하여 듣는 가장 많은 말 중에 하나는 ‘당장 뭘 해야 하죠?’라는 것이다. 팀도 생겼고, 혹은 담당자가 되었고, 대표는 뭘 하라고 하는데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평가에 대응하는 일도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800개가 넘는 평가 모델이 있다고 하고, 국내에서 수십 개가 돌아다닌다는데 그것들을 일일이 맞출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 기업은 정부에게 역할을 요청하기도 한다. ESG가 기본적으로 금융 관점에서의 접근이고, 정부가 직접적으로 역할을 할 부분이 많지 않다는 점을 모른다기보다는 혼란스러운 가운데 궁여지책을 찾는 과정이라고 보인다.

사실 중장기적으로는 우리는 모든 기업이 ESG 요소들을 경영에 통합하여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명제에 동의한다. 그러나 당장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평가 대응 외에는 뾰족한 일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ESG라는 영역이 아닌 새로운 기술의 트렌드가 등장했을 때 기업들은 그런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전략을 실행한다. 그리고 그런 접근법 중 하나가 개방형 혁신, 즉 오픈이노베이션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은 기업이 조직 내에서 모든 영역을 연구 개발하여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는 않다는 점, 그리고 새롭게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래서 그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온 외부 조직들의 기술, 전문인력, 고유자원 등을 연계하여 내외부적인 혁신을 이루어가는 방법론을 선택한다. ESG는 기술의 트렌드는 아니지만, 충분히 오픈이노베이션이 효과적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과 사회와 윤리적인 의사결정에 대해서 기업들은 최소한의 수준을 위주로 관리해왔다. 일부의 경우 어떤 요인들은 좀 더 높은 수준으로 추구해 온 것이 사실이지만, 경영에 충분히 통합되었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블록체인이 중요해지면, 인공지능이 핵심이 되면 그런 전문성을 가진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전문 조직과 배타적인 계약을 맺는 등의 활동을 하는 것처럼 지금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ESG 요소에 대한 전문조직들은 무수하다. 그러나 그 중 ESG 통합 경영의 초기 사례 창출을 위해서는 소셜벤처와의 오픈이노베이션을 강력히 추천한다. 이는 몇 가지의 이유 때문인데, 먼저 ESG 요인을 경영에 통합하여 결국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경영의 메커니즘이 동일하다는 점이다. 비영리 조직이나 연구기관 등은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일반 스타트업은 사회적 가치를 비즈니스 메커니즘 안에 내재화하고 있지 못하다. 두 번째로 최근 국내에서 소셜벤처의 약진이 매우 눈에 띄어 기회가 많다. 소셜벤처에 임팩트 펀드가 크게 제공된 지는 채 5년이 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작년에만 2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기업이 3곳이나 되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그들과의 협업은 좋은 파트너십 관계가 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석유 회사 중 하나인 셸은 본인들의 사업이 점차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별도의 기금을 조성하여 신재생 에너지와 관련된 다양한 소셜벤처들에 지속적인 지원과 투자를 해왔다. 대표적으로 커피박에서 디젤을 추출하는 소셜벤처인 바이오빈과 협력하여 런던의 커피박을 모으고 런던의 한 버스 노선을 커피라인이라고 명명한 뒤 운영하기도 했다. 이 작업은 단순히 홍보성의 캠페인이라기보다는 바이오빈의 기술력과 실제적인 완전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을 가늠하기 위한 파일럿이었다고 셸은 밝히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롯데케미칼은 국내에서 페트 원료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기업이다. 때문에 페트 폐기물로 인한 환경 오염문제가 크게 이슈화되기 시작했을 때 대응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페트 폐기물에 대한 일반적인 대응은 덜 쓰거나, 대체 소재를 만들거나, 재생하는 것인데 덜 쓰는 일은 페트 원료 생산자로서 추진하기 어려웠다. 대체 소재는 그리 빨리 만들어질 수 없었고 세계적으로도 아직 완벽한 것이 없는 실정이다. 결국 재생과 관련된 고려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직접 모든 일을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판단을 한다. 그리하여 페트를 수집하는 AI기기를 만드는 수퍼빈, 재생 페트로 신발을 만드는 LAR을 포함한 다양한 소셜벤처와 중견조직들과 협력하여 페트 수집부터 재생 및 재생페트의 활용까지 실행해 본다. 본래 페트 원료가 생산되어 음료를 담고 이후 유통되어 소비되고 버려지는 하나의 사이클에 다시 한번 사이클을 더한다는 의미로 프로젝트 루프가 이렇게 탄생하였다. 이 역시 단순한 사회공헌이 아니라 롯데케미칼의 실험적 접근이며 오픈이노베이션 관점의 실행이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텔레노어, 다농, 바스프 등의 대기업들이 방글라데시에 진출할 때 현지 최대 사회적 기업 그룹인 그라민 그룹과 조인트 벤처를 통해 사업을 추진했을 뿐만 아니라 사업의 모델 자체가 현지의 상황과 ESG 가치를 잘 활용하도록 변경되었던 사례들이 있다. 미국의 벤앤제리가 유니레버에 집카가 에이비스에 합병되었던 사례들도 유명하다. 국내에서도 커피박으로 고형연료를 만들고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데 성공한 포이엔은 SK에너지의 투자를 받고 공동사업을 고려하고 있고, 탄소 배출량을 80%까지 저감할 수 있는 수처리 기술을 가진 에이런은 수처리가 많은 기업과 깊이 논의 중이다. 이런 사례들은 국내이건 글로벌이건 단순히 일반적인 스타트업과의 협업 또는 인수와 달리 그들의 ESG 요인을 중요한 근거로 삼고 있다.

