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청년실업 부추기는 과도한 집단소송제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오정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자유시장연구원장] 
 
 
집단소송제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국회와 법무부가 집단소송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이미 국회에는 10여건이 넘는 입법안이 제출되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9월 1일에는 19개 소비자·시민단체들이 함께 하고 있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 제정연대>(이하 ‘제정연대’)는 정기국회 개원일을 맞아 옵트아웃·증거개시제도 포함한 집단소송법 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회앞에서 시위도 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9월 정기국회 내에 집단소송법 제정안이 처리되어야 하며, 특히 옵트아웃과 증거개시제도 등의 장치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단소송제는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초래했을 경우 피해자를 구제하는 제도다. 옵트아웃(Opt-out, 제외신고) 방식과 옵트인(Opt-in)의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옵트아웃 방식은 피해자가 별도의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더라도 동일한 피해를 본 전체 집단에 판결 효력이 자동으로 미치며, 소송 참여를 원치 않는 사람만 명시적으로 제외 신청을 하는 제도이다. 남소(무분별한 소송)로 인해 기업을 폐업에 이르게 할 정도로 엄청남 피해를 입히기도해서 경제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반면 옵트인(Opt-in) 방식은 피해자가 소송 참여 의사를 직접 밝혀야만 판결이나 합의의 효력을 적용받는 방식이다. 소액 다수 피해 사건에서 피해자의 '합리적 무관심'이나 개인이 직접 절차를 밟기 어려워 참여율이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소액 피해의 경우 권리 구제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남소(무분별한 소송)를 막고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옵트인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주요 국가별 도입 현황을 보면 영미법계에서는 전통적으로 옵트아웃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반면 대륙법계 국가나 유럽 제국은 원래 옵트인(Opt-in)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미법계 중 가장 강력하고 광범위한 옵트아웃 집단소송 제도를 운용하는 국가들로는 미국 캐나다 호주가 있다.

미국에서는 1996년에 도입된 후 증권, 소비자, 환경, 담합, 노동 등 거의 전 분야에 도입하고 있다. 연방법원 소송규칙(FRCP Rule 23)에 따라 대표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의 승인(Class Certification)을 거쳐 피해자 전체에 옵트아웃 방식이 적용된다. 캐나다는 주(Province)별로 퀘벡주를 시작으로 온타리오, 브리티시컬럼비아 등 대부분의 주에서 법률에 따라 미국과 유사한 옵트아웃 형태의 집단소송을 운용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7인 이상의 원고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법적·사실적 이슈를 가질 때 집단소송(Representative Proceedings)이 가능하며, 기본적으로 옵트아웃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반면 대륙법계 국가나 유럽 제국은 원래 옵트인(Opt-in)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피해 구제의 효율성을 위해 특정 분야(공정거래·소비자 등)에 제한적으로 옵트아웃을 도입하는 추세이다. 영국은 2015년 소비자권리법(Consumer Rights Act) 개정을 통해 독점금지법 위반 행위에 대해 경쟁항소법원(CAT)을 통한 옵트아웃 집단소송을 도입했다. 네덜란드는 대중 집단배상청구법(WAMCA, 2020년 시행)을 시행하고 있다. 거주민 피해자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옵트아웃 방식을 적용하고 외국인 피해자는 옵트인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유럽 내에서 드물게 민사/소비자 분야 전반에 옵트아웃 방식을 인정해 오고 있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북유럽 국가)에서는 공공기관이나 소비자단체가 대리하는 단체소송 등 제한된 유형이나 법원의 재량에 따라 옵트아웃 방식을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전체 차원에서는 EU 집단구제지침 (Representative Actions Directive, 2023년 적용)에 의해 EU 회원국에 대규모 소비자 피해 구제 제도를 마련하도록 의무화했으나 옵트아웃과 옵트인 방식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각 회원국의 재량에 맡겼기 때문에 유럽 내에서는 여전히 옵트인 제도를 기본으로 두고 일부 국가만 옵트아웃을 병행하거나 도입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5년부터 시행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에서 제한적으로 옵트아웃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제조물책임, 공정거래, 개인정보 유출 등 전 분야로 옵트아웃 집단소송을 확대하는 법안이 계속 논의되고 있으나, 기업의 남소 부담 및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로 찬반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옵트아웃(Opt-out) 방식을 도입한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피해 구제 현황 및 주요 특징은 피해자 구제의 효과와 기업·사회적 부담이라는 양면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구제 범위가 획기적 증가하고 있다. 옵트인(Opt-in) 방식에서는 피해 사실을 몰랐거나 소송비용 부담으로 신청하지 않은 사람이 90% 이상에 달하지만, 옵트아웃 국가에서는 제외 신청을 하지 않는 한 전체 피해 집단이 배상 판결이나 합의의 수혜 대상이 된다. 1인당 피해액이 수천 원~수만 원에 불과해 개별 소송이 불가능했던 소비자·개인정보 유출 피해 사건에서 수백만~수천만 명 규모의 대규모 집단 배상이 성립한다.

