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슈퍼 엔저가 한국 경제에 던지는 경고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오정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자유시장연구원장] 
 

지난 6월 엔·달러 월평균 환율이 160.70엔까지 상승해 34년 만에 처음으로 160엔을 돌파했다.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엔화 환율이 급등 (엔화 가치 하락)하는 ‘슈퍼 엔저 시대’가 열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슈퍼 엔저 현상은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조절하기 위해 현재의 상단기준 3.75%인 연방기금금리를 더욱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일본은행은 높아지는 물가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6월 16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로 6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여전히 1% 수준의 낮은 금리를 지속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다. 일본은행 기준금리가 연 1%로 올라선 건 1995년 8월 이후 약 31년 만이다.

일간 기준으로는 지난 7월 28일 엔·달러 환율이 163.86엔 까지 급등했다. 그러자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30일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시장 개입에 나섰고 미 재무부도 뉴욕연방준비은행을 통해 복수의 은행에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실시하며 투기적 엔화 매도세를 압박했다. 레이트 체크는 당국이 외환 거래 은행에 현재 환율을 문의하는 절차로 시장에서는 직접 개입에 앞선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은 최대 100억 달러(약 1조 5700억 엔) 규모의 엔화 매수를 검토한 정황도 포착됐다. 뉴욕연은은 미 재무부를 대신해 유로화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면서 엔·달러 환율은 7월 31일 157.40엔으로 내려앉았다. 이처럼 미국과 일본이 시장에서 엔화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함께 움직인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이 이례적으로 움직인 배경에는 엔화 추락이 일본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오랜 저금리 환경에서 연기금 등 일본 기관투자가들은 미국 국채를 비롯한 해외 자산 투자를 대폭 늘려왔다. 하지만 일본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엔화 약세까지 심화하면 환차손을 감수하면서 미국 국채를 보유할 유인이 줄어 매도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대거 처분할 가능성도 있다. 엔캐리 트레이드 포지션 청산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막대한 재정적자와 장기금리 상승 압력에 직면한 미국으로서는 일본의 국채 매도를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엔화 방어에 힘을 보탤 유인이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엔화 가치 하락이 장기화하면 일본산 자동차와 기계류 등 일본의 대미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점도 미국으로서는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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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금리 지속과 거주자의 달러 유출로 원·달러 환율도 상승 (원화가치 하락)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1500원대 고공행진은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 약세 심리가 지속되고 있다는 증거다. 첫째 이유는 국내 원화가 너무 많이 풀려 원화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인기영합적 재정살포다. 금년 예산은 사상 최대 규모인 728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본예산 673조3000억원보다 54조7000억원(8.1%) 늘어난 '슈퍼' 예산이다. 여기에 정부가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해 “전쟁추경”이라는 이름 하에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했다. 내년에도 10% 가 늘어난 적극재정이 주장되고 있다.

둘째 이유는 재정 쪽에서 돈이 마구 풀리는데 한국은행이 이를 통제하지 않고 국채를 매입하는 등 부응하는 정책을 펴면서 화폐량도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을 마구 풀기 위해 국채를 발행할 경우 한국은행이 국채를 매입하지 않으면 시중금리가 상승하는 등 압박이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에 주어진다. 대개 하는 수 없이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한다. 이를 재정의 통화화라고 해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금지하고 있다.

한국보다 성장률이 높은 미국은 총통화(M2) 증가율이 4~5% 수준인데 비해 한국은 8~9%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국은 물가상승률이 2~3% 내외 성장률이 3% 내외이면 총통화(M2) 증가율이 5~6% 내외이면 적정수준인데 그 보다 많은 돈이 풀리고 있다. 미국의 연방기금금리는 상단기준 3.75%인데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5%인 한미 간 금리격차도 지속되고 있다.

셋째 이유는 기업들이 수출 대금을 국내로 들여와 원화로 바꾸지 않고 해외에 재투자하려고 쌓아두는 규모가 적지 않아서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한국기업들이 해외에 쌓아두고 있는 달러 규모도 늘어나 지난해 3분기말 기준 11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미국 관세 압박으로 기업들이 해외 현지 투자를 늘리고 있는 영향도 있지만, 노랑봉투법 등 반기업·친노조 정책이 국내 투자를 가로막은 측면도 있다.

넷째 서학개미들도 약 2000억 달러를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스페이스X가 상장하면서 그 규모가 더욱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국민연금도 약 5000억 달러를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은행의 기업외화예금도 약 1000억 달러 수준이다.

