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도의 북쪽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익숙한 윤곽 안에 낯선 지명들이 있었다.
한반도가 호랑이를 닮았다는 이야기는 숱하게 들었지만, 정작 시선은 그 허리 아래에만 머물렀던 것은 아닐까. 지도 위 낯선 지명은 누군가에게 평생 돌아가지 못한 고향이었다.
이산가족의 날을 하루 앞둔 22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이산가족이 부르는 아리랑: 아픔, 위로 그리고 희망’을 주제로 시민참여 문화행사가 열렸다. 23일까지 이어지는 행사에는 ‘지도에서 북녘 내 고향 찾기’, 이산가족에게 편지 쓰기 등 분단으로 떨어진 가족들의 사연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지도에서 고향을 찾는 일은 그곳으로 돌아가는 일과 다르다. 손끝으로는 금세 닿는 곳이지만, 누군가는 수십 년째 그 길을 건너지 못하고 있다.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이면 빈자리도 더욱 선명해진다.
현장에서 만난 장만순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은 상봉 신청자로 등록된 인원만으로 이산가족 전체의 규모를 설명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에 상봉을 신청하지 않은 이들까지 포함하면 생존한 1세대 이산가족이 약 70만~8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대부분이 초고령층에 접어들면서 생존자 수도 빠르게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위원장은 이산가족의 날이 그들의 아픔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기념일을 통해 관련 행사와 보도가 이어지고,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넓어지는 데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고향을 기억하는 1세대를 넘어 2·3세대가 그 기억과 뜻을 이어가야 한다고도 했다.
매년 음력 8월 13일인 추석 전전날은 ‘이산가족의 날’이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명절을 앞두고,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이들을 기억하는 날이다.
고향과 가족을 기억하는 이산가족 1세대에게 남은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열린 이번 행사는 이들의 기다림이 여전히 현재의 문제임을 되짚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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