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SK하이닉스의 중국 다롄 공장 증설에 필요한 반도체 장비 수출 허가를 보류하면서 미국 뉴욕주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공장 생산량을 늘려 확보한 수익을 미국 신규 공장 투자에 활용하려던 구상이 미국의 대중국 규제에 가로막힌 것이다. 최근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 추진까지 중단된 데 이어 세제 혜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SK하이닉스의 대미 투자 전략이 삼중고에 직면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3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중국 다롄 공장 생산능력 확대에 필요한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의 수출 허가를 요청했지만 미국 상무부가 아직 승인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는 다롄 공장 생산성을 높여 확보한 수익을 미국 내 신규 공장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소식통들은 다롄 공장 증설 허가 여부가 뉴욕주 투자 계획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뉴욕주에 솔리다임의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2곳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초기 투자 규모는 약 450억 달러(약 60조원)로, 장기적으로 최대 1000억 달러(약 134조원)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롄 공장은 솔리다임의 핵심 낸드 생산거점이다. SK하이닉스는 기존 유휴 클린룸에 장비를 추가 설치해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중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와 공정 고도화에 필요한 장비 반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솔리다임 경영진은 지난 8월 말부터 미국 상무부와 10차례 가까이 협의를 진행했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문제는 미국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통로가 잇따라 막히고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3일 시장 상황과 주가 흐름 등을 고려해 솔리다임의 IPO 검토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시장에서는 솔리다임 상장을 통해 최대 150억 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신규 공장 초기 투자 구상인 450억 달러 대비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상장을 통한 외부 자금 조달이 보류된 상황에서 중국 공장의 수익성 개선마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다만 SK하이닉스가 당장 자금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올해 3분기 말 순현금은 98조7000억원에 달한다. AI 메모리 호황에 따른 현금 창출 능력도 크게 개선됐다. 증권가에서는 솔리다임 IPO 중단 이후에도 자체 현금흐름이나 외부 차입 등을 활용해 미국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에서 동시에 진행 중인 대규모 설비투자가 부담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생산시설 확충, HBM4 생산능력 확대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 8월 용인과 청주 신규 공장 건설에 총 54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장기적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600조원, 청주 생산시설에 10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미국 신규 공장 투자에는 시간적 제약도 더해졌다. 미국 연방세법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시설의 적격 설비투자액에 35% 세액공제가 적용되지만 올해 말까지 공사 개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솔리다임의 투자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협상이 장기화하면 세제 혜택 확보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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