거주자의 달러 투자 급증 배경으로는 한미 간 성장률 격차도 중요한 요인이다. 한미간 잠재성장률도 한국은 하락을 지속하는 반면 1인당 소득 9만 달러대 미국은 상승 중이다. 이 모두가 달러 강세 원화 약세 요인이다.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다. 원화 가치 하락은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경고로 봐야 한다.

고환율은 방심해선 안 된다는 신호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고물가와 고금리라는 악순환을 낳고, 결과적으로 서민들에게 타격을 입히며 경제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물가가 오르면서 일자리구하기가 어려운 바닥 민생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수출이 잘되고 경제가 성장한다는데 자영업자들을 손님이 끊겨 저녁 장사를 공치는 날이 허다하다며 외환위기 때보다 더 살기 퍽퍽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다행히 원·달러 환율이 다소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1424원으로 6월 말(1549.4원) 대비 한 달 새 125.4원 하락했다. 지난달 달러 대비 원화 환율 하락률은 8.81%로 금융 위기 때인 2009년 3월 10.88% 이후 가장 컸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6일 금리를 올린 데다, 최근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주춤해지고,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 자금이 국내로 유입된 것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외환시장에서 원화와 엔화가 동조화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엔화 강세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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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여전히 엔화 약세를 따라가지 못해 원·엔 환율이 급락을 지속하고 있다. 2009~2012년 1500원 선이었던 원·100엔 환율은 2013년 부터 2022년 3월까지는 평균 1038원 안팎에서 등락을 보여왔다. 그 후 2022년 4월부터 2023년 10월 까지는 평균 953원 선에서 등락하다가 엔화가 슈퍼엔저 현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2024년 중에는 평균 870-890원 선에서 등락을 보이다 지난 6월에는 950년 수준을 보이고 있다. 비교적 장기추세였던 1038원선에 비해 8.4%나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 달 31일에는 엔화방어 영향으로 888.25원 까지 하락했다.
 
 
한국수출품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부품, 선박, 기계류 등 일본수출품과 글로벌시장에서 경쟁을 하는 제품들이 많다. 일본상품의 달러 표시 가격이 한국상품의 달러표시 가격보다 더 크게 낮아지면 해외시장에서 경합하는 한국상품이 가격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따라서 슈퍼 엔저 현상은 한국 경제에도 큰 부담이다. 글로벌 무역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경합도는 69.2로, 미국(68.5)·독일(60.3)·중국(56.0) 등 주요 국가 중 가장 높다.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1%포인트 내리면 한국의 수출가격은 0.41%포인트, 수출물량은 0.20%포인트 하락한다는 분석이다.

연말 전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이 나오고 있어 당분간 슈퍼엔저는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은 외국자본 유출 우려와 물가안정을 위한 수입물가 안정을 위해 원·달러 환율의 상승 (원화가치 하락)을 두고 보기 힘든 실정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273억 5926만달러(약 561조6000억원)로, 지난 해 11월 말(4306억5928만달러)보다 33억2만달러 감소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 방어를 위한 시장개입 결과로 추정된다.

원·엔 환율 하락이 지속되면서 수출에 또다시 타격을 줄 전망이다. 이렇게 될 경우 1997년 2008년 같은 위기가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쟁이 격화돼 정치사회 불안이 가중되고 국정공백 사태까지 가는 최악의 정치위기가 오면 어김 없이 경제위기가 뒤따른다. 1997년 2008년이 그 전형적인 예다. 그리고 지금은 여야간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사생결단 정쟁만 가열되고 있는 형국이다. 다시 정치위기와 국정공백사태를 맞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97년 1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의 한보그룹 개입의혹과 국정개입사태가 터지면서 정국은 혼란에 빠졌다. 검찰조사와 국회청문회에서도 김현철의 한보그룹 개입의혹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말 대선을 앞 둔 야당의 공세는 계속되었다. 5월 김현철은 한보그룹 개입문제가 아니라 전례 없이 정치자금에 대한 증여세 포탈 혐의로 구속수감되었다. 집권 5년차 김영삼대통령의 국정동력은 급격히 약화되었다. 한보 삼미 진로 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부도나고 수출도 급락했다. 민주노총 파업이 이어지면서 노동개혁은 불발되고 부실기업 구조조정도 하지 못해 기업부실은 가속화되고 금융부실도 치솟았다.

