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파산 피한 홈플러스,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

서울 시내의 한 홈플러스 매장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홈플러스 매장. [사진=연합뉴스]

파산 문턱까지 갔던 홈플러스가 가까스로 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지 1년6개월 만에 경영 정상화로 나아갈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홈플러스가 살아났다는 의미가 아니다. 말 그대로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은 것에 가깝다.

무엇보다 급한 것은 무너진 영업 기반을 정상화하는 일이다. 유통업의 경쟁력은 결국 상품에서 나온다. 자금난이 장기화하면서 일부 납품업체들이 거래 조건을 강화하거나 상품 공급을 줄였고 이는 다시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았다. 원하는 상품을 제때 살 수 없는 대형마트라면 고객이 다시 찾을 이유는 없다. 회생계획 인가 이후 가장 먼저 납품업체와의 신뢰를 회복하고 상품 공급망을 정상화해야 하는 이유다.

그 출발점은 밀린 납품대금을 제대로 갚는 것이다. 홈플러스가 안고 있는 상거래 공익채권, 즉 납품대금은 5000억원을 넘는다. 회생계획에는 이를 장기간에 걸쳐 분할 변제하는 방안이 담겼다. 하지만 대기업에는 몇 년을 기다리는 문제가 재무계획의 일부일 수 있어도 자금력이 약한 중소 납품업체에는 '생존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자산 매각도 속도를 내야 한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에 따라 점포를 비롯한 보유 자산을 매각하고 이를 채무 변제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와 대형마트 사업의 전망을 감안할 때 계획한 가격과 시기에 자산을 팔 수 있느냐는 점이다. 매각이 늦어지거나 가격이 예상보다 낮아지면 채무 상환과 운영자금 확보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결국 회생의 성패는 ‘영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회사’로 돌아가느냐에 달렸다.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가 유통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대형마트 간 경쟁도 치열해진 상황에서 과거의 홈플러스로 돌아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부진 점포와 고비용 구조를 과감하게 정리하는 동시에, 신선식품과 자체브랜드(PB), 온라인 배송 등 홈플러스만의 경쟁력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 

새 주인 찾기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홈플러스 경영진도 회생계획 인가 직후 영업 정상화와 흑자 전환, 채권 상환에 이어 궁극적으로 적합한 인수자를 찾아 M&A를 성사시키겠다고 밝혔다. 현 상황에서 홈플러스가 자체적인 현금창출만으로 투자와 채무 상환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회생 과정에서 채권자와 납품업체, 임직원들은 이미 상당한 고통을 감수했다. 회사를 살린다는 명분 아래 다시 협력업체와 직원에게만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기존 대주주와 경영진 역시 자금 지원과 경영 정상화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와 금융권도 홈플러스 한 기업의 문제로만 볼 일은 아니다. 홈플러스에는 수많은 근로자와 협력업체, 입점 소상공인이 연결돼 있다. 무너지면 충격이 유통업계를 넘어 금융권과 지역경제로 번질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지원도 답이 아니다. 

홈플러스는 이번 회생계획 인가로 파산이라는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법원도 계획대로 변제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회생절차를 폐지하고 파산을 선고할 수 있다. 이제 홈플러스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빚을 갚고, 납품업체의 신뢰를 되찾고, 매장을 정상화해 다시 고객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회생계획안 인가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힘겹게 얻은 마지막 기회마저 놓친다면 그때는 시장도, 채권자도 다시 기다려주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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