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의 'AI 개발 속도조절론'을 놓고 중국 내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아모데이 CEO가 중국을 AI 안전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고 대중국 규제를 주장하자 중국 전문가들은 "AI 안전 문제를 지정학적 제로섬 게임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중 AI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이달 24일(현지시간) 예정된 정상회담을 앞두고 추진 중인 미·중 AI 안전대화도 양국 간 입장 차로 제한적인 성과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차례 中 언급…"대중국 규제 필요성" 강조
아모데이 CEO는 12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무려 14차례 중국을 언급하면서 "AI 개발 속도를 늦추더라도 중국보다 앞선 상태에서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의 AI 추격이 미국과 세계에 중대한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고성능 AI 칩과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통제를 강화하고, 칩 밀수와 원격 데이터센터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기업의 미국 AI 모델 무단 증류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모데이 CEO는 이런 조치를 통해 향후 3~5년간 미국의 AI 우위를 크게 확대하면 중국과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는 미·중 간 AI 안전 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미국이 먼저 AI 개발 속도를 늦출 경우 중국에 기술적 우위를 내줄 수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AI 안전 협력을 위해서라도 우선 중국의 추격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中 "AI 안전을 제로섬 경쟁으로 만들어" 비판
중국에서는 즉각 비판이 쏟아졌다. 중국의 통신·기술정책 전문가 샹리강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아모데이 CEO의 주장이 "중국의 정당한 AI 발전을 위협으로 묘사하고 미·중 AI 경쟁을 더욱 부추긴다"며 "부적절하고 근거가 없으며 적대적"이라고 비판했다. 칭화대 AI 국제거버넌스연구소의 샤오첸 부원장도 앤스로픽이 중국의 오픈소스 AI 모델과 경쟁에 직면하자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대중국 규제를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가안전부장도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경고음을 냈다. 천이신 중국 국가안전부장은 13일 중국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관할 잡지 '중국망신' 위챗 공식계정에 올린 글에서 일부 국가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기술 통제와 산업 표준 독점 등을 추진해 글로벌 AI 산업과 공급망을 분절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정 국가를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대중국 AI 규제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미국 빅테크가 주도하는 폐쇄형 AI 모델에 맞서 오픈소스 AI 모델을 앞세우며 글로벌 영향력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2일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를 위한 AI 오픈소스 전용 구역을 만들고 대규모 언어 모델(LLM) 개발·응용 협력을 지원하는 등 개방형 AI 생태계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죄수의 딜레마'에 제도적 한계도…협력 난항
미·중은 AI 안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안전을 확보하는 방식에서는 정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AI 발전을 안보 위험으로 보고 기술 접근을 제한하려는 반면, 중국은 미국의 기술 통제를 AI 독점과 공급망 단절을 초래하는 조치로 비판한다.
AI 개발을 둘러싼 경쟁도 양국 간 협력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다. 양국이 협력하면 AI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상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 때문에 어느 한쪽도 AI 개발 경쟁을 멈추지 못한다는 점에서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I 안전장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중국에 앞선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AI에서 승리하는 자가 승리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미·중이 이달 첫 공식 AI 안전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기술패권 경쟁과 상호 불신에 더해 제도적 한계도 걸림돌이다.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중 모두 AI 안전 분야의 기술적 전문성과 정책적 권한이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어 실질적인 합의를 이행할 주체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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