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이 본 바이오의 미래] AI가 실험 설계, 로봇이 수행하는 '자율 실험실'

  • '2026 한국생물공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 및 국제심포지엄' 개최

  • 자오 교수 "자연어로 실험 설계… AI 바이오파운드리, 한국에 기회"

  • 다케우치 교수 "근육 로봇 100일 작동, 차세대 피지컬 AI는 '리빙 AI'"

  • 데이터 부족·안전 규제는 숙제… "국제적 합의 필요"

사진이효정 기자
1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한국생물공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 및 국제심포지엄'에서 후이민 자오 교수가 '자율 실험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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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하이브리드 로봇 분야 선구자인 다케우치 교수가 1일 열린 '2026 한국생물공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 및 국제심포지엄'에서 강연하는 모습. [사진=이효정 기자]

인공지능(AI)이 실험을 설계하고 로봇이 이를 수행하는 '자율 실험실'과 살아 있는 근육으로 움직이는 '바이오하이브리드 로봇'이 미래 바이오산업의 판도를 이끌 핵심 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양질의 실험 데이터 확보와 기술 오남용을 막기 위한 국제적 안전장치 마련은 과제로 꼽혔다.

후이민 자오(Huimin Zhao)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UIUC) 교수와 다케우치 쇼지(Shoji Takeuchi) 일본 도쿄대 교수는 1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한국생물공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 및 국제심포지엄'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AI와 바이오 기술 융합의 미래를 이 같이 진단했다.
 
◇ "AI 바이오파운드리, 진입 장벽 낮추고 개발 주기 단축"
합성생물학과 효소공학 분야 석학인 자오 교수는 AI가 바이오파운드리의 문턱을 크게 낮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오파운드리는 유전자 설계부터 제작·시험까지 바이오 연구 과정을 자동화한 시설이다.

자오 교수는 "과거에는 바이오파운드리를 쓰려면 최소 수개월 이상 훈련을 받아야 했고, 내 연구실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었다"며 "이제는 자연어로 AI와 대화하면서 실험 워크플로를 설계할 수 있고, AI가 바이오파운드리에서 수행할 수 있는지도 알려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 단계는 AI가 로봇과 직접 연동하는 '피지컬 AI'"라고 덧붙였다.

산업적 파급력도 클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효소와 미생물은 이미 화학물질과 세탁세제 등에 널리 쓰이지만 생물학적 시스템을 설계하고 개량하기 어려워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었다"며 "AI 기반 바이오파운드리로 개발 주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면 항체 같은 단백질 기반 의약품도 매우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오 교수는 "한국은 정부 지원으로 바이오파운드리 확충에 나서는 등 재원을 갖췄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제는 AI를 바이오파운드리에 어떻게 통합할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며 "그것이 한국에 주어진 기회"라고 강조했다.

AI 신약·바이오 연구의 최대 걸림돌로는 '데이터' 문제를 꼽았다. 자오 교수는 "AI의 핵심 요소인 알고리즘, 컴퓨팅, 데이터 가운데 과학 연구에서는 데이터가 가장 큰 제한 요인"이라며 "문헌 속 데이터는 실패한 결과가 빠져 있고 재현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AI 학습에 그대로 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로봇이 생산한 데이터를 표준화하면 여러 기관의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다"며 자율 실험실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기술 오남용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았다. 그는 "발전을 막을 만큼 엄격해서는 안 되지만 정부의 감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자율 실험실은 컴퓨터 안의 AI와 달리 물리적 세계에서 생물학 실험을 수행해 추가적인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제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게 자오 교수의 제언이다.

일각에서는 AI가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연구자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자오 교수는 "지금 분자생물학 분야 학생들은 시간의 절반가량을 플라스미드 제작 같은 반복 작업에 쓴다"며 "이런 일은 로봇에 맡기고, 연구자는 과거 기술적 한계로 손대지 못한 더 복잡한 문제에 도전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 "근육 로봇 100일 작동… '리빙 AI' 필요"
바이오하이브리드 로봇 분야 선구자인 다케우치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살아 있는 근육을 활용한 연구 성과와 과제를 함께 소개했다.

그는 근육 조직의 수명을 가장 큰 과제로 꼽았다. 다케우치 교수는 "근육을 약 100일 동안 작동시킨 데이터를 확보했다"며 "수명을 더 늘리려면 실제 근육처럼 손상된 근섬유가 스스로 재생되는 '턴오버(교체)' 체계를 구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 분야 응용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는 "살아 있는 근육으로 움직이는 바이오하이브리드 손을 환자의 신경이나 근육과 연결하면 전력이나 전기모터 없이도 작동할 수 있다"며 "배터리를 갈 필요가 없고 가벼워 환자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3차원으로 만든 조직은 재생의학과 약물시험 모델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는 아직 연구 단계의 응용 구상이다.

센서 분야에서는 '개의 코'를 구현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다케우치 교수는 "마약·폭발물 탐지견의 집중 시간은 5~10분에 불과하다"며 "개의 후각 기능을 로봇에 넣으면 장시간 탐지할 수 있고 질병 조기 진단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케우치 교수는 AI와 바이오 융합의 다음 단계로는 '리빙 AI(living AI)'를 제시했다. 그는 "지금의 피지컬 AI는 휴머노이드를 춤추고 달리게 할 만큼 발전했지만, 살아 있는 근육과 신경계를 어떻게 제어하는지는 모른다"며 "차세대 피지컬 AI는 생체 구성 요소를 이해하고 제어하는 리빙 AI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AI STAR(AI Integrated Sustainable Transformations for Advanced Robust Biotechnology)'를 주제로 2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국내외 생명공학 전문가 2000여 명이 참석해 33개 전문 세션에서 900여 편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사진이효정 기자
(왼쪽 두번째부터) 다케우치 쇼지 일본 도쿄대 교수와 후이민 자오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교수. [사진=이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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