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사장급 조직인 '미주총괄'을 출범시키며 빅테크를 겨냥한 대미 사업 체계 정비에 나선다.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을 이끌어 온 수장에게 미주 사업 전반을 맡겨 고객사별 맞춤형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미주총괄을 공식 가동했다. 미주총괄은 HBM과 서버용 저전력 메모리 모듈(SOCAMM) 등 차세대 AI 메모리 개발을 주도해 온 안현 개발총괄 사장이 맡아 현지 빅테크 중심의 협력과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지휘한다. 안 사장은 차세대 모바일 낸드 솔루션과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SSD 개발을 이끈 뒤 2024년 12월 사장에 올랐다.
미주 사업을 사장급 조직으로 격상한 것은 매출 무게중심이 이미 미국으로 쏠려 있어서다. 올 상반기 SK하이닉스의 대미 매출은 84조5648억원으로 전체(131조8950억원)의 64.1%를 차지했다. 1년 전(27조8344억원)보다 3배 넘게 불어난 규모다. 엔비디아로 추정되는 최대 고객 매출은 17조6087억원에 달했으며, 또 다른 빅테크 고객사 매출도 17조1874억원을 기록했다.
개발 수장의 미국 전진 배치는 HBM 시장 경쟁 구도가 표준 제품 중심에서 맞춤형으로 재편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표준 HBM의 안정적 공급과 함께 고객별 맞춤형 제품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주요 파트너와 관련 프로젝트를 긴밀히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HBM은 AI 칩 설계 초기 단계부터 사양을 맞춤 설계해야 하기 때문에 개발 조직이 현장에서 밀착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퍼듀대와는 차세대 HBM 개발·테스트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미주총괄이 현지 요구를 설계에 즉각 반영하고 인디애나에서 패키징까지 완결하는 구조가 갖춰지면 대응 속도는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이미 2027~2028년 생산량의 50% 이상을 장기공급계약(LTA)으로 확보했다. 물량을 선점한 빅테크와 제품 사양 및 출하시기를 협의하는 일이 향후 수년간의 라인 가동을 좌우하는 셈이다.
미주총괄의 첫 과제는 차세대 제품의 고객사 인증으로 꼽힌다. 지난 6월 7세대 HBM(HBM4E) 샘플을 공급한 데 이어 고객사 일정에 맞춰 개발과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올 4분기에는 HBM4 출하량이 HBM3E를 넘어서며 주력 제품이 바뀔 전망이다. 세대 전환 주기가 짧아질수록 고객별 사양을 얼마나 빨리 개발과 인증에 반영하느냐가 다음 세대 공급 물량을 가르는 만큼, 미주총괄이 맡을 역할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HBM 시장이 맞춤형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현지 대응 체계가 기술 경쟁력 못지않게 중요해졌다"며 "고객과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속도감 있게 개발 의사결정을 내리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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