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고려대 교수 "공인들 거짓말 풍조 매우 심각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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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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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일 ‘문화의 안과 밖’ 11회차 강연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지난 10년간 ‘거짓말’이 포함된 기사 제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들 기사에서 거짓말의 주인공으로 지목되는 대상은 대부분 국가기관이거나 이러한 기관을 대표하는 공직자들이다."

 5일 서울 안국동 안국빌딩 신관 W스테이지에서 진행된 ‘문화의 안과 밖’ 11회차 강연에서 이승환 고려대 철학과 교수가 "공인들의 거짓말 풍조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우려의 소리를 쏟아냈다.

 “공적 영역에서 공인에 의해 행해지는 거짓말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이유는 공적 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심화시킴으로써 사회적으로 막대한 기회비용의 손실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공동체를 위기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공인에 대한 불신이 국민의 정치혐오증과 정치적 무관심으로까지 이어져,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다는 것.

이날  ‘공공 공간에서의 행동윤리 - 공적 영역에서 거짓말은 추방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강연한 이 교수는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거리낌없이 거짓말을 되풀이하면서도 아무런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후안무치(厚顔無恥)’가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근대 정치사상의 비조로 평가되는 ‘마키아벨리즘’이 우리 사회에서 공인의 거짓말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왜곡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주는 신의 대신 위약(違約)과 배신, 관대함 대신 인색함, 자비 대신 가혹함이 공동체의 일반이익을 위해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한다고 판단될 때는 기꺼이 신의·관대·자비를 버리고 배신·인색·가혹함의 편에 설 수 있어야한다”는 마키아벨리의 주장이 정치인의 기만·음모·권모술수를 옹호하는 ‘악덕의 처세술’로만 읽히고 있다는 것. 
 

  공적 영역에서 거짓말을 추방하기 위해 이 교수는 "‘제대로 말하기’, 즉 ‘합리적인 소통’의 문화를 구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대화와 토론이 없다면 진정 무엇이 공정하고 정의로운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대화와 소통의 단절은 억압과 차별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합리적인 ‘소통’의 능력이야말로 민주사회의 공인(공적 시민)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며, 사회갈등 해결을 위한 필수적인 능력이다”

 이 교수는 ‘자기반성 문화의 성숙’을 위해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로 '논어'의 옹야편에 나오는 ‘문질빈빈(文質彬彬)’을 꼽았다. 문질빈빈이란 ‘문(외피·형식)과 질(내면·내용)이 알맞게 섞여 조화를 이루는 일’을 의미한다. “문화적 외피의 화려함은 인간 내면의 진실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그저 허장성세나 사상누각이 되기 마련이다."

한편, ‘문화의 안과 밖’은 네이버문화재단과 민음사, 월드컬쳐오픈 코리아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적 지성들의 문화과학 릴레이 강연 프로젝트다. 8섹션 50개 강연으로 구성돼 있으며, 총 50명 이상의 국내 학자들이 강연자와 토론자가 참여. 내년 1월1일까지 열린다. 강연 참여는 네이버 ‘열린연단’ 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02)739-9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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