거액의 화해금(Settlement) 타결을 통한 빠른 실질 배상이 이루어 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등의 통계에 따르면 옵트아웃 집단소송의 90% 이상이 재판 끝까지 가지 않고 기업과 원고단 간의 '화해(Settlement)'로 종료된다. 미국의 일부사례를 보면 2019년 에퀴팩스(Equifax) 개인정보 유출 사건(약 7억 달러 배상 합의), 디젤게이트 관련 폴크스바겐 사건(100억 달러 이상 합의) 등 천문학적 규모의 배상금이 소송 참여 신청을 하지 않은 대중에게도 일괄 분배되었다.

최근 유럽(EU) 시장으로의 파급 효과가 확대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국(2015년), 네덜란드(2020년) 등 옵트아웃 제도를 부분적·전면 도입한 유럽 국가들에서는 기획 소송 및 피해 배상 청구 금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로펌 CMS 보고서(2024)에 따르면 유럽 내 집단소송 청구건 중 옵트아웃 사건 비중이 54%를 차지하며 최초로 옵트인을 앞질렀다.

옵트아웃(Opt-out) 방식이 확대되되면서 부작용과 소송남용과 화해 압력 (Settlement Pressure) 등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옵트아웃 특성상 원고 집단이 수백만~수천만 명으로 확대되어 잠재적 배상 청구액이 수조 원 단위로 불어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 승소 가능성이 높더라도 "만약 패소할 경우 기업이 파산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에, 법적 과실 유무와 상관없이 수백억~수천억 원을 주고 조기 화해하는 부작용이 자주 발생한다.

실제 피해자보다 변호사·소송금융업자(Litigation Funders) 중심으로 배분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수령 절차가 복잡하거나 소액인 경우, 최종적으로 배상금을 수령하는 피해자 비율(Claim Rate)이 높지 않은 사건들이 존재하고 결과적으로 천문학적인 합의금 중 상당 비율(20~30% 이상)이 원고측 대리인(변호사) 수수료 및 제3자 소송금융업자에게 돌아가 "피해자 구제보다 소송 사업자의 배를 불린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별도 소송(Opt-out 소송)도 증가하고 있다. 증권 집단소송의 경우, 집단소송 합의금으로 수령하는 금액이 실제 피해액보다 작다고 판단한 대형 연기금이나 기관투자자들이 의도적으로 옵트아웃(제외 신청)을 한 뒤 기업을 상대로 독자적인 개별 소송을 제기하는 비율이 급증하는 추세다.

소액·다수 피해자의 실질적 구제를 강화한다는 취지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피해구제라는 명분만으로 기업이 예측하기 어려운 책임까지 확대할 경우 뒤따르는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해야 보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의 조속한 도입보다 소급적용과 옵트아웃, 기존 규제와의 중첩이 가져올 부작용을 면밀히 따지는 일이다.

피해자를 자동으로 소송에 포함하는 옵트아웃 방식은 지나치게 강한 장치다. 국회 논의에서는 피해자가 별도로 제외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판결의 효력이 전체 피해자에게 미치는 방식이 주장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이나 플랫폼 사고처럼 잠재적 피해자가 수십만, 수백만 명에 이르면 작은 위자료도 막대한 배상액으로 확대되어 기업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고 종국적으로 엄청난 실업자를 양산할 수 있다.

