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주가가 냉·온탕을 반복하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물린 투자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3000만원 룰'에 발이 묶인 소액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행정편의적인 일률적 규제는 기존 투자자들을 위험에서 관리하지도, 또 신규 투자자들을 보호하지도 못한다고 지적한다. 현금 동원 능력이 부족한 소액 투자자들이 포지션 정리 기회를 박탈당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현금을 보유한 투자자들만 신규 진입해 불평등한 시장 구조를 공고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소액 투자자들은 정부가 지난 7월 도입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투자 규제에 대한 역차별을 호소하고 있다. 매일 오전 9시가 되면 약 3000명이 모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80%', '-85%', '-97%' 등의 숫자가 경쟁하듯 찍힌다. 투자자들의 수익률 인증이다. SK하이닉스 레버리지 투자자 A씨는 "정부가 반도체 고점에서 레버리지 상품을 상장해놓고 투기가 과열되니 이제 현금 3000만원이 없으면 물도 타지 못하게 해놨다"면서 "투자자금이 -75%가 된 상황에서 추가 매수도 할 수 없게 해버리면 소액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실을 확정하라고 강요당하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ETF·ETN) 보완방안에는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상향하고, 기본예탁금 산정 시 시가 70% 범위 내에서 인정되던 주식·ETF(레버리지 ETF 제외)·채권 등 대용증권 가치를 제외하는 내용이 담겼다. 오는 11월에는 매매 수량 단위도 기존 1좌에서 20좌(잠정)로 확대된다.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가운데 하락률이 가장 큰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전일(10월 2일) 종가(1만 1555원) 기준으로 고점 대비 74%,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는 59.9% 하락했다.
레버리지 상품은 누적 수익률이 아닌 매일의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한다. 때문에 주가가 횡보하거나 등락을 반복하는 변동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자산 가치가 깎이는 '음의 복리효과'를 겪을 수 밖에 없다. 장기간 보유할수록 불리해지는 상품 구조상 고점에 물린 투자자들은 변동성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평균 단가를 낮추지 않으면 탈출을 꾀하기 어렵다는 게 투자자들의 토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투자자는 "5월 첫 투자를 시작해 이미 고점에 물려버린 상황에서 대용증권 담보가치도 인정이 안 되고, 오직 현금만 3000만 원 이상 보유해야 추가로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은 현금 창출 여력이 부족한 소액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 단가를 낮춰 해당 상품을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레버리지 상품도 부동산처럼 현금 부자들만 줍줍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존 투자자들은 이미 해당 상품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는데 신규 투자자의 진입 장벽만 세워놓으니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투자자도 "이미 상품의 문제점을 직격탄으로 맞은 기존 투자자들은 추가 여력이 없어 매수를 못하고 있는데 한 번도 투자하지 않은 사람이 현금 3000만 원만 있으면 신규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은 역설적인 상황"이라며 "기존 투자자들에게는 보유 금액의 일정 부분만이라도 추가 매수를 허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품 도입 실패의 책임을 인정하면서 일률적인 금액 규제를 내세운 것은 지나친 행정 편의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레버리지 손실을 무리하게 복구하려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규제가 없는 해외 원정 레버리지 투자에 나서거나 불법 리딩방 유혹 등 제도권 밖으로 몰리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레버리지 규제가 시행된 직후(7월 31일부터 8월 19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SOXL(미국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 매수·매도 결제금액은 65억4357만달러(약 9조1191억원)로, 해외주식 상위 50개 종목 중 34.4%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규제 직전(30.6%) 보다 3.8%p 상승한 수치다. 같은기간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16종의 거래대금이 1조690억원으로 90.8% 급감한 것과 대조적이다. 해당 규제가 레버리지 수요를 없앤 것이 아니라 해외 레버리지로 옮겨갔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같은 우려는 인지하지만, 레버리지 상품 보안 방안에 대한 추가 검토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레버리지 상품 보안 방안은 시장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화하겠다는 목적에 방점이 찍힌 정책"이라며 "기존 투자자를 위한 제도의 추가 보안 방안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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