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중간선거 압승 결과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중되자 코스피가 장중 5000선을 이탈하는 등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루 걸러 터지는 악재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불확실성이 이미 예측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났다고 진단하고 있다.
8일 유안타증권, 메리츠증권, 신영증권, 키움증권 등 주요 증권사 센터장들의 단기 전망을 종합하면 당분간 증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들은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 만큼 단기 지수 상·하단 밴드 제시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현재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 지수 수준의 지지 여부가 향후 국면을 결정할 핵심 분수령이 될 것으로 봤다. 종가 기준으로 5000선을 지켜내면 해당 구간이 바닥이라는 신뢰가 형성되면서 기간 조정 형태의 안정화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평가다.
반면 5000선 아래로 밀려나면 외국인 매도세에 개인투자자의 패닉셀과 신용 반대매매 물량이 더해지며 지수가 과도하게 하락하는 '언더슈팅'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센터장은 "현재 코스피 5000선 기준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3배 초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를 밑돌아 밸류에이션상 확실한 저평가 구간"이라면서도 "심리 위축이 심해 단기적으로 바닥 범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주가 수준이 극단적 하락 구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 센터장은 "현재 폭락은 실물경제의 부채 위기가 아니라 미국 중간선거 여파와 AI 산업 규제 우려로 발생한 금융시장 유동성 충격이 주된 원인"이라며 "충격 완화 과정이 진행되겠지만 당분간 위아래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달 예정된 앤트로픽 상장을 통해 AI 기업의 밸류에이션 평가를 확인하고 미국 당국의 정책적 대응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당분간 단기 지수 상·하단을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현시점에서 지수 바닥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센터장은 "미국 장기금리 부담과 AI 투자 확대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 우려로 2027년 상반기 중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2분기를 지나면서 매크로 불안 진정과 하이퍼스케일러의 잉여현금흐름(FCF) 저점 통과, 국내 기업 이익 지속성이 확인되면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도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지수 밴드 제시를 유보했다. 다만 과매도 국면에 진입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센터장은 "1980년대 이후 발생한 8차례 약세장의 평균 하락률(-49%)에 비견될 만큼 조정을 받았다"며 "단기 바닥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6개월 정도 호흡으로 본다면 현 주가는 바닥권에 진입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시장을 폭락시킨 직접적 계기인 미국 민주당의 AI 규제 우려에 대해서는 '과도한 반응'이라는 분석과 함께 기업별 실적 차별화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민주당의 승리로 AI 규제 강화 우려가 확산되며 알고리즘 매도와 헤지펀드 포지션 청산이 겹쳤다"면서도 "미·중 AI 패권 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데이터센터 건설을 원천 차단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풀이했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도 "2027년 완공 예정 물량 중 75%가 이미 착공된 상태이므로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반면 국내 대표 반도체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AI 투자 지속 가능성과 수급 악화가 변수로 부각됐다. 이종형 센터장은 "고성능 메모리 수요는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유효하지만 최근에는 AI 투자의 실제 수익성 및 중국 업체들의 공급 확대 가능성을 점검해야 하는 국면"이라며 "향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쟁력과 실제 이익 연결 정도에 따라 기업별 주가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과매도 구간 속에서 대응 업종을 넓히거나 대표 지수를 중심으로 위험을 분산하라고 조언했다.
이 센터장은 "현재는 과매도 구간인 만큼 매도 실익이 낮다"며 "미국 블루웨이브발 불확실성에서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업종으로 대응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환원 모멘텀이 유효한 은행과 지주,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유지되는 건설과 운송, 금리 부담 완화 수혜가 기대되는 바이오 업종으로 수급이 분산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조수홍 본부장은 "이번 주 낙폭이 컸던 반도체 업종을 비롯해 민주당 정책 기조 수혜 기대감과 낙폭 과대 매력을 동시에 가진 에너지저장시스템(ESS)과 전력기기 업종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최현재 센터장도 "미국 내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동맹국 데이터센터 활용을 통한 연산력 확보가 이어지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개별 종목 변동성을 경계하는 시각도 이어졌다. 김학균 센터장은 "변동성이 높은 장세에서는 특정 종목에 집중하기보다 개별 변동성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코스피200 추종 상장지수펀드(ETF) 중심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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