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실손24, 보험금 청구의 일상이 되려면

보험연구원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병원 진료를 받고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료비 영수증과 세부내역서를 병원에서 발급받아 보험회사에 직접 제출해야 했다. 서류 하나를 빠뜨리면 병원을 다시 찾아야 했고, 보험금이 몇천 원, 몇만 원에 그치면 청구를 아예 포기하는 일도 흔했다. 병원과 보험회사를 잇는 연결고리가 없다 보니 그 사이를 가입자가 직접 메워온 셈이다.

이런 불편을 덜기 위해 도입된 것이 실손보험 청구전산화, '실손24'다. 2024년 10월 병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에서 시작해 2025년 10월 동네 의원과 약국으로 확대됐고, 이달로 시행 2년을 맞는다. 소비자가 요청하면 청구에 필요한 서류가 의료기관에서 보험회사로 전자적으로 전송되는 방식이다.

물론 그전에도 보험회사 앱으로 영수증을 찍어 보내는 방법은 있었다. 그러나 실손24는 소비자가 청구를 요청한 진료에 한해 영수증, 진료비 세부내역서, 처방전 등 정해진 서류만 보험회사로 보낸다. 청구하지 않은 진료기록은 전송되지 않으며 중간에서 서류를 전달하는 보험개발원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청구 목적 외에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제도가 자리 잡으려면 편리함 못지않게 이러한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다만 아직은 '어디서나' 쓸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9월 말 기준 실손24에 연계된 요양기관은 전체 중 47.7%다. 병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는 60.0%, 의원과 약국은 46.7%로, 진료받는 곳 두 곳 중 한 곳에서는 여전히 종이서류가 필요하다. 아무리 잘 만든 제도라도 쓸 수 있는 곳이 적으면 소비자가 찾지 않고, 찾는 사람이 적으면 의료기관이 참여할 유인도 약해진다.

변화의 조짐은 분명하다. 의료기관이 사용하는 진료 전산프로그램인 시스템을 공급하는 주요 업체가 참여하면서 연계율은 올봄 30% 안팎에서 50% 가까이로 올라섰다. 전산시스템이 먼저 연결돼야 확산에 속도가 붙는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이용 환경도 한결 나아졌다. 지난해 11월부터는 별도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네이버와 토스에서 청구할 수 있고, 네이버지도나 카카오맵에서 참여 병원을 찾아볼 수도 있다.

남은 과제는 두 가지다. 아직 연계되지 않은 의료기관을 추가로 연결하는 것, 그리고 이용자 저변을 넓히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의료 이용이 많아 청구 편의가 가장 절실한 집단이기도 하다. 자녀 등이 대신 청구할 수 있는 제3자 청구나 전담 상담 창구 같은 기능을 널리 알리고, 이용 절차도 고령층 눈높이에 맞춰 계속 다듬어 가야 한다.

소비자 목소리도 힘이 된다. 실손24에는 이용한 병원이 연계돼 있지 않을 때 연계를 요청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쓰는 사람이 늘고 요청이 쌓일수록 의료기관이 참여할 유인도 커진다. 연계가 늘면 이용이 늘고, 이용이 늘면 다시 연계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동안 실손보험을 둘러싼 논의는 보험료와 손해율, 비급여 관리처럼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소비자에게는 보험금을 얼마나 쉽게 받을 수 있는지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실손24는 보장 내용을 바꾸는 제도가 아니라 이미 약속된 보장이 소비자에게 닿는 길을 바꾸는 제도다. 어느 병원에서 진료를 받든 간편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것, 이것이 실손24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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