설상가상 미국 연준은 1994년 1월부터 1995년 4월 까지 연방기금금리를 2.96%에서 6.05%까지 인상했다. 반면 역플라자합의로 엔·달러 환율은 1995년 4월 달러당 83.59엔을 저점으로 상승하기 시작했으나 한국은 고금리 저환율정책을 추진한 결과 원·엔 환율이 하락해 수출이 악화되었다. 마침내 외국금융기관 대출금을 중심으로 외국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면서 1997년 말에 위기가 발생했다.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은 4월 18일 정부는 한미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을 전격 발표했다. 4월 29일 MBC의 시사 보도 프로그램인 은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방영했다. 주저앉은 광우병 의심소를 도축하는 장면, 인간 광우병 여성의 죽음 등을 방영해 한국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이를 계기로 연인원 100만 명이 참여하는 촛불집회가 3개월여 지속되었다. 그 후 법원은 방송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인정했지만 3개월여 지속된 촛불시위로 새정부의 국정동력은 급격히 약화되었다.

한편 닷컴버블로 추락한 미국경제 회복을 위한 달러약세정책 추진으로 원화가 절상되면서 2004년 1058원이었던 100엔당 원화 환율은 2007년 789원 까지 하락했다. 그 결과 2004년 31.0%였던 한국수출증가율은 2005년 12.0% 2006년 14.4% 2007년 14.1%로 주저 앉았다. 설상가상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수출 등 경제가 악화되고 광우병 촛불시위로 국정동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하자 외국인 주식투자자금과 은행대출금을 중심으로 외국인자금이 급격히 유출되어 마침내 한국은 외화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2009년 성장률은 0.9%로 추락했다.

1997년과 2008년과 달리 최근에는 한국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금년에는 3%의 이례적인 높은 성장률이 전망되고 있다. 이는 단연 반도체 수출 증가가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한국의 수출은 반도체 수출에 크게 좌지우지되어 왔다. 그 동안 한국수출의 가장 큰 시장이었던 대중국 수출 추이를 보면 대중국 수출이 고공행진을 지속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수출이 호조를 보일 때는 대중국 수출이 호조를 보였고 반도체수출이 부진했던 2023년 초에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도 부진했었다. 그 결과 반도체를 제외하면 무역수지는 2018년 이후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2015년 11월 10일 공식 타결된 한중자유무역협정과 관련이 크다. 한중자유무역협정에서 한국이 기술 우위에 있는 품목은 대부분 관세를 낮추는 양허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시 한국의 기술우위 품목은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고기술 철강, 고기술 화학제품, 고기술 선박, 고기술 기계류, 고급의류와 화장품, 금융산업 등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러한 품목이나 분야는 대부분 제외됐다. 자동차에 22.5~25%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이러한 부문의 완성품에 대한 고율관세로 중국 현지 생산을 유도해 기술개발을 하고자 하는 중국 전략에 백기를 들었다.

기술우위 품목의 중국시장 점유를 확대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됐다. 중국에 비해 기술은 우위에 있지 않으면서 임금수준이 높아 가격경쟁력이 열위인 범용제품으로는 중국시장을 파고 드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오히려 유사한 중국 제품의 한국시장 점령 기회만 제공한 꼴이 되고 말았다. 기술우위 품목을 대부분을 양허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한중자유무역체결 이후 반도체를 제외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하락일로는 지속하고 있다. 중저 기술품목은 중국상품의 한국시장 점령으로 한국의 중소제조기업은 붕괴되다시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무역구조는 제조업 생산과 경기를 반도체 포함한 대기업과 반도체를 제외한 중소기업 중심 경기가 양극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제조업 경기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반도체를 제외한 경기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생산지수 증감율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의 생산지수 증가률을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 82% 수준이 정상적인 수준인 제조업 평균 가동율이 7월 중 73.7%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최근 성장률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민생의 체감경기가 부진을 지속하고 있는 배경이다.

따라서 수출과 성장률에 대한 반도체 착시현상을 걷어내고 전체 산업수출과 생산동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경제안보 전략산업으로서 중요한 반도체를 소홀히 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산업도 살펴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여전히 부진한 비반도체 산업의 수출을 증진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가 과도한 원·엔 환율 하락을 막는 일이다. 이를 방치한 가운데 사생결단의 정치위기가 가세해 적절한 대책을 추진하지 못하는 경우 1997년 2008년 같은 경제위기가 닥칠 수도 있는 위기감이 엄습해 온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 ▷한국국제금융학회장 ▷고려대 경제학과·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자유시장연구원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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