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13단지가 스카이라인 계획을 이유로 서울시 통합심의에서 보류되자 심의를 앞둔 다른 재건축 단지들도 설계 손질에 나섰다.
서울시가 최고층 주동을 전체의 10% 안팎으로 배치하고 동별 높이를 다양화하라는 자문의견을 내면서 한 단지는 49층 주동을 기존 10개에서 3개로 줄이기로 했다. 최고 49층 자체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설계가 상당 부분 진행된 단지에는 사업 일정과 설계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날 일부 목동 재건축 단지들의 초고층 주동 설계가 당초 자문 과정에서 제시한 방향과 차이가 있어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목동의 경우 각 단지당 자문을 2~4차례 진행했는데 자문 내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설계안이 제출돼 통합심의 과정에서 보류된 것”며 “남은 목동 단지들도 이 같은 사례를 보고 설계안 보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 통합심의를 준비 중인 한 단지는 초고층 주동 수를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를 바꾸고 있다. 목동 재건축 단지의 한 조합장은 “목동13단지의 통합심의 보류 내용을 전달받은 뒤 49층 주동을 기존 10개에서 3개로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를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 정비사업 통합심의소위원회는 지난달 25일 ‘목동지구 14개 단지 계획에 대한 개략적 가이드라인’과 관련한 자문의견조서를 통해 주동 높이를 3개 이상으로 다양화하고 최고층수 주동 수는 가급적 약 10% 내외로 계획할 것을 제시했다.
목동13단지는 지난 7월 서울시 통합심의에서 보류됐다. 상당수 주동을 49층으로 계획하면서 동별 층수에 충분한 차이를 두지 않은 점 등이 지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심의는 건축·경관·교통·교육환경 등 정비사업 관련 심의를 한꺼번에 진행하는 사업시행인가 전 주요 절차다.
서울시는 최고 49층 건축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목동6단지도 최고 49층으로 설계해 지난 5월 통합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했다. 문제는 최고층수가 아니라 초고층 주동의 수와 배치라는 설명이다.
재건축 추진 주체들은 초고층 주동을 많이 배치하면 정해진 용적률 안에서 동 간 거리와 개방감을 확보하고 조망권이 좋은 가구를 늘릴 수 있어 상품성과 분양수입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고 본다. 이에 따라 목동 재건축 단지 상당수가 설계 단계에서 초고층 주동을 적극적으로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서울시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해 주거지역의 35층 높이 기준을 폐지하는 대신 지역 여건을 고려한 입체적인 스카이라인과 공공성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 자문의견에서도 최고층 주동 비중을 줄이는 대신 저층 배치구간의 최고 높이를 기존 7층에서 10층으로 높이고 중층 배치구간은 최고 20층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목동13단지 조합 측은 이번 보류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소유주는 “각 동별 층수가 조정되는 것에 불과해 공사비나 사업기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서울시가 요구한 보완사항을 적용하면 사업시행인가 때 오히려 한 번에 더 빠르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인 만큼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상승도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향후 주요 공사비 산정 요소가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따라 비용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자문의견에는 저층 배치구간 최고층수를 기존 7층에서 10층으로, 중층 배치구간은 15층에서 20층으로 높이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다른 목동 단지에도 인허가 리스크가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목동13단지 설계를 맡은 ANU는 13단지 외에도 목동3·5·8·11단지 등 목동에서만 총 5개 단지의 설계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단지들도 초고층 주동을 다수 배치했다면 향후 통합심의 과정에서 설계 수정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올해 안에 시공사 선정을 준비하는 단지가 5곳에 달해 통합심의 이전에 시공사를 선정하는 단지의 경우 설계 변경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시공사 선정 당시 제시한 설계안이 통합심의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시공사 선정 직후 설계를 변경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이후 층수나 주동 배치 등 주요 설계가 변경되면 공사비와 공사기간 등을 재검토해야 할 수 있다”며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위해 심의 기준이 조기에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설계사 선정 단계에서 사업성을 강조하기 위해 인허가 가능성보다 공격적인 설계안이 제시되는 관행이 향후 정비사업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설계사 선정 단계에서는 고층 동을 최대한 많이 배치하는 것이 조합원의 선택을 받는 데 유리하다”며 “향후 인허가 과정에서 상당한 마찰이 발생하고 사업 지연과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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