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엘니뇨' 덮친 태평양…허리케인 3개 동시 발생, 역대급 폭풍 오나

  • "엘니뇨 내년 초까지 지속 확률 100%"

국립대구기상과학관에서 시민들이 엘니뇨 현상이 표현되는 지구의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립대구기상과학관에서 시민들이 엘니뇨 현상이 표현되는 지구의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말 역대 가장 강력한 수준의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태평양에서 강력한 허리케인과 열대저기압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엘니뇨가 지구 온난화를 가속하는 데다 폭풍의 발달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올겨울을 비롯해 전 세계 기온과 강수 패턴에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기상기구(WMO)는 3일 엘니뇨·라니냐 전망에서 올해 9~11월 엘니뇨 상태가 나타날 확률을 100%로 제시했다.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도 엘니뇨가 이어질 확률을 100%로 전망했다. WMO는 "중립 상태나 라니냐로 돌아설 전망은 없다"며 엘니뇨 강도가 점차 강해져 올해 연말 매우 강한 수준으로 정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매우 강한 엘니뇨가 발생하면 세계 곳곳에서 기온과 강수량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실제 태평양에서는 이미 엘니뇨의 영향으로 강력한 폭풍이 잇따르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태평양에는 4등급 허리케인 '로웰'과 '카리나', 그리고 허리케인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있는 열대저기압 '마리'가 동시에 관측됐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로웰과 카리나가 각각 하와이 제도 주변을 지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로웰이 하와이 제도 최서단 섬들에 가까이 접근할 가능성도 있어 향후 이동 경로에 관심이 쏠린다. 마리는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주 남쪽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으며 NHC는 이날 허리케인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폭풍 동시 발생의 배경으로 따뜻해진 바닷물을 꼽는다. 따뜻한 해수는 폭풍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엘니뇨는 태평양 상공의 상·하층 바람 차이를 줄여 허리케인이 발달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미국 미시간대 기후학자는 AFP에 "열대저기압 3개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단연 보기 드문 일"이라며 엘니뇨로 인한 온난화가 강력한 폭풍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2015년 강력한 엘니뇨 당시에도 태평양에서 여러 태풍과 허리케인이 동시에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기상청 기후예측모델 Glosea6의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 예측 결과 사진연합뉴스·기상청
기상청 기후예측모델 Glosea6의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 예측 결과. [사진=연합뉴스·기상청]


엘니뇨의 강도도 예사롭지 않다. 연합뉴스는 WMO에 따르면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는 지난 5~7월 평년보다 1.5도 높았으며, 7월에는 평년보다 2.0도 높았다고 보도했다. 또한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는 평년과의 차이가 2.2~2.6도에 달했다고 전했다. 기상청은 8월 23~29일 기준으로도 평년보다 2.6도 높은 상태라고 밝혔다.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으면 비공식적으로 '슈퍼 엘니뇨'로 불린다. 일부 기후 예측 모델은 오는 11월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최대 3.9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역시 올해 엘니뇨가 관측 역사상 가장 강력할 가능성을 69%로 보고 있다.

문제는 엘니뇨가 폭풍뿐 아니라 폭염과 가뭄 등 광범위한 이상기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WMO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 가운데 '역사상 가장 더운 해' 기록이 깨질 가능성을 86%로 전망하면서 내년을 기록 경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해로 꼽았다.

한국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우리나라는 최성기인 겨울철 기온이 높고 강수량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기온과 강수량은 인도양·서태평양 해수면 온도와 북극 해빙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만큼 엘니뇨만으로 날씨 변화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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