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책을 만나다] 시·에세이로 만나는 대중문화 스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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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기자
입력 2017-10-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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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로 만난 별들 | 옵션 B | 힐링 이모션

밀린 집안일, TV리모콘과의 손가락 씨름,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주말·휴일엔 '의외로' 할 일이 많아 피곤해지기 일쑤다. 그렇지만 책 한권만 슬렁슬렁 읽어도 다가오는 한 주가 달라질 수 있다. '주말, 책을 만나다'에서 그런 기분좋은 변화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시로 만난 별들' 장재선 지음 | 작가 펴냄
 

'시로 만난 별들' [사진=작가 제공]


김지미, 송강호, 전지현 등 우리 대중문화를 빛낸 인물들의 희로애락을 시 형식으로 담아낸 '시(詩)로 만난 별들'(장재선 지음·도서출판 작가)이 독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기자이자 시인으로 살아온 장재선은 한국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인물 39명의 이야기를 40편의 시와 에세이로 풀어냈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황정순·최은희·패티김·김지미·최불암과 '해방둥이' 조영남·이장호 등의 이야기를 담았고, 이어 2부에선 1950년대생 인물부터 1960년대생 스타들까지 아우른다. 여기엔 조용필을 비롯해 안성기·최성수·송강호·엄정화·김윤진·하지원·수애 등이 등장한다.

마지막 3부에서는 1970년대 이후 출생한 전지현·손예진·김옥빈 등과 더불어 '아이돌' 윤두준·소녀시대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수로서 각종 1호 기록을 세운 패티김의 고독, 공부에 소질 있던 신구가 평생 연기자로 살게 된 사연,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비교하기를 거부하는 김지미의 자존심 등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또 온갖 구설을 극복하고 최정상의 배우가 된 전지현에 대한 애정 깊은 시각, 소녀시대와 윤두준을 통해 살펴보는 한류 스타의 빛과 그늘 등도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이 책을 특별하게 하는 것은 이른바 '스타'라는 사람들도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희로애락을 느끼며, 그들의 이웃들과 가깝게 살고 싶어 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유명세에 따르는 대가로 각종 소문에 시달리며 얼마나 고통받는지를 깨닫게 해준다는 점이다. 한편의 드라마처럼 성공의 정점에 서 있다가 침체기를 겪은 뒤 바닥을 치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스타들의 이면은 충분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240쪽 | 1만4000원

◆ '옵션 B' 셰릴 샌드버그·애덤 그랜트 지음 | 안기순 옮김 | 와이즈베리 펴냄
 

'옵션 B' [사진=와이즈베리 제공]


중국의 바둑 전설 녜웨이핑 9단은 "바둑이 늘려면 자기 돌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 속에서 차선책을 택할 수 있는 유연함과 과감한 결단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혈기왕성한 20대에도, 불혹의 나이인 40대에도 언제나 예상치 못한 순간에 역경과 마주한다.

페이스북 COO이자 성공한 경영인의 대명사인 셰릴 샌드버그는 실직, 사업 실패, 이혼 등 우리를 부지불식간에 무기력하게 만드는 상황이 닥쳤을 때 차선도 최선이 될 수 있음을 설파한다. 특히 2년 전 남편과 사별하면서 감당해야 했던 그녀의 진솔한 경험담에 세계적인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의 지식과 통찰이 더해져 깊이를 더했다.

제목처럼 옵션 B는 누구나 꿈꾸던 최선의 삶인 '옵션 A'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때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차선의 삶이다. 두 저자는 "삶의 모든 변수를 통제할 수 없으나,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며 "그 핵심으로 ‘회복 탄력성’을 강조한다. 회복 탄력성은 역경을 발판 삼아 더 멀리 뛰어오를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이다. 저자는 이를 키우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올바로 직시하는 방법부터 감사 목록 작성하기, 일기쓰기 등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책은 단순히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주변 사람과 기업, 사회의 역할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은 물론이고 집단 따돌림부터 성폭력, 성소수자, 난민에 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실 사례를 통해 역경과 극복의 지혜를 살핀다.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역경이 더 불평등하게 돌아가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도 소개한다. 

성공의 절정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기 때문일까. 샌드버그는 "진정한 행복은 좋은 직장, 결혼, 승진 등 인생의 큰 사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작고 사소한 것에 있었다"고 덤덤히 고백한다. 그녀에게 있어 옵션 B의 삶은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대안의 의미가 아닌 새로운 기회이자 의무였으며, 더 나아가 삶의 다른 의미와 기쁨을 발견할 수 있도록 선택한 자신만의 삶의 방법이었다. 

304쪽 | 1만6000원 

◆ '힐링 이모션' 달라이 라마·존 카밧진 외 대담 | 김선희 옮김 | 판미동 펴냄
 

'힐링 이모션' [사진=판미동 제공]


1987년부터 현재까지 30회 이상 이어져 오고 있는 '마음과 생명 대담'은 매회 다른 주제로 여러 분야의 석학들과 달라이 라마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모임이다.

'힐링 이모션'은 이 가운데 1990년 제3차 대담을 담고 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사랑과 용서의 가치를 대변하는 달라이 라마와 감성지능(EQ)의 제창자인 대니얼 골먼을 비롯해 신경과학, 생리학, 행동의학, 심리학, 철학 등 각 분야의 저명한 학자들은 마음과 몸, 감정과 건강의 관계에 관해 집중적인 토론을 벌였다. 

불교에서는 마음이 몸은 물론이고 세상 모든 것들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본다. 이 책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역사·문화적인 이해와 임상적이고 과학적인 접근법을 동원해 마음과 몸의 상관관계를 탐구한다. 마음공부 전문가인 달라이 라마는 마음에 관한 과학을 판별하는 시금석 역할을 하면서도 동양적 사고방식과 불교적 관점을 적극 대변한다. 내면에서부터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상처받은 감정을 치유해 '마음의 치유력'을 높이는 것이 신체적·정신적 질병을 낫게 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
 
달라이 라마가 서양 학자들에게는 낯설고 신비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야기를 던질 때, 감정이나 마음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관점이 대비되는 부분도 흥미롭다. 티베트어엔 영어의 ‘이모션(emotion·감정)'에 해당하는 말이 없고, ‘자존감’ 혹은 ‘자기혐오’라는 개념이 없다는 것, 또 정치적으로 박해 받은 티베트 난민들은 캄보디아나 베트남을 비롯한 다른 난민들과 달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긍정적인 감정이 마음의 치유력으로 이어져 심신의 건강을 지켜주듯, 이타적인 감정이 그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종교와 무관한 윤리를 정립할 토대가 될 수 있다. 우리 모두 하나가 돼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결론은 타인에게 용서나 연민을 베푸는 일이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베풂이라는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을 과학적·경험적으로 가장 잘 보여준다. 

368쪽 |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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