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거야, 할 수 있어"…'플레이'로 날개 펼친 아이들

  • 꿈의 극단 첫 단독 합동캠프 '꿈의 페스티벌 밀양'

  • 지역·나이 뒤섞여 뛰놀아…귀 기울이고, 속마음도 꺼내

  • 오만석 "결과보다 놀이하며 경험하는 과정 중요"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12일 경남 밀양 호텔 아리나에서 열린 꿈의 페스티벌 밀양 워크숍 모습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할 거야, 되고 싶어, 할 수 있어"

13일 경남 밀양아리랑아트센터. 사천과 전주, 구리에서 모인 50여명의 아이들이 무대 위에서 목청껏 외쳤다. 나이도, 성격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모두 친구였다. 대사를 잊어도, 목소리가 작아도 상관없었다. 아이들은 '헤이! 헤이!'를 외치며 서로를 복돋웠다. 잘하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세우지 않았다. 이날 무대는 모두가 함께 놀며 세상을 향해 날개를 활짝 펴는 놀이터였다.  

‘꿈의 페스티벌 밀양’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아동·청소년 연극 사업인 ‘꿈의 극단’이 출범한 뒤 처음 마련한 연극 분야 단독 합동캠프다. 12일부터 사흘간 밀양아리랑아트센터와 호텔 아리나 일대에서 열린다. 배우 오만석이 총감독을 맡았다. 주제는 ‘플레이(play·연극)로 놀자’다. 
 
꿈이 페스티벌 밀양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12일 경남 밀양 호텔 아리나에서 열린 꿈의 페스티벌 밀양 워크숍 모습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정해진 대본을 따라가지 않는다. 공연 전날까지도 대본은 없었다. 밀양 설화 '무봉사와 태극나비의 전설'이라는 뼈대에 아이들의 고민과 생각, 꿈을 더했다. 아이들은 배우인 동시에 공동 창작자였다. 반즉흥으로 만들어낸 무대에는 아이들 각자의 상상이 들어찼다. 

공연 전날 처음 만난 아이들이 한 것 역시 연기 연습이 아니었다. 뛰고, 떠들고, 몸을 부딪치며 왁자지껄 놀았다. 아이들 손에 스마트폰은 없었다. 대신 친구의 눈을 보고, 말을 듣고, 손을 잡았다. 이름조차 몰라 어색함에 거리를 두던 아이들은 어느새 한데 뒤엉켰다. 
 
꿈이 페스티벌 밀양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12일 경남 밀양 호텔 아리나에서 열린 꿈의 페스티벌 밀양 워크숍 모습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오 총감독이 이끈 프로그램 ‘함께하는 괴물놀이’에서 아이들은 상상 속 괴물이 됐다. 몸을 비틀고, 희한한 걸음걸이로 친구를 쫓고, 으르렁거렸다. 오 총감독이 "오케이, 자유롭게!", "창피해? 괜찮아", "잘하고 있어"를 연신 말하자, 쭈뼛거리던 아이들은 곧바로 괴물로 변신했다. 괴물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꽉 잡고 깔깔거렸다. 

'하루하루를 즐겁게 사는' 오 총감독도 이틀 내내 아이들 틈에 섞여 뛰어 놀았다. 그는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총감독을 맡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이들이 만나고 경험하고, 놀이를 통해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 자체가 연극의 핵심”이라고 했다.
 
꿈의 페스티벌 밀양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12일 경남 밀양 호텔 아리나에서 열린 꿈의 페스티벌 밀양 워크숍 모습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중요한 건 '결과물의 완성도'가 아니다. 오 총감독은 "창작 과정에서 아이들이 이런저런 놀이를 통해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도 일부러 섞었다. 같은 지역 혹은 비슷한 나이끼리 묶지 않았다. 낯선 친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제 이야기도 꺼내도록 했다. 한 아이는 스케치북에 이렇게 적었다. "항상 난 하고 싶은 게 많아. 하고 싶은 것도 자꾸 바뀌어. 그때마다 나는 생각해. '넌 할 수 있다고, 넌 잘 할 거라고'"   

오 총감독은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자기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친구가 되는 것, 그게 제 바람"이라며 "아이들이 날개를 달고 세상 어디든 자유롭게 날아가면 좋겠다"고 했다.
 
꿈의 페스티벌 밀양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12일 경남 밀양 호텔 아리나에서 열린 꿈의 페스티벌 밀양 워크숍 모습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아이들 역시 '실컷 놀겠다'는 마음 하나로 밀양에 모였다. 꿈의 극단 전주를 이끄는 김경민 감독은 "캠프에 오기 전 아이들에게 '밀양에 가서 친구들과 마음껏 즐기자'고 했더니 모두 '오예!'하고 탄성을 질렀다"며 웃었다. 

김 감독은 연극을 “혼자가 아니라 합심하는 예술”이라고 했다. 전주 워크숍 역시 '함께 움직이는 법'을 익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이들은 손을 맞잡은 채 어깨와 머리, 팔 등 온몸을 움직여 풍선을 공중에 띄웠다. 풍선을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혼자만 잘해서는 안됐다. 아이들은 서로의 움직임을 살피고, 속도를 맞췄다.
 
꿈의 페스티벌 밀양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12일 경남 밀양 호텔 아리나에서 열린 꿈의 페스티벌 밀양 워크숍 모습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김 감독은 '놀이'와 '삶'을 따로 구별하지 않았다. 

"요즘 아이들은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눈치를 보면서 속마음을 숨기려고 해요. 이 순간이라도 연극-놀이를 통해 자기 생각을 말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치유도 받고, 공감도 하고, 스트레스도 풀고요. 연극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참 좋은 예술이에요."

한편, 3일차인 14일에는 캠프에서 경험한 창작 과정과 활동을 함께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단원들은 교류와 협업의 경험을 나누며 일정을 마무리한다. 
 
꿈의 페스티벌 밀양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12일 경남 밀양 호텔 아리나에서 열린 꿈의 페스티벌 밀양 워크숍 모습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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