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신경세포를 켜고 끄는 '광유전학'이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계기로 차세대 바이오 산업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신경과학 연구에서 출발한 광유전학이 망막질환과 파킨슨병 등 치료 영역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관련 시장도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칼 다이서로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페터 헤게만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 교수, 게오르크 나겔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교수를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들은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인 채널로돕신을 발견하고 이를 신경세포에 적용해 특정 신경세포의 활동을 빛으로 조절하는 광유전학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광유전학은 신경회로 연구와 각종 신경계 질환 연구에 활용돼 왔다.
노벨상을 계기로 광유전학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광유전학 시장 규모는 2025년 6억8000만달러(약 9100억원)에서 올해 7억8404만달러(약 1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2035년에는 28억2359만달러(약 3조7900억원)에 달해 2026∼2035년 연평균 15.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시장의 중심은 여전히 연구장비와 시약이다. 지난해 제품별로는 레이저와 발광다이오드(LED) 등 광원 장비가 전체 시장의 48%를 차지했고, 최종 사용자별로는 대학·연구기관 비중이 64%에 달했다.
치료제 및 의료기기 분야 성장 전망
다만 향후 산업 성장의 중심축은 연구장비에서 치료제와 의료기기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프리시던스 리서치는 제약·바이오기업 부문이 향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응용 분야에서도 지난해 52%를 차지한 신경과학이 여전히 가장 크지만 안과 분야가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상용화 경쟁도 망막질환을 중심으로 가장 앞서 있다. 미국 나노스코프 테라퓨틱스의 'MCO-010'은 망막색소변성증 등을 겨냥한 광유전학 치료제로 임상 2b상을 마쳤다. 회사는 미 식품의약국(FDA)에 생물의약품 허가신청을 순차적으로 제출하는 한편 임상 3상도 진행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게이오대와 나고야공업대 연구진이 참여하고 스타트업 리스토어비전이 개발 중인 'RV-001'이 임상 단계에 있다. 올해 5월 발표된 중간 결과에서는 투여 전 빛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고용량 투여 환자 3명이 모두 빛을 다시 감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기업들도 투자와 기술이전을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푸싱의약이 투자한 유진엑스 테라퓨틱스는 망막색소변성증과 스타가르트병, 말기 건성 노인성 황반변성 등을 겨냥한 'UGX202'를 개발 중이다. 유진엑스는 지난해 영국 아비아도바이오와 중화권을 제외한 UGX202의 개발·상용화 권리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으며 전체 계약 규모는 4억달러를 넘는다.
중국 중무의료도 말기 망막색소변성증 치료제 'ZM-02'를 개발하고 있다. ZM-02는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존하지 않고 남아 있는 망막 신경세포에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방식이다. FDA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뒤 글로벌 임상 개발 단계에 진입했다.
젠다주저우는 망막색소변성증 치료제 'GA001'과 난치성 국소 뇌전증 치료제 'GA002'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 상장사 자오옌신약과 싼보뇌과병원은 펀드를 통해 이 회사에 간접 투자하고 있다.
광유전학은 치료제 외에도 신약개발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 서킷 테라퓨틱스는 광유전학을 이용해 개별 신경세포와 신경회로를 조절하며 새로운 신약 표적을 찾고 있다. 룬드벡과 베링거인겔하임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연구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광유전학 관련 제품 가운데 정식 판매 승인을 받은 제품은 없다. 기존 광유전학 기술은 조직 깊숙한 곳까지 빛을 전달하는 능력과 광민감 단백질의 성능, 장기간 발현 안정성 등에 한계가 있으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 자료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관련 업계는 기술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차세대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투자 전문 매체 빅고 파이낸스는 광유전학을 기반으로 무선 자가발전형 광전자 장치와 초음파를 활용한 심부조직 광전달 기술, 인공지능(AI) 기반 정밀 조절 기술 등이 개발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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