손해배상의 기본은 실제 피해에 상응하는 책임이어야 한다. 기업의 위법행위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다면 당연히 배상해야 한다. 그러나 피해 정도와 개별 당사자의 의사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책임의 총액부터 확대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집단소송은 피해회복을 쉽게 하기 위한 수단이어야지 기업을 처벌하거나 존립을 위협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미국의 집단소송제를 한국에 그대로 대입하면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 미국은 기업활동의 앞단에서 촘촘한 사전규제를 가하기보다 문제가 발생한 뒤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 등 사후적·사법적 통제를 통해 책임을 묻는 방식이 발달해 왔다. 집단소송 역시 이러한 규제환경에서 기업의 위법행위를 사후적으로 통제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한국은 이미 기업활동의 진입과 운영 과정에서 강한 사전규제가 작동하고 있다. 인허가·신고와 각종 행위규제, 감독·검사에 더해 문제가 발생하면 과징금·시정명령 등 행정제재가 뒤따르고 여러 분야에서 징벌적 손해배상도 시행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식 집단소송이라는 강력한 사후책임 수단까지 추가한다면 규제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아니라 사전규제와 사후제재를 중첩시키는 과잉규제가 될 우려가 크다.

집단소송제만 따로 떼어 놓고 소비자 보호 효과만 평가해서도 안 된다. 법무부는 하반기 업무계획에서 '소액·다수 피해자들을 위한 집단소송제 확대’를 공식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입증부담 완화와 증거제출 확대, 징벌적 손해배상, 기존 행정제재까지 여러 책임강화 수단이 동시에 작동한다면 기업이 부담하는 전체 규제비용과 위험이 어느 수준까지 높아지는지 함께 점검해야 한다.

과도한 소송위험은 중소·중견기업과 혁신기업에 더욱 치명적이다. 대기업과 달리 충분한 법무조직과 보험, 충당 능력을 갖추기 어려운 기업은 최종적인 책임이 확정되기도 전에 막대한 소송비용과 평판 훼손을 감당해야 한다. 위험이 커질수록 기업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시도하기보다 법적 위험을 회피하게 되고 그 결과는 투자와 고용, 혁신의 위축으로 돌아올 수 있다.

소급적용도 문제다. 국회에서 논의되는 집단소송법안 가운데에는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손해까지 적용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이 제시돼 있다. 기업은 행위 당시의 법과 제도를 기준으로 보험과 충당금을 설정하고 투자와 경영을 결정한다. 사후에 만들어진 새로운 소송절차를 과거 사건에 적용하면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훼손할 수 있다.

집단소송제의 목적을 피해구제에 맞춘다면 제도 역시 그 목적에 필요한 수준으로 설계해야 한다. 법 시행 이전 사건에 대한 소급적용은 배제하고, 처음부터 광범위한 옵트아웃을 도입하기보다 소송 당사자의 참여 의사를 명확히 확인하는 방식을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존 징벌적 손해배상과 행정제재 등과의 중복 여부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

기업의 책임을 묻는 것과 기업에 과잉책임을 지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소비자의 권리는 두텁게 보호해야 하지만 기업의 법적 책임 역시 명확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미국의 강력한 사후적 사법통제 수단만 떼어 와 한국의 촘촘한 사전규제 위에 덧붙이지 말아야 한다. 집단소송제가 피해구제의 수단을 넘어 또 하나의 과잉규제가 되지 않도록 입법의 속도보다 제도의 균형을 먼저 살펴야 한다.

미국 제조업 몰락기

미국의 경우 1996년 Opt-out식 집단소송제가 도입된 후 소송이 급증했다. 2017년 412건 2018년 403건 2019년 402건 등 줄소송이 이어졌다. 그 결과 많은 미국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경영을 축소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가 급감했다, 1996년 말 미국 제조업고용인원은 1억 7284만 명이었다. 그러나 2001년들어 감소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9년 5월 1억 1850만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1996년 말에 비해 5434만명이나 일자리를 잃었다. 이 시기는 때마침 2001년 WTO에 가입한 중국의 미국시장 진출로 미국 무역수지가 악화되면서 제조업 붕괴를 가속화시킨 측면도 있다. 2000년대 미국의 집단소송 줄소송을 보면 미국제조업의 붕괴가 중국의 미국시장 진출과 Opt-out식 집단소송 줄소송의 합작품으로 보인다.

한국은 지금 반도체의 일시적 호황으로 새로운 성장국면을 맞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반도체와 관련 산업을 제외한 산업과 기업은 빈사사태로 청년들의 고용사정은 갈수록 악화되는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Opt-out 식 집단소송법을 도입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빈사상태인 한국기업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강펀치를 날리게 될 우려가 크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금도 일자리가 없어 헤메는 청년들에게 돌아가게 될 우려가 크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 ▷한국국제금융학회장 ▷고려대 경제학과·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자유시장연구원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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