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하루 앞두고 운용사들 강력 반발..."형평성 어긋난 의무공개매수제 반대"

이창환 사진신동근 기자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가 30일 의무공개매수제를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표 중이다.  [사진=신동근 기자]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이 국회 본회의(10월 1일) 처리를 앞둔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전면 재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제도의 독소조항 탓에 일반주주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제도 도입 취지가 크게 훼손되었다는 게 운용사들 주장이다. 특히 운용사들은 "일반주주를 2등 시민으로 만드는 제도"라며 강력 반발했다.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은 3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반영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를 보류해달라고 요구했다. 국회 상임위와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운용업계가 강력 반발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인수합병(M&A) 등 기업 경영권이 변경될 때 인수자가 지배주주 주식과 일반주주 주식을 같은 조건으로 매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운용사들은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살 수 있도록 한 '선행매수' 조항은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행매수는 경영권 거래 과정에서 인수자가 공개매수에 앞서 특정 주주의 지분을 먼저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후 인수자가 보유한 지분을 포함해 50%+1주에 미달하는 물량만 일반주주를 상대로 공개매수하게 된다. 본회의에 상정되는 개정안은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등을 의무공개매수 대상으로 규정한다. 인수자는 기존 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취득한 뒤 최종 보유지분이 50%+1주에 미달하면 부족한 물량만 일반주주에게 공개매수하면 된다.
 
운용업계는 현행안이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뒤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적잖이 놀랐다는 반응이다. 업계는 그동안 관련 의원안과 토론회에서는 잔여지분 100% 공개매수 방안이 주로 논의돼 시장에서도 전량매수 또는 최소한 비례적 부분매수를 예상했지만 여야 합의 과정에서 50%+1주와 선행매수를 함께 허용하는 안이 빠르게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운용사들은 국내 기업의 실제 지배주주 지분율을 감안하면 일반주주의 매각 기회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코스피200 기업을 분석한 결과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기업은 186개사로 전체의 93%였고, 평균 지분율은 44.3%였다. 이 '평균적인 기업'에서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 44.3%를 먼저 전량 사들이면 50%+1주를 채우기 위해 추가로 공개매수해야 하는 물량은 5.7%포인트+1주에 그친다. 일반주주가 나머지 55.7%를 보유하고 있고 모두 공개매수에 응한다고 가정하면 일반주주가 팔 수 있는 물량은 보유주식의 약 10.2%다. 사실상 10주 가운데 1주만 같은 가격에 팔 수 있다는 의미다.
  
운용사들은 대안으로 '비례적 의무공개매수'를 제시했다. 총매수 한도는 현 개정안과 같은 50%+1주로 유지하되 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사지 않고 모든 주주가 동일한 공개매수 절차에 참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응모 물량이 한도를 넘으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모두 같은 비율로 안분한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1997년 의무공개매수제도가 국내에 도입됐을 때도 선행매수는 인정하지 않았다”며 “30년 뒤인 지금 도입하려는 제도는 30년 전보다 더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를 1등 시민과 2등 시민으로 차별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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