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혈액검사 하나로 치매와 대장암 등 주요 질환의 조기 진단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혈액검사 기반의 새로운 진단법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앞으로는 동네 병원에서도 알츠하이머병을 정밀 진단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대변을 직접 채취하거나 검사 전 장을 비우는 등 기존 검진의 불편한 과정 없이 채혈만으로 대장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가능성도 열렸다.
◆ FDA, 알츠하이머 혈액검사 첫 승인… "동네 병원서도 가능"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이다. 서서히 발병해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 기능의 악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현재로서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지만 증상 발현을 늦출 수는 있어 조기 진단이 중요한 질병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동네 병원에서 피 한 방울로 알츠하이머병을 정밀 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로슈와 일라이 릴리의 알츠하이머 혈액검사 '일렉시스 인산화 타우 217(pTau217)'을 승인하면서다.
이 검사는 혈액 내 인산화 타우 217 단백질을 측정해 뇌에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축적됐는지를 분별하는 방식으로, 단일 바이오마커를 이용한 최초의 혈액 검사다.
기존에는 양전자단층촬영(PET)이나 뇌척수액 검사 등으로 아밀로이드 병리를 확인해 알츠하이머 여부를 진단했다. 새 검사는 보다 간단한 방식으로 정확하게 알츠하이머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1차 의료기관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며, 인지 저하 증상을 호소하는 55세 환자 누구나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로슈는 '1차 의료기관과 전문 기관에서 아밀로이드 병리 현상의 확진을 보조하고 배제 여부를 지원하는 최초의 FDA 허가 단일 바이오마커 혈액 검사"라고 설명했다.
◆ 국내 연구진, 혈액으로 대장암 90% 이상 찾아낸다
대장암은 우리나라 암 발생률 3위다.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95% 이상이지만 번거로운 대장암 검진 과정 때문에 암을 늦게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혈액을 이용한 대장암 진단검사가 매우 높은 정확도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된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변정식·홍승욱 교수팀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혈액검사만으로 대장암을 진단할 수 있는 '세포유리DNA 혈액진단법'으로 대장암 환자와 정상 대조군 1000여명을 분석한 결과, 진단 민감도가 90.4%에 달했다고 밝혔다.
세포유리DNA 혈액진단법은 혈액에 존재하는 암세포로부터 유래된 세포유리DNA의 특성을 분석해 암 존재 가능성을 선별하는 검사로 암 진단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각광받고 있다.
기존 대장암 검진인 분변잠혈검사의 민감도가 70~80%인 점과 비교해도 우수한 정확도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임상소화기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미국소화기학회지(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 피인용지수 8.5)'에 최근 게재됐다.
◆ "검사 전 장 비우는 부담 줄여…조기 발견으로 생존율 향상"
현재 한국의 국가 암 검진 체계에서 대장암 검진은 채변을 통한 분변잠혈검사가 기본이다.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타나면, 2차 검진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대장암 검진 수검률은 44.4%로 주요 암종 중 최하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분변잠혈검사는 대변을 직접 채취해야 하고, 대장내시경검사는 검사 전 장을 깨끗하게 비우는 과정이 필요한 만큼 검사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액체생검 및 임상유전체 분석 전문기업 GC지놈과 함께 세포유리DNA 혈액검사를 활용해 대장암 환자 302명, 진행성 대장용종 환자 108명, 정상 대조군 1,267명 등 총 1677명의 진단 결과를 분석했다. 채혈을 통해 수검자의 혈액 속 세포유리DNA를 추출해 유전정보를 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로 분석한 뒤, DNA 절편의 길이와 말단 구조, 유전체 분포 등의 정보를 AI 딥러닝 모델로 분석했다.
그 결과 대장암 진단 민감도는 90.4%로 나타났다. 즉 대장암 환자 10명 중 9명을 정확하게 찾아낸 것으로, 약 70~80%의 진단 민감도를 보이는 기존 분변잠혈검사보다 높은 확률로 환자를 정확히 선별하는 것을 확인했다. 세포유리DNA 혈액진단법의 정상 대조군 특이도는 94.7%로, 정상인 100명 중 95명을 정확하게 정상으로 판별해냈다.
변정식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소장(소화기내과 교수)은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 검진 과정에서 느꼈던 부담감을 줄이고 혈액검사만으로 편리하게 대장암을 선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혈액진단의 편의성과 AI 기술이 합쳐지면 보다 편리하게 대장암 검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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