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김종인이 법정에서 본 오세훈, 기자가 현장에서 본 오세훈

김두일 선임기자
김두일 선임기자

형사재판에서 범행의 동기와 방식이 그 사람의 일관된 선택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중요한 정황이다. 지난 11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항소심 4차 공판에서 나온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증언을 눈여겨보는 이유다.
 
김 전 위원장은 2021년 3월 19일 오 후보가 찾아와 시장 후보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오 후보가 당내 압력에 물러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장이 되려 한 사람은 아니었다는 관찰이다.
 
이는 검찰이 제시한 범행 동기를 반박하는 중요한 정황이다. 거액의 비공표 여론조사를 은밀히 의뢰하고 제삼자가 비용을 대신 내는 편법까지 감수하려면 강한 당선 욕망이 전제된다. 그러나 오 후보는 안철수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고, 단일화 압박 속에서는 후보직을 내려놓는 문제까지 고민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장직을 차지하려 했다는 그림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
 
초선 의원이던 오세훈은 2003년 당내 5·6공 인사 용퇴를 요구했고, 자신부터 책임지겠다며 이듬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치개혁특위 한나라당 간사로 정당법·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개정을 이끈 '오세훈법'도 남겼다. 그 요구를 자신에게도 적용한 것이다.
 
2006년 정계에 복귀했다. 당시 맹형규·홍준표로는 열린우리당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당에 번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긴급 수혈이었지만, 절차는 전략공천이 아닌 세 사람의 경선이었다. 오세훈은 경선과 본선에서 잇달아 이겼다. '클린 정치인'의 출발이었다.
 
2011년 8월에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고 투표율 미달로 물러났다. 명분에 자리를 걸고, 결과에 책임진 행동이다. 이후 '무상급식 사퇴의 원죄'가 따라다녔고, 2021년 보궐선거 전에도 불출마 관측이 적지 않았다. 길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가지 않는 성정은 갑자기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니다.
 
기자에게 남은 장면도 있다. 서울시 체육대회 족구에서 우리 편이 밀리자 내가 잘하는 선수를 넣고 빠지겠다고 했다. 오 시장은 "그냥 해. 우리가 이길 수 있어"라고 했다. 선수를 바꾸기보다 정해진 구성으로 이기려 했다.
 
오 시장은 출처 불명의 사적 여론조사에 거액을 던질 만큼 모험적인 정치인이 아니다. 공적·사적 비용에 보수적이고, 계산이 분명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계약서도, 보고 체계도 없이 명태균에게 큰돈이 드는 여론조사를 맡기고 다른 사람이 대금을 부담하도록 방치했다는 주장은 평소 행동과 거리가 있다.
 
물론 성품과 이력만으로 무죄를 선언할 수는 없다. 법정은 통화기록과 메시지, 조사 시점, 보고 경로와 비용 흐름을 엄밀히 확인해야 한다. 다만 객관적 자료가 한 결론을 가리키지 않고 핵심 진술의 신빙성마저 흔들린다면 피고인의 동기와 행동 양식도 합리적 의심을 판단하는 자료가 된다.
 
김 전 위원장은 명태균이 오세훈과 자신을 연결했다는 주장과 자신이 여론조사를 지시했다는 주장을 모두 부인했다. 명태균이 친분을 과시하고 자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도 했다. 재판부가 볼 것은 오세훈의 '강직성'에 대한 찬사가 아니다. 검찰의 설명이 행적과 객관적 자료에 비춰 자연스러운가 하는 점이다.
 
유죄는 '그럴 수도 있다'가 아니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증명 위에 서야 한다.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만들겠다며 법을 고쳤고, 요구한 용퇴를 스스로 실천했으며, 명분 때문에 시장직을 던지고 찾아온 후보 자리마저 포기하려 했던 사람이다. 그런 오세훈이 거액의 음성적 여론조사로 시장직을 얻으려 했다는 주장은 엄격한 검증을 요구한다. 사람을 안다는 것은 편견이 아니다. 혐의와 한 정치인이 살아온 궤적 사이의 간격을 냉정하게 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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