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책을 만나다] 지공무사(至公無私)를 실천했던 가인(街人) 김병로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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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기자
입력 2017-12-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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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인 김병로 | 인투 더 워터

밀린 집안일, TV리모콘과의 손가락 씨름,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주말·휴일엔 '의외로' 할 일이 많아 피곤해지기 일쑤다. 그렇지만 책 한권만 슬렁슬렁 읽어도 다가오는 한 주가 달라질 수 있다. '주말, 책을 만나다'에서 그런 기분좋은 변화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가인 김병로' 한인섭 지음 | 박영사 펴냄
 

'가인 김병로' [사진=박영사 제공]


"사법권 독립은 절대 행정부, 대통령에 의해 하사되는 것이 아니고, 일차적으로 대법원장과 사법부, 거기다 국회, 여론과 국민들이 합심하여 수호해야 할 가치이다."(본문 726쪽)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초대 대법원장인 김병로(1887~1964)가 역대 대법원장 중에서 비교할 바 없이 존경받는 이유를 밝히며 이 같이 일갈한다.

대법원장으로서 김병로는 정치적 압력과 외풍에 맞서 사법부의 독립을 수호하고 사법제도와 기풍을 만들었다. 반민특위 활동과 관련해서도 그는 이승만 대통령과 대립각을 분명히 했다. 위헌론을 잠재우고 경찰의 횡포를 불법이라 선언했던 것이다. 1950년대 이승만 대통령은 정권장악·정권연장을 위한 책동을 노골화하며 때론 심각한 헌법파괴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그럴 때 김병로는 수동적·방관적 태도에 머무르지 않고 헌법과 법률의 해석을 통한 방법으로 권력남용의 반민주성, 반헌법성 등을 뚜렷이 밝혔다. 

이 책은 한인섭 교수가 김병로의 '법률가'로서의 행적과 생애에 초점을 두고 10여 년에 걸친 연구를 바탕으로 쓴 것으로, 개화기 의병항쟁기부터 군부독재 시절까지 격동의 한국현대사를 살아온 가인(街人)의 생애를 정리했다. 저자는 김병로의 소년 시절과 일본 유학 시절부터 경성전수학교 교유(交遊)시절과 항일변호사로 활동하던 시기, 신간회 활동, 대형 사상사건의 연대변론투쟁, 해방 후 정부수립과 대한민국의 기본법률을 기초한 시기,
제1공화국 이승만 정권에 맞선 사법권 수호 노력, 4.19와 5.6 전후의 독재·군정종식, 문민정권 수립을 위한 활동까지를 총 24개 장에 걸쳐 자세히 다룬다. 

저자가 생각하는 김병로는 법률가이기에 앞서 민족지사이자 사회개혁가였다. 청년기에는 의병항쟁에 뛰어들었고, 일제하에서는 항일지사와 투사들은 물론이고 소작인과 화전민까지 핍박받는 민중을 대변했다. 또 김병로는 법정을 떠나갈 만치 열렬하게 변론투쟁을 했고, 다른 변호사들을 항일변론의 대의에 끌어들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김병로는 '공인'(公人)이었다. 저자는 "공직자로서 사적 이익을 탐한 적이 전혀 없기에, 그에게는 선공후사보다도 지공무사(至公無私)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며 "공직활동 내내 근검절약의 모범을 보였고, 청탁이나 사사로움을 일체 배격했다. 공직자 부패와 권력남용이 만연했던 시절에 그는 청렴강직의 표상이었다"고 말한다. 

김병로의 공적 자세와 개인적 덕성이 오늘날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곱씹을 수 있게 하는 역작이다.
 
936쪽 | 3만 원

◆ '인투 더 워터' 폴라 호킨스 지음 |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펴냄
 

'인투 더 워터' [사진=북폴리오 제공]


'걸 온 더 트레인'으로 일약 스릴러의 여왕으로 떠오른 폴라 호킨스가 신작을 내놨다.

소설은 벡퍼드를 가로질러 흐르는 강, 일명 드라우닝 풀(drowning pool)에서 넬 애벗의 시체가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넬은 15살짜리 딸을 혼자 키우는 어머니이자 성공한 작가다. 그는 죽기 며칠 전 여동생 줄리아에게 전화를 걸지만, 줄리아는 받지 않고 전화해 달라는 언니의 간청도 무시해 버린다. 

넬의 죽음이 심상치 않은 것은 몇 주 전 일어난 여고생 케이티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케이티는 넬의 딸인 리나와 가장 친한 친구 사이였고, 케이티의 어머니 루이즈와 넬은 가까운 이웃이었지만 넬이 케이티의 죽음을 캐기 시작하면서 사이가 벌어졌다. 넬은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여성들이 그 강에서 목숨을 잃은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300년 전 사악한 마녀로 몰려 강으로 끌려가 죽은 리비 시턴, 전쟁을 겪고 완전히 변해 버린 남편을 죽이고 강에 뛰어내려 자살한 앤 워드, 엄마가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을 지켜본 소년…. 넬 자신도 17살 때 강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던 13살의 동생 줄리아를 구해 준 적이 있다. 한밤중에 여동생을 강물로 끌어당긴 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런 이유로 넬은 오래전부터 벡퍼드의 강에 홀려 있었고, 그 의문이 넬을 케이티의 죽음에 집착하게 했다. 넬은 스스로 절벽에서 뛰어내린 걸까, 아니면 살해당한 것일까?

감정과 기억의 기만성, 그리고 과거가 현재에 미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영향을 이야기하는 심리 서스펜스다.

532쪽 |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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