이는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접근이지만 좋기만 하다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소셜벤처라는 조직들은 아직 충분히 대기업과 일할 정도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아직 성장 중이고 안정적인 기반을 가지지 못한 소셜벤처가 대다수이다. 때문에 이들과 협력하기 위해서는 당장 큰일을 만든다기보다는 지금부터 한 걸음을 떼어놓으며 크게 성장하는 사업을 만들겠다는 지향성이 필요하다. 또한 내부 구성원의 문화가 다르고, 자칫 잘 못 결합하여서는 대외적인 정부나 시민사회와의 협력에 있어서 충분한 장점을 살리지 못할 수 있다. 때문에 상호 가장 이익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기획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며 가능하다면 그 일들을 전문적으로 코디네이팅 할 수 있는 기관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더불어 이런 작업이 자연스럽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ESG를 담당하는 부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부서에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 어떤 소셜벤처가 우리의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현업에 있는 담당자가 그 필요와 가능성을 가장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ESG 요소의 성과를 측정하고 축적하는 방식에서도 상호 잘 통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대기업에는 복잡성 때문에 잘 구축되어 있지 않고, 소셜벤처는 아직 여유가 없어서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통합된 구조에서 서로 정보를 관리하고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먼저 이 방식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많은 대기업이 소셜벤처를 포함한 스타트업과 만나는 접점을 넓히고 있다. 임팩트 펀드를 만들고 액셀러레이터들과 협업하여 육성 단계에서 만나기도 하고, 직접 전략적 투자를 집행하면서 실험을 진행하기도 한다. 구체적인 사업 협력에 대한 계약을 진행하고 있는 곳들도 많아지고 아예 합병을 검토하는 곳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지금 단계에서 구체적인 경로 중 무엇이 옳다는 것은 없다. 결국 당장 한 걸음을 옮기는지 아니면 여전히 혼란 속에서 고민하고 있는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다행히 소셜벤처는 규모는 작아도 이미 혼란을 헤쳐가며 걸어가고 있는 용감한 조직이다. 그들에게 어떤 확신과 어떤 능동적인 성취가 있었는지 들어보며, ESG 흐름이 마련하는 완전히 새로운 기회에서 우리 기업들 모두가 큰 성취를 얻길 기대해본다.
 
※ 칼럼 제공 : 오픈루트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