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핵발전소 백지화 투쟁 28년…"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다시 새기다"

  •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8·29 기념행사 개최…핵폐기장 백지화 기념비 제막하며 지역민 투쟁정신 되새겨

제막식 사진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제막식. [사진=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삼척지역에서 핵발전소와 핵폐기장 건설을 막아내기 위해 주민들이 펼쳐온 투쟁의 역사를 되새기는 기념행사가 열렸다.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는 지난 29일 오전 삼척시 근덕면 덕산리 8·29공원에서 ‘제28주년 삼척핵발전소백지화 기념 8·29 행사’를 개최하고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삼척시의원 김지영을 비롯해 동해삼척기후위기비상행동 관계자와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회원, 지역 주민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삼척지역에서 핵 관련 시설 건설을 둘러싸고 주민들이 벌였던 투쟁의 역사적 의미를 되짚고, 당시 지역민들이 보여준 연대와 희생정신을 후대에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올해 행사는 1993년 8월 29일 근덕면 주민들이 근덕초등학교에 모여 삼척시 설치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를 열었던 날을 기념하는 동시에, 지난 2005년 삼척시 이천3리 일대 핵폐기장 유치 추진을 주민들의 힘으로 막아낸 역사를 함께 되새기는 자리로 마련됐다.
 
1993년 당시 주민들은 지역의 삶의 터전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당시 대규모 집회는 삼척지역에서 핵발전소 건설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 의사가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이후에도 삼척에서는 핵 관련 시설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으며, 2005년에는 이천3리 핵폐기장 유치 문제를 놓고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이 거세게 일어났다.
 
이날 참석자들은 과거의 투쟁을 단순히 역사로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명과 안전, 지역 주민의 자기결정권이라는 가치가 오늘날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데 뜻을 모았다.
 
행사는 풍물패의 힘찬 길놀이로 문을 열었다.
 
풍물패의 연주와 함께 행사장에 모인 참석자들은 8·29공원 일대를 돌며 행사의 시작을 알리고, 과거 지역 주민들이 보여준 연대의 정신을 되새겼다.
 
이어 미술행동 퍼포먼스와 생명평화 미사가 진행됐으며, 개회사와 추모제례 등 공식 행사가 차례로 이어졌다.
 
특히 이날 행사의 주요 순서 가운데 하나로 ‘핵폐기장 백지화 기념비’ 제막식이 진행돼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기념비는 삼척지역 주민들이 핵폐기장 유치 추진을 막아낸 역사적 의미를 기록하고 후세에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기념비 제막을 통해 당시 투쟁에 참여했던 주민들의 노력과 희생을 되돌아보며 앞으로도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지역사회의 연대가 이어지기를 기원했다.
 
풍물패 길놀이와 기념비 제막식은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지역에서 오랜 기간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근덕면 주민 마경만 씨의 발언도 참석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마 씨는 핵폐기장 유치를 막아내는 과정에서 이천3리 고(故) 김두하 어르신이 했던 “이곳은 호산 사람들의 식수원이에요”라는 말을 소개했다.
 
이는 자신의 삶의 터전뿐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들의 식수원까지 지켜야 한다는 공동체적 책임을 보여주는 말로, 당시 주민들이 왜 핵폐기장 유치에 반대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됐다.
 
마 씨는 지역사회가 자기희생과 헌신을 통해 지켜져 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과거 주민들의 노력이 오늘날에도 기억되고 이어져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행사에는 동해삼척기후위기비상행동 상임대표 하태성을 비롯해 공동대표 성원기·이정숙,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상임대표 박홍표, 기획실장 이광우, 미술행동 작가 홍성담, 동래학춤 명인 박소산 등도 참석해 행사의 의미를 함께 나눴다.
 
참석자들은 기념사와 축사, 추모제례, 생명평화 미사 등을 통해 과거 핵 관련 시설 반대 투쟁 과정에서 지역사회가 보여준 연대와 희생을 기렸다.
 
이어 참석자들이 함께 ‘고향의 봄’을 합창하며 행사의 의미를 되새겼다.
 
고향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이 함께했던 과거의 기억과 지역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을 노래에 담아 서로의 뜻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행사 마지막에는 참석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며 이날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가 매년 이어오고 있는 8·29 행사는 지역의 역사적 사건을 기억하는 동시에 환경과 안전, 주민의 삶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자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과거 지역 주민들이 환경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했는지 돌아보는 것은 현재와 미래의 지역정책을 고민하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행사 관계자들은 지역 주민들의 삶과 안전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돼야 하며, 주민들의 목소리가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8·29공원에 모인 참석자들은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는 한편, 앞으로도 생명과 평화, 안전을 지키기 위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연대가 이어져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2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당시 주민들이 품었던 지역에 대한 애정과 공동체를 지키려는 의지는 여전히 지역사회에 남아 있다. 기념비가 세워진 8·29공원 역시 앞으로 후세대에게 삼척지역 환경운동과 주민 참여의 역사를 알리는 공간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는 앞으로도 8·29 행사를 통해 삼척지역 핵 관련 시설 반대 투쟁의 역사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생명과 평화, 환경과 주민 안전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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