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까지 일한다지만…대기업 정년 후 재고용은 '선별적'

  • 1000인 이상 94.8%가 선별 재고용…생산직 중심

제조업과 유통업의 정년 이후 재고용 방식 비교 자료국회미래연구원
제조업과 유통업의 정년 이후 재고용 방식 비교 [자료=국회미래연구원]
65세 계속고용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대기업 현장에서는 정년 이후 필요한 직무와 인력을 선별해 재고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산·기술직이나 현장직은 재고용되는 반면 연구·사무직은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28일 국회미래연구원이 발간한 '정년연장을 통한 지속가능한 노동시장 구축의 조건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대기업 유통업 인사담당자와 제조업 인사·노무담당자 등을 심층면접한 결과 정년 이후 계속고용 방식은 직무와 기업의 인력 수요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제조업 기업에서는 기술직을 중심으로 1년 단위 촉탁직 재고용이 이뤄졌다. 생산 업무는 노사 합의에 따른 고용연장의 성격이 강했고 정비 업무는 축적된 숙련과 경험을 활용할 필요성이 재고용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반면 연구직과 일반직의 재고용은 거의 없었다.

유통업 기업에서도 일부 매장 현장직은 정년 이후 재고용했지만 본사 사무직은 사실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년 이후 계속고용 여부가 단순히 연령을 기준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인력 수요와 해당 근로자가 맡고 있는 직무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선별적 재고용은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경총은 최근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운영하거나 도입을 검토 중인 30인 이상 기업 500곳을 조사한 결과 80.4%가 필요 인력과 적격 여부 등을 고려해 근로자를 선별적으로 재고용한다고 답했다. 1000인 이상 기업에서는 이 비율이 94.8%에 달했다.

직종별로도 차이가 나타났다. 전체 기업에서는 사무직과 생산직을 모두 재고용한다는 응답이 59.8%로 가장 많았지만 1000인 이상 기업에서는 생산직만 재고용한다는 응답이 5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기업들이 재고용 대상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기준은 '업무 수행 능력 및 근무 성과'로 59.5%를 차지했다. '기술·노하우의 희소성 및 전수 필요성'이 44.8%, '신체·정신적 건강 상태 등 직무 수행 가능성'이 43.8%로 뒤를 이었다.

정년연장 논의가 실제 기업의 인력운영 구조와 맞물려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미래연구원은 고령인력이 더 오래 근무할수록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이 유지되고 상위 직급과 보직의 이동도 늦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인건비 부담과 승진 적체, 신규채용 여력 감소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연공형 임금체계가 이러한 부담을 키우는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됐다. 근속기간에 따라 임금과 직급이 올라가는 기존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법정 정년만 늘리기보다는 실제 직무와 책임을 반영해 임금·인사체계를 함께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기업의 경우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한다는 원칙은 의무화하되 재고용을 포함한 다양한 계속고용 방식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단기적으로 재고용 등을 활용해 고용을 이어가면서 직무와 책임 변화에 맞춰 임금과 근로조건을 조정하고 장기적으로는 근속 중심의 임금·승진체계를 직무와 역할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정혜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령자의 고용안정과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기업의 지속가능한 인력운영을 함께 고려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며 "대기업에서는 65세까지의 고용보장과 함께 계속고용 방식을 다양화하고 임금·인사체계를 조정해, 정년제 밖의 중고령층을 위한 고용·